원 인터내셔널에 입사한 신입 4인방의 적응기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힘겨운 관문을 뚫고 겨우 입사한 이들은 멋진 회사 생활을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닥친 현실은 자신이 상상했던 회사생활이 아니었습니다. 능력과 상관없이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그들에게 그 모든 것은 힘겨움이었습니다.
좌절은 성장의 시작이다;
박과장과 김대리, 우리가 일상으로 만나는 상사들 그래서 반가우면서 슬프다
영업 3팀에 등장한 박과장은 모두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중동파로 분류되어 큰 성과들을 얻었던 박과장의 등장은 오 과장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상사맨으로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그의 인간성은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가 왜 그렇게 뒤틀릴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는 암과도 같은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리비아에 엄청난 수출 성적을 낸 성공한 상사맨이기도 했던 박 과장은 무슨 사연인지 뒤틀린 인생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성공에 취해 무너진 것인지, 아니면 그 성취가 다른 이에게 빼앗겨 생긴 분노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이제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암적인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일만 잘한다는 박 과장은 자원팀에서 버림받은 존재였습니다. 그쪽에서 함께 하지 못한 박 과장은 그렇게 치이듯 부장을 통해 영업 3팀으로 옮겨왔습니다. 어쩌면 그는 만만한 영업3팀이라면 자신이 장악해 자신만의 부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 좋고 일도 잘하는 오 과장과 성실한 김 대리, 그리고 만만한 고졸 신입사원이 존재하는 영업 3팀은 박 과장의 좋은 먹잇감이라고 생각했을 듯합니다. 하지만 외유내강인 영업 3팀을 너무 우습게 본 박 과장은 그저 자신의 지독한 실체만 드러낼 뿐이었습니다. 작정하고 장그래를 비하하는 박 과장의 행동은 모든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노골적으로 고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며, 비리로 현재의 자리에 올라선 게 아니냐는 질책까지 박 과장의 행동은 옆 부서 사람들까지 당혹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업무 시간에 내기 당구를 치고, 호텔 사우나를 가기 위해 장그래에서 구두 셔틀을 시키는 박 과장은 철저하게 가학적인 행위를 하기 위해 영업 3팀에 왔을 뿐입니다. 기껏 해야 회사원일 뿐이라는 그의 분노 속에서 다름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만 명확해졌기 때문입니다.
좌충우돌하며 현재의 장그래 위치와 가치를 다시 고민하게 하는 과정은 그래서 흥미로웠습니다. <미생> 9회는 신입 사원 4명의 성장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탁월한 능력으로 인턴 시절부터 성과를 냈던 안영이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상사마저 당황할 정도로 허드렛일을 자처하는 영이는 그렇게라도 현재의 상황에 대처하고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안영이의 능력이 너무 탁월해 강한 경계심을 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옮기거나 상사들과 냉랭한 기운 속에서 홀로 버티는 방법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는 안영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습니다.
최고 학부의 대학을 나와 우수한 성적으로 원 인터내셔널의 사원이 된 장백기는 부서를 배치 받는 순간부터 자신이 상상하던 회사 생활이 아니라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최고였고, 주변사람들의 칭찬만 받으며 살아왔던 장백기에게 회사는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자신의 능력은 어디서나 통하고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릴 것이라 확신해 왔습니다.
태어나 항상 우수한 성적에 원하던 학교에 입학하고 단박에 회사에 취직까지 한 장백기였지만 부서를 배치 받으면서부터 뒤틀린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자신에게 대단한 일을 맡길 것이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 평범해서 속상할 정도였습니다. 고졸 검정고시 낙하산 장그래까지 팀원이 되어 열심히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데 자신만 낙오된 것 같은 생각에 그는 이직을 생각하게 됩니다.
외국계 회사로 옮겨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했지만, 그에게 닥친 현실 속에서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다른 신입들과 달리 대단한 친화력으로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믿었던 한석율은 자신과 비슷한 대리에게 철저하게 당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모든 일들을 자신에게 시키며 성과는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는 괘씸한 대리에게 분노하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석율은 그 모든 것이 힘겹기만 합니다. 신입 4인방은 모두 상사들과의 마찰 속에서 그들은 모두 현재의 자신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제대로 걷기도 전에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널부러진 그들은 스스로 일어서 걷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기 시작했습니다.
장기수처럼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는 장그래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 하는 김 대리는 속상했습니다. 누구보다 장그래가 누구인지 그리고 얼마나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지 알고 있기에 박 과장의 행동이 싫었습니다. 당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섰으면 하는 마음에 그래에게 화를 냈던 김 대리는 그런 자신이 답답하고 아프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회사에서는 장기수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그래는 김 대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모든 것을 드러냈습니다.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을 모두 털어놓는 그래는 그렇게 평생 함께 할 든든한 동반자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멘토가 되고 함께 전쟁터와 같은 회사 생활의 동지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래에게는 큰 위안과 힘이었습니다.
악랄하기까지 한 박 과장은 그래에게 자신의 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돌아보게 했습니다. 초라하고 처량해질 정도로 자신의 밑바닥까지 드러내게 해주었습니다. 박 과장과는 전혀 다른 김 대리는 그래에게 미래와 희망을 엿보게 해주었습니다. 현실과 미래를 함께 엿보게 해주는 상사들은 우리고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존재들입니다. 모두가 김 대리와 오 과장과 같은 인물만 있으면 좋지만 현실은 그들보다는 박 과장 같은 이들이 더 많을 뿐입니다.
겨우 20회라는 한정된 기간이 아쉽기만 한 <미생>은 이렇게 절반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매회 시청자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생생한 우리의 삶은 그래서 아프고 애틋하면서도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각자의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일어서는 법을 찾기 시작하는 원 인터내셔널 신입사원들의 성장기가 기대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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