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일은 반가운 현상은 아니다. 퇴직한 많은 이들은 손쉬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 노후가 불안한 그들로서는 퇴직금만 가지고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퇴직 후 일정 기간 후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선택은 단순해진다.
치킨 공화국;
프랜차이즈 업체만 키우는 자영업 전성시대, 골목식당을 통해 자영업 기준을 제시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흥미롭다.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힘겨워 하는 자영업자들을 찾아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단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왜 백종원이어야 하느냐 반문이 들 수도 있지만, 현재 그만한 상징성을 가진 이가 없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질문이다.
지난 주 '뚝섬 식당'들은 총체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본적으로 음식점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들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드는 주방의 청결 불량에 이어, 음식 맛마저 엉망인 상황에서 제대로 된 평가 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로 인해 청와대 청원사이트에 음식점 점검을 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어디를 가든 맛집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곳에는 맛집도 없고 모든 것이 엉망인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백종원의 분노는 시청자들과 동일 할 수밖에 없었다. 돈을 받고 음식을 파는 곳은 최소한 맛이 있어야 한다. 청결한 공간에서 돈을 주고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식당의 기본이니 말이다.
엉망진창인 그들에게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렇게 나름의 고민들을 하고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지만 그들의 변화 역시 제각각이었다. 변화를 이끌려 노력하는 이와 오직 마이웨이로 이어가는 이들까지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은 예능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하루에도 수백 곳이 문을 연다. 그 수 만큼이나 많은 자영업자들은 또 문을 닫는다. 운영을 이어가는 기간 역시 한없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자영업은 쉬운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프랜차이즈로 몰리는 이유 역시 이런 불안 때문이다.
최소한 일정한 조리 기준과 반 완제품으로 내려온 음식을 만들어 서비스만 하면 그만이니 프랜차이즈 가맹은 손쉬운 진입이 가능하게 하니 말이다. 외국에서 시작된 사업 방식이지만 국내로 들어오면 프랜차이즈는 강력한 종속 관계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자신의 돈을 들여 스스로 종속 관계를 맺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안정감은 유지할 수 있지만, 영원한 종속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프랜차이는 독이 든 사과다. 얼마나 양심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느냐의 차이일 뿐 다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백종원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해동 과정의 문제로 논란을 빚기도 했던 장어집은 고등어 구이 하나로 승부를 봤다. 너무 기본인 오전 초벌구이 후 손님 주문 후 다시 구워 내보내는 방식이 아닌 전날 구워 냉장고에 보관해 전자렌지로 돌려 고등어를 판매한 방식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돈 주고 사 먹는 식당에서 그런 식으로 조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절대 다시는 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문제점을 개선했다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다.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던 상황에서 변화가 일었으니 말이다. 다양한 종류의 메뉴를 선보인 족발집은 양파망으로 논란이 있었다.
족발집은 다양한 메뉴가 아닌 '매운 족발' 하나로 승부를 봤다. 처음 식당을 열어 손님 맞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가게 주인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식을 하러 온 손님들의 긍정적 평가도 얻어냈다. 하지만 '매운 족발'이 유행인 상황에서 경쟁력이 있는 맛이 아니라는 백종원의 평가는 냉철했다.
샐러드 바의 경우 기본적으로 맛이 없다는 사실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사장은 입맛에 맞지만 시식을 하러 온 손님들의 절반 이상이 먹지 않고 남기고 가버리는 상황에서 샐러드 바의 문제는 맛이다. 맛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음식점은 할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음식을 책으로만 배웠다는 경양식집은 기본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돈가스 등을 지적 받자 일주일 동안 메뉴를 치킨 스테이크로 바꾸고 가격은 더 올렸다. 요리라도 뛰어나다면 모를까 잘 익지 않아 손님에게 지적을 받아 다시 구워야 할 정도면 식당을 열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돈가스의 맛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하는데, 지적을 받자 치킨 스테이크를 내놓은 경양식집 주인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았다. 백종원이 바꾸고 싶었던 것은 음식 장사를 하는 주인의 마인드였다. 직접 많은 고민을 하고 직접 만들어 보며서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는 과정을 원했다.
메뉴를 개선하라는 의미는 그렇게 음식의 기본을 파악하는 과정을 경험해보라는 의미였다. 이런 의도도 파악하지 못한 채 메뉴를 바꿔 가격만 올리는 식당 주인의 생각에는 오직 눈에 보이는 숫자만 존재할 뿐이었다. 얼마를 받으면 얼마나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셈법만 있지 음식을 만드는 주인의 자세는 없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예능이다. 연예인들이 나와 음식을 만들고 가게를 오픈 하는 이벤트도 연다. 유명한 대식가인 테이가 수제 햄버거를 만드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백종원도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맛. 그건 수없이 직접 많이 먹어보고 만들어봤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맛이었다. 최소한 가수 테이가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들보다 기본이 더 잘 되어 있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이 프로그램이 뭔가 대단한 마법을 부릴 수는 없다. 그리고 예능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도 없다. 섭외 과정부터 방송으로 나가는 모든 것들이 서로의 의견들을 주고 받은 후 나온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는 자영업자 전성시대 어떤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하는 지에 대한 의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돈을 받고 손님에게 음식을 판매하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최소한 먹는 장사는 망하지 않는단 이야기가 있었다. 안 팔리면 자신이 먹으면 된다는 식의 막무가내 소신을 가진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제는 먹는 장사도 쉽게 망하는 시대다. 맛만이 아니라 탁월한 아이디어가 결합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시장이다. 그런 점에서 기본에 충실하도록 요구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자영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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