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가 한국 출장을 왔다. 서울 갈비집과 전주 청국장집을 찾았다. 맛깔스럽게 음식을 먹는 고로는 연신 한국의 맛을 표현하기에 여념이 없다. 셀프 비빕밥에 도전해 열심히 먹는 고로의 모습은 왠지 모를 이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에서 먹던 고로와 우리에게 익숙한 곳에서 그를 보는 것은 낯선 즐거움이기도 하니 말이다.
백종원과 마츠시게;
예능과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백종원과 고로의 식사의 가치
백종원과 고로는 연결고리는 없다. 그저 두 사람의 먹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감흥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는 있을 듯하다. 그저 외모 만으로도 잘 먹을 것 같은 백종원과 마르고 키만 큰 고로가 보여주는 의외의 먹성은 시청자들에게 화제다.
이제는 종영되었지만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백종원의 활약은 매력적이었다. 음식 예능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든 것이 완벽했던 예능이었다. 중년 남자 홀로 식사하는 독특한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고로(마츠시케 유타카)는 낡았지만 오래된 집들을 찾는다.
제작 당시에도 크게 성공할 것이라 본 이는 없었다고 한다. 혼밥이 일상인 일본에서도 드라마까지 제작된다는 것이 무모하다고 봤을 수도 있다. 주인공인 마츠시케 역시 중년 남자가 혼자 밥 먹는 것을 누가 보겠냐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심야 시간에 방송된 <고독한 미식가>는 대성공을 거뒀고 점점 골든 타임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벌써 시즌 7까지 제작될 정도로 화제다. 일본 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고정 팬들이 존재할 정도로 고로 상의 혼밥 여정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한국을 찾았다.
직장인에게 하루 한 번 주어지는 행복은 바로 먹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바쁘게 살아가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주는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고독한 미식가>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갖췄다. 아는 이들은 다 알듯, 이 드라마는 만화가 원작이다.
타니구치 지로라는 유명 만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쿠스미 마사유키의 글은 걸작의 완성이었다. <우연한 산보>로도 알려진 쿠스미 마사유키는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평범함 속에서 가치를 찾는다. 그가 그린 음식 이야기 역시 널리 알려진 유명 음식점이 아닌 오래된 그 가치 속에서 드러난 맛을 특별하게 여긴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손님이 2, 3팀 들어서면 꽉 차는 좁은 식당들이 많다. 그리고 낡고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진 곳을 찾는다. 그 오랜 시간의 나이테처럼 음식 맛 역시 깊이가 있음을 고로 특유의 대단한 식사로 채워주는 그 모든 과정이 매력적이다.
일본을 찾은 백종원도 고로를 만든 쿠스미와 유사하다. 유명 맛집 보다는 후미진 골목의 낡아 보이지만 진짜 맛집을 찾는 모습은 그래서 흥미롭다. 물론 예능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수준의 식당이 선택되기는 한다. 어느 정도 알려진 하지만 번화가 속 화려한 식당이 아닌 현지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을 찾는단 점에서는 고로와 닮았다.
서로 너무 다른 그래서 더 닮아 보이는 백종원과 극중 고로. 그들에게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드라마 속 고로는 지친 일상의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 낡은 음식점이다. 백종원에게 먹는 것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대학 시절부터 음식에 대한 갈증이 커서 수없이 돌아다니며 먹었다니 그에게 음식은 '구도'의 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린 백종원과 고로가 먹는 것에 대해 관심 있게 바라본다. 두 중년 남성이 음식을 먹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환호하는 것일까? 그저 음식을 먹는 그 행위가 전부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 안에 그들은 음식 그 이상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찾는 음식점들은 고급 식당들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단순히 먹는 행위에만 집착하지는 않는다. 그 음식의 가치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고로가 먹는 과정은 흥미롭다. 절대 많이 먹지 못할 것 같은 그는 대식가의 면모를 보인다.
어떤 음식이든 그가 먹기 시작하면 세상 그 무엇보다 맛있어진다. 고로가 먹는 음식 중 그게 뭔지 감이 오지 않아도 보고 듣고 있다 보면 이미 그 음식을 함께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 그는 세심하게 관찰한다.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만나는 식당. 그리고 그곳에서 만드는 음식들과 마주하는 시간. 여기에 이런 음식들을 요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고독한 미식가>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백종원이 방송을 통해 음식을 이야기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생각해봐도 그가 찾은 국가와 지역의 음식들은 단순히 먹는 행위를 위한 것은 아니다. 그 음식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요리 방식, 그리고 음식의 맛까지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끌어낸다는 점에서 고로의 먹는 다는 것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제작진들의 감각과 감성이 가득 담겨 새로운 기준점을 세운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처럼 <고독한 미식가> 역시 고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사용하는 모든 음악들은 원작자 쿠스미 마사유키와 그의 밴드가 만든 것들이다. 온전히 쿠스미 감성이 가득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대단할 수 없는 중년 남성들의 혼밥에 많은 이들은 환호한다. 서로 외모는 다르지만 그들이 행하는 그 먹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의 먹는 것으로 다가온다. 살아있다는 것은 곧 먹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는 먹는 행위는 때론 가학적이고 퇴폐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먹는 행위에는 그런 폭력적 행위는 없다. 그 자체에 아름다움을 담은 그들의 먹는다는 것은 삶을 응축해서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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