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의가 시작부터 가장 큰 화두로 자리하며 현재까지도 맹의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오직 맹의에만 집착하는 드라마는 결국 맹의에 의해 망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분명 흥미로운 소재의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음을 이 드라마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맹의에 집착한 작가, 맹의가 발목을 잡는다;
한석규를 중심으로 최고의 배우들을 내세우고도 빈약해지는 이야기가 문제다
맹의를 차지하기 위한 이들이 본격적으로 발톱을 내세우며 전면전을 시작했습니다. 영조부터 세자까지 노론과 소론 등이 섞여들면서 맹의를 차지하기 위한 이들의 치열한 대결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역사는 바뀔 수 없고, 그런 점에서 패자가 되는 세자가 왜 아버지인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해야만 했는지 색다른 시선을 확인할 수 있을 듯합니다.
노론의 수장이자 영조를 협박해 맹의 수결을 하게했던 김택. 그런 김택을 속이고 진짜 맹의를 손에 쥔 강필재는 이를 통해 거액을 벌어보겠다는 욕심을 냈습니다. 그리고 소론의 강경파 신치운을 통해 거액을 요구하게 됩니다. 소론으로서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었던 상황에서 반전을 이끌 맹의를 가질 수 있다면 영조와 노론을 모두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과거 한 차례 맹의 사건의 중심에 서서 영조를 구해주었던 박문수는 다시 한 번 맹의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영조가 간절함으로 맹의 찾기에 나선 박문수는 동방 검계인 나철주에게 강필재가 가지고 있는 담뱃대를 찾아오라고 명합니다. 박문수에 맞서 김택은 자신이 밖에서 낳은 아들 김문을 찾아 맹의를 찾으라 명합니다. 자신이 아들로 받아들이겠다는 달콤함 혹은 부정을 앞세워 나철주의 친구이기도 했던 김문을 불러들인 이들의 대결은 2회전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담뱃대와 문회소 살인사건
강필재가 맹의를 숨긴 담뱃재와 신흥복이 맹의를 숨긴 문회소 살인사건 이란 포교소설은 흥미로운 방식으로 박문소와 세자에게 맹의의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맹의를 통해 엄청난 돈을 만져보려던 강필재는 김택이 보낸 김문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처하고 맙니다.
잔인한 고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뒤늦게 강필재의 집으로 들어선 나철주는 맹의를 두고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연하게 맹의를 찾는 김문과 달리, 담뱃대에 맹의가 있다는 것을 알고 들어선 나철주의 대결은 후자의 승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택이 보낸 자객 김문은 강필재를 먼저 잡기는 했지만, 뒤늦게 도착한 나철주에 의해 맹의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맹의를 품은 담뱃대를 차지해 박문수에게 전한 나철주는 김문에게 잡히고 맙니다. 한때 가장 절친했던 친구들이었던 이들은 지독한 운명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친구였지만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운명이 되어버린 김문과 나철주는 노론의 김택과 소론의 박문수를 대변하는 대리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소론들의 요구와 달리 박문수가 단독으로 맹의를 차지한 것은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맹의를 이용해 피의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의지와 충정 때문이었습니다.
소론은 맹의를 차지해 영조와 노론을 무너트리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노론 역시 맹의를 차지해 영조를 압박하겠다는 확실한 명분이 있었습니다. 영조 역시 맹의를 차지해 노론의 지배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의 왕조를 세우겠다는 확신으로 맹의에 집착해왔습니다.
담뱃대 안에 있던 진짜 맹의를 얻은 박문수는 영조 앞에서 자신이 찾은 맹의를 넘겨줄 수 없다는 선언을 합니다. 대신 맹의에 수결한 모든 이들이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변했습니다. 자신이 지어준 영조의 호인 죽파를 보면서 함께 수결한 영조 역시 왕위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사도세자가 충분히 왕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박문수의 확신은 결국 영조와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강필재가 죽은 현장을 가장 먼저 확인한 세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 먼저 강필재를 제거했고 다시 한 번 거대한 벽에 가로막혔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지담에 의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됩니다. 자신의 스승인 박문수가 나철주에게 지시를 해서 강필재를 살해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아버지인 영조만큼이나 세자의 인생에 특별한 존재인 박문수가 자신의 벗인 신흥복을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하나는 그 다른 하나를 죽인 범인이라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믿고 싶지 않았던 현실 속에서 박문수의 집무실에서 찾은 '문회소 살인사건'은 증거가 되었습니다. 신흥복이 그렇게 특별하게 이야기를 했던 그 곳에 영조가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맹의의 내용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 안에 몰래 숨겨두었던 맹의의 내용. 그 모든 것을 알게 된 세자가 분노보다 더욱 크고 아픈 아픔을 홀로 곱씹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박문수가 스스로 죽은 신흥복을 용정에 빠트렸다는 사실을 밝히며 급박하게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김택의 한 수가 세자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김문이 강필재를 죽이는 과정에서 사용한 단도가 바로 세자의 것이라는 점에서 그는 범인으로 지목당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박문수가 자신을 압박하고 세자 역시 맹의의 진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영조는 아들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법대로 하라는 말로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정치 앞에는 부자지간의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독한 진리를 영조는 잔인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시작부터 가장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던 '맹의'는 8회까지 이야기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오직 맹의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오는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그래서 아쉽습니다.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배제한 채 오직 맹의 하나에만 집착하는 바람에 이야기는 빈약해질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맹의 다음에 내세울 이야기가 전무한 상황에서 맹의에 의해 이끌던 이야기는 맹의로 인해 빈약한 흐름을 유지하게 유도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자꾸 외면을 받는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은 결국 작가의 전략이 실패했다는 의미가 될 듯합니다.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었음에도 전략적 선택의 잘못은 결국 시청자들을 지치거나 과하게 어렵게 드라마를 보도록 요구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요소들이 산재하고 매력적인 배우들의 열연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시청률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이유는 결국 강약 조절과 풍성한 이야기 배치에 실패한 작가의 몫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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