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라마의 격을 올리고 있는 <비밀의 숲>은 여전히 진범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추측은 가능하지만 누가 진범인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들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모두가 용의자이자 모두가 피해자이기도 한 복잡한 이 사건은 보다 깊숙하게 들어서기 시작했다.
악의 평범성;
특임검사가 된 황시목과 그를 지목한 이창준, 극과 극의 기묘한 동거 무슨 의도인가?
서동재 검사가 위기에 빠졌다. 증거를 심어 놓기 위해 박무성의 집에 들어간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던 황시목과 한여진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가영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던 서동재를 미행까지 했던 상황에서 시목과 여진은 그렇게 은수를 통해 그를 자극했고 현장에서 잡았다.
현장에서 서동재가 잡히면서 박무성의 아들 박경환에 대한 올가미는 벗게 되었다. 박경환을 희생양 삼아 사건을 무마하려던 노력은 서동재로 인해 무산되었다. 박무성 살인과 김가영 살인미수에서 박경환은 벗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모진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을 여진이 알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시목과 여진은 대립을 할 수밖에는 없었다.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잔인한 공권력의 폭력. 그 지독한 폭력으로 죄도 없는 이가 죄인으로 몰리는 잔인한 역사의 반복. 그 지독한 반복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여진과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시목의 대립은 우리 모두의 담론일 수밖에 없다.
한나 아렌트가 언급했던 '악의 평범성'은 그래서 더욱 잔인하게 다가온다. 악은 머리에 뿔난 사람들의 짓이 아니다. 우리가 평소에 함께 웃고 떠들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 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충격이다. 여진은 그래서 두렵다. 함께 일하는 믿어야 하는 형사들이 이런 악마와 같은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더 참을 수 없었다.
아톰의 아버지인 데츠카 오사무의 말을 언급하지 않아도 인권은 당연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경찰 스스로 '인권 경찰'이 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라 요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권과 거리가 먼 그들의 행태는 그저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그래서 더 끔찍하게 다가온다.
인권과 대립하던 사이 영은수는 보다 집요하게 이창준을 향해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 서동재가 진범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은수는 철저하게 이창준이 진범이라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목의 생각은 다르다. 이창준을 대입하고 생각하면 풀리지 않던 문제가 서동재를 대입하니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박무성을 살해한 것은 이창준 입장에서도 반갑다. 검찰 스폰서인 박무성이 사라지며 이창준에 대한 혐의도 사라질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김가영이 전시되듯 죽기 직전 발견된 것은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박무성의 집에 김가영을 매단 것은 박무성이 검찰 스폰서였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기 바란 것이었다.
이 상황은 이창준에게 이로울 것이 전혀 없다.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해 살인을 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방식을 택하지 이렇게 전시하듯 내세울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보면 이창준이 범인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진다. 물론 이 역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진실들이 나오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아버지를 몰락하게 만든 이창준에게 복수를 다짐하던 은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사용했다. 서동재가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무모한 도발을 했다.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증명하려 했을 만큼 은수가 가지고 있는 이창준에 대한 증오는 컸다.
흐름을 읽고 있던 시목은 총까지 가지고 은수를 미행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모두 볼 수 있었던 시목은 오히려 은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 정도로 복수심에 차 있는 은수가 타인의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했을까? 당연한 의심이다.
은수 전 남자친구는 아버지의 몰락과 함께 떠났다. 하지만 그가 완전히 떠났는지 알 수는 없다. 박무성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김가영에 대한 납치와 살인미수는 은수의 전 남친에 의해 저질러진 일일 수도 있다. 아니 이 모든 사건은 은수가 큰 그림을 그리고 전 남친이 실행에 옮긴 사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모두가 진범을 잡고 싶어 한다. 혹은 진범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추락시키고 싶은 인물을 범인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이창준 역시 장인과 함께 황시목을 진범으로 몰아가려 준비를 했었다. 뜬금없이 서동재가 박무성 아들인 박경환을 진범으로 꾸미며 흐릿해졌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들은 많다. 이창준이 은수의 아버지인 영일재와 만나는 장면이 예고편에서 등장했다. 실제 일재는 시목과 만나 창준은 절대 사람을 죽일 인물이 아니라고 감싸기까지 했다. 은수의 복수심과 달리, 영재는 오히려 창준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부분을 생각해보면 모든 것들이 지목하고 있는 것은 이창준의 장인인 이윤범 회장일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도 박무성과 관련이 있다.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위를 위해 이토록 열정을 쏟아줄 인물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다. 그 역시 박무성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들은 이창준이 아닌 이윤범을 노렸을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신문에 제보까지 하며 박무성이 검찰 스폰서라는 사실을 공표한 것은 이를 위함일 가능성이 높다. 검찰 조직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에서 이 폭로는 이창준이나 서동재를 노린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윤범을 노린 누군가의 범죄일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시목이 처음 의심했던 영일재가 범인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장관이던 일재를 무너트린 것은 이창준이 아닌 이윤범의 작품이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일재는 딸은 은수처럼 드러내고 복수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창준 역시 이제는 장인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아내와는 애정도 없다. 이윤범의 딸이라는 이유로 살고 있다는 이창준의 발언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이창준의 딸인 이연재는 남편인 창준에게 집착하고 있다. 창준이 만났다는 가영을 살해하려 병실까지 찾을 정도로 그녀 역시 분노하고 있다. 철저하게 남편을 보호하려는 연재의 행동 역시 모호하지만 그렇다고 큰 그림을 그릴 수준은 아니다.
현재까지 흐름은 스폰서를 받은 자의 소행이 아니라 스폰서와 관계없는 이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드러난 증거들을 보면 모든 것이 스폰서를 받은 검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진범을 찾는 과정과 함께 '왜?'라는 너무나 당연해서 중요한 명제를 밝혀야만 한다.
이창준이 황시목은 특임검사 자리에 올린 것은 혼자만의 선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영일재가 이창준과 손을 잡고 이윤범 회장을 몰락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이미 그림은 모두 이 회장을 향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왜 진범은 이런 복잡한 방법을 동원해 복수를 하려 하는지 그게 궁금해진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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