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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산부인과 5회-감동을 퇴색시키는 억지 감동

by 자이미 2010.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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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송된 <산부인과> 5회도 여러 가지 이야기로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아쉬운 건 한 방울의 눈물이 아닌 어느 순간 감동을 위한 감동으로 나아가려고 작정하듯 눈물로 승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과해서 아쉬운 모습만 발견하게 됩니다.

넘치는 감정, 아슬아슬한 내용들

1.미성년자 성폭행과 매매춘 부모

가출 청소년이 경찰과 함께 산부인과를 찾습니다. 옷이 찢기고 상처투성이인 소녀를 진찰하는 혜영은 절차에 의거한 질문을 합니다. PC방에서 만나 술 사주고, 밥 사주고, 재워준다고 해서 갔던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그녀의 발언들은 너무 당당해 당혹스러울 지경입니다.

이번이 두 번째 사고라고 이야기하는 그녀는 부모가 찾아왔지만 사건을 숨기려합니다. 가출 청소년과 부모 간의 이질적인 모습에 어느 정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혜영은 정신과 치료를 받기 권하지만 그들의 관심은 부상 정도였습니다.

휴게실에서 딸의 성폭행을 거래의 대상으로 돈을 뜯어내는 광경을 목격한 혜영은 가출 소녀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갑니다. 어른들의 뻔뻔스러운 작태를 보이는 자리에 그 소녀가 있는 게 안쓰러워 데려오기는 했지만, 소녀는 자신을 꽃뱀으로 보는 거 알고 있다며 충분히 성폭행 당할 줄 알았다고 합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그 어린 소녀가 감내하는 고통을 이기는 힘이란 그저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안으로 깊고 심한 멍이 들어 살아가는 소녀를 대상으로 부모들이 벌이는 거래는 '매춘'과 다름없었습니다. 자기 자식도 아니라며 내치던 그들이 어린 딸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유로 합의금을 받게 되며, 딸의 불행을 통해 돈 버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번 터득한 돈 맛에 딸이 겪을 수밖에 없는 정신적 충격은 간과한 채 육체적인 고통을 수치화해서 상대방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부모에게서 책임감이나 가족의 역할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가족에게서 내팽겨진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이란 거친 거리밖에는 없습니다. 

집에서 공부를 하려해도 그녀를 향한 불신은 다시 거리로 내몰기만 할 뿐 그녀를 위한 작은 공간마저도 없는 가정은 그녀에게는 사치이거나 거리 보다 차가운 공간일 뿐이었습니다. 이미 슬픔과 고통에 내성이 생겨버린 어린 소녀를 받아줄 수 있는 공간이란 이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산부인과>가 아쉬운 건 너무 중요한 문제를 그저 이 소녀에 국한시킨 채 단순한 소재로만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소녀의 고통보다는 이미 효과를 봤던 어린선 환자에 대한 감동에 초점을 맞춘 <산부인과>는 과도한 감정은 오히려 감동을 격감하고 있음을 간과했던 듯합니다.  

2. 마취과는 이기적인 집단?

어느 병원이나 겪을 수밖에 없는 조직 내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가 마취과였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아닌 기술자로 묘사된  마취과 직원들은 식사 시간에 식사하고 정시에 퇴근한다고 의사들은 불만입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사실은 당연한 상황을 잘못된 직업윤리로 몰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물론 병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직업윤리를 대입하는 것도 현실적인 무리는 있지만 그것이 그들을 미워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수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 마취과의 필요성은 당연하고 그들도 전문가로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드러내놓고 서로를 경계하고 하대하는 모습 속에서 병원이라는 시스템 속에 어쩔 수 없이 함께 해야 하는 관계로만 조명했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환자의 경중과 상관없이 자신들과 관계가 있거나 VIP에게만 정중하게 대하는 그들에게서 생명을 다루는 특수 직업인의 윤리도 인간적인 모습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그들의 문제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취과 과장 부인의 출산을 설정했습니다. 무통주사도 맞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출산하는 그녀를 통해 마취과의 폐단만 이야기하는 <산부인과>를 보며 수많은 마취과 근무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시청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통상적으로 자문을 의사들에게 받는 의학 드라마에서 의사의 입장에서 병원 시스템을 바라보는 것은 당연할 것 입니다. 의사라는 직책 아래 환자가 있고, 간호사가 있고 부속 관련 부서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산부인과>에서는 간호사들의 역할도 극단적으로 한정되어 있고 오직 몇몇 의사들에 힘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취과 직원들을 도매급으로 넘기며 극을 이끌어가는 방식은 옳은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병원 시스템에서 마취과 직원들 행태가 이런 식으로 도마 위에 올려 질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면 이를 통해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침소봉대'해 극적인 재미를 위해 활용한 것이라면 엄청난 편견으로 점철된 드라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감정들이 넘쳐나면 감동은 줄어든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는 수없이 많은 좌절과 감동이 숨겨져 있습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을 감안한다면,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한정적인 이야기들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이야기들을 다 담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카메오 박재훈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을 감동으로 몰아갔던 어린선 환자 이야기는 다시 한 번 등장하며 예견된 울음으로 승부했습니다. 2주를 버틴 신생아 환자를 위해 파티를 하는 과정에서 숨을 거둔 아이와 뒤늦게 찾아와 가족들의 영상이 담긴 모습을 보여주며 죽음을 통보 받는 장면들은 감동입니다.

그러나 이런 감동은 자연스러웠었던 과거의 모습이 아닌 예정되고 예측 가능한 감동일 뿐이었습니다. 과도한 감동을 위한 그들의 방식은 어설픈 연기로 이어지고 절정으로 몰아가기 위한 설정들은 내재된 아픔을 품어내는 박재훈의 오열에서마저 오글거리는 어색함만 남겨주었습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수밖에 없는 이런 장면들로 인해 산만하기만 했던 <산부인과>5회는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언급하지 못한 채 마치 '병원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의 스케치 장면을 배우들이 재현하는 것 같은 느낌만 전해주었습니다.

가출 청소년의 문제에 좀 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요? 성폭행과 이를 빌미로 한 몫 챙기려는 이기적인 부모의 문제에 좀 더 집중했다면 <산부인과> 5회는 호평을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심각한 사회 문제일 수밖에 없는 가출 청소년과 범죄에 노출된 그들과 그렇게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현대 가정의 문제점들에 좀 더 집중했다면 의학 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전달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욕심으로 이것저것 늘어놓으며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마무리한 5회에서는 어느 감정에 호흡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는 시청자들만 있었습니다.

천사표 이영은의 과도한 감정 소비와 고주원과 장서희의 의도적인 연결과 과한 감정이입, 돈만 쫓아 결혼을 결심하는 된장남 의사를 표현하는 송중기, 불륜마저도 당당한 정호빈등 조금만 잘못하면 막장이 되어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명품 드라마로 나아가기 위해 그들이 취해야 하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과도한 욕심이 아닌 <산부인과>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적인 내용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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