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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Entertainment 연예

서태지와 이지아, 그리고 정우성 혹은 BBK

by 자이미 2011.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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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로 무장한 서태지가 결혼한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이 당혹스럽고 외계인이라 소문만 이지아가 부인이라는 사실도 뜬금없지만 중간에 끼인 정우성과 BBK 사건이 묻히는 상황은 여론 정치의 현실과 한계를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하기만 합니다.

무엇을 위한 진실인가?




신비주의로 오랜 시간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했던 서태지의 현실은 일반인들의 삶과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일반인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갈 수 없었던 그의 일생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과 그런 현실을 평범하게 즐기며 살아갈 수 없었다는 것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서태지가 견지한 신비주의는 욕먹을 일은 아닙니다.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아닌 자신이 만들어낸 음악이라는 생각은 옳고 인정받아야만 하는 사실이니 말입니다. 그렇기에 그가 아무도 몰래 결혼을 하고 십여 년간 그런 생활을 했다고 해서 이를 탓할 것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모든 사람들이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더욱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지아 역시 숨길 이유가 있었음이 명확한 상황에서 그가 서태지의 부인이었다는 사실이 죄가 될 수는 없습니다.

문화 대통령이라 불렸던 이의 여자라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행복과 불행이 함께 했을 것은 분명합니다. 누구나 선망했던 존재가 가장 사랑했던 존재가 이지아라는 사실이 많은 이들에게는 충격일 수도 있을 겁니다. 차라리 그녀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신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지금처럼 커다란 문제가 되지도 않았겠지요.

이지아가 비난 받을 수 있는 단 하나는 바로 그런 사실들을 숨긴 채 정우성과 교재를 했다는 사실일 겁니다. 그들이 주장하듯 2006년과 2009년 둘 중 어느 것이 되든 이혼을 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 역시 큰 문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지아와 정우성 둘만의 문제이지 이를 대중들이 심판을 대상은 아니지요.

정우성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는 없었을 듯합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너무나 유명한 서태지의 부인이었다는 사실을 이지아 본인이 아닌, 신문을 통해 알아야 했다는 것은 심한 모멸감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관계가 더욱 호전되고 어느 순간이 되면 이지아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정우성에 털어놓지 않았을까요? 정말 사랑하는 사이이고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분명 그 문제에 대해서 털어놨을 것이라 봅니다.

문제는 언론에서 왜 하필 어제와 같은 상황에 핵폭탄 급 소식을 터트렸냐는 의문입니다. 과거 장동건과 고소영의 열애사실이 박정희 혈서 사건이 공개되는 날 일부 언론에 의해 발표된 것과 유사합니다.(장동건과 고소영 열애설은 있지만 박정희 혈서 기사는 없다

많은 이들이 서태지와 이지아의 결혼과 이혼 소식이 하필이면 BBK 관련 기사가 대중들의 시선을 끄는 시점에 터졌냐는 것입니다.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겨져 있는 이명박과 김경준이 함께 만든 BBK에 대한 논란은 꺼지지 않는 불씨이며 그의 퇴임과 함께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BBK 수사팀, 김경준 회유"보도..고법, 1심 뒤집고 "명예훼손 아냐"
'BBK 보도 소송전' 검찰이 졌다

시사인에서 김경준이 BBK 수사팀에 의해 회유를 받은 사실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 검찰 측은 명예훼손을 주장했고 고법에서 이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서 현 정권이 저지를 만행 중 일부를 인정한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김씨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처럼 보도해 명예가 훼손됐다"

BBK 수사팀 검사 10명이 자신들의 수사에 대한 반론의 제기하며 김경준과 관련된 보도를 한 '시사인'과 주진우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1심과는 달리, 고법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기사에 보도된 김씨의 자필 메모와 육성 녹음이 실제 존재하는 등 기사의 허위성을 인정할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 '시사인'은 2007년 12월 김씨가 작성한 자필 메모를 근거로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수사 검사로부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구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다'는 취지의 회유를 받았다"
"수사과정의 직무집행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명예훼손 책임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해당 기사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기사라고 보기 어렵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재소해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를 상대로 곧바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그것부터가 그들이 무엇을 노리고 입막음을 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공정해야만 하는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어 벌인 행동들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실이 결정되자마자 십여 년간 숨겨져 왔던 신비주의 서태지의 과거가 터져 나온 사실을 그저 우연이라고 믿기에는 석연찮은 부분들이 많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정치권력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덮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한다는 사실은 이제는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겁니다. 대중들이 무엇이 솔깃하고 어떤 주제의 문제들을 던졌을 때 효과가 큰지도 알고 있습니다. BBK 사건과 함께 던져진 서태지와 이지아 결혼과 이혼 설은 그들의 바람처럼 BBK를 깨끗하게 묻어버리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증명할 수 없으니 사실이 아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세상에는 증명할 수는 없지만 심증은 가는 확실한 일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더욱 권력을 모두 가진 자들만이 증명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밝힐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기에 더욱 심증만 가질 수밖에는 없는 일이기도 하지요.

서태지와 이지아와 태고 적 이야기 같은 결혼설에 당황하고 기겁했을 정우성. 그런 정우성의 허탈함을 보며 뒤에서 마음껏 웃고 있을 BBK 관련 당사자들. 그렇게 혼란해진 상황에서 대중들은 자신들이 알고자 하는 것들만 취해서 얻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BBK 사건이나 국토부장관의 4대강 희생자를 일컬어 "4대강 인명피해는 대부분 본인들 잘못"이라는 발언도 화제가 되지 못하기도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던 이유는 당적을 가진 대통령이 선거와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언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대통령 탄핵을 맨 앞에 나서 주장했던 이재오가 스스로 나서서 선거개입을 하면서도 방송에 출연해 당당하게 탄핵 사유를 정당화하는 모습도 대중들은 알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각자의 몫이겠지만 절대 권력자에 의해 휘둘리는 상황들 속에서도 그들이 숨기고자 하는 진정한 모습들을 찾아보려는 노력들은 각자 개인의 몫일 겁니다. 아니 바른 언론이라면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단신취급이나 숨기려 하지 말고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파 해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언론마저 권력의 시녀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부지런하게 사실들을 알아가고 잘못된 것들을 비판하는 자세일 듯합니다. 족벌언론들의 종편이 들어서면 이런 황당한 일들은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더욱 혼란만 가중되는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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