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촘촘함을 유지하고 있는 <시그널>은 2회를 남긴 상황에서 중요한 반전을 이끌었다. 자살했다고 알려졌던 박선우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죽은 오치수가 마지막까지 밝히고자 했던 진실은 '인주 여고생 사건'이 아닌 박선우의 죽음이었다. 그 안에 모든 변수가 존재하고 이재한의 생존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비겁한 세상에 분노하라;
빨간 목도리와 박선우의 채혈 기록, 성폭행 공소시효 대신 살인사건으로 대체한 이유
어렵게 '인주 여고생 사건'의 피해자였던 강해승을 만난 수현과 해영. 그들은 그녀를 통해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된다. 해영의 형인 선우는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날의 진실은 종료된 사건과 다른 결과였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바로 인주 시멘트 사장 장성철의 아들인 장태진이었다.
'인주 여고생 사건'의 최초 가해자가 장태진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중요했다. 그동안 철저하게 감췄던 진실이 밝혀졌지만 성폭행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폐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통해 범인을 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주 사건이 아닌 그 뒤에 일어난 살인 사건이었다.
작은 도시인 인주시는 '인주 시멘트'가 경제적 지배권을 가지고 있다. 작은 도시에 위치한 거대한 공장은 그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인주 시멘트' 사장 형이 현역 국회의원인 장영철이다. 돈과 정치권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그들은 그래서 강력할 수밖에 없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정치권력으로 날개까지 단 그들에게 무서울 것은 없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들은 철저하게 진실을 감추기 위해 억울한 희생자를 찾았다. 아무런 힘도 없는 장선우가 그 대상이 되었다. 돈도 빽도 힘도 없는 그는 희생양으로서는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선우가 그들이 원하는 나약한 희생양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억울한 누명을 쓴 상황에서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진범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이유로 인해 그는 다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최초 범죄 현장을 증명해 줄 강해승의 빨간 목도리를 선우가 가지게 되었고, 이를 재한에게 전하려 했다.
수많은 이들 중 유일하게 사건의 본질을 찾으려 노력했던 형사 이재한이라면 진범을 잡아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없는 사람을 위해 움직이지는 않는다. 운명마저 가진 자의 편에 서는 이 한심한 현실 속에서 마지막 기회는 준비되었다.
현재 시점의 차수현은 박해영의 집 앞에서 무전을 시도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재한 형사를 찾는 해영의 목소리에 수현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해영이 했던 과거와 무전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기 때문이다.
해영이 급하게 인주로 내려간 사이 그의 방에서 찾은 것은 바로 자신이 스마일 스티커를 붙여주었던 재한의 무전기였다. 과거 수현은 인주 사건 이후 변한 재한을 위해 잠복근무를 함께 나갔다. 차안에서 잠든 재한을 바라보던 수현은 무전기 소리를 듣고 놀란다. 당시에도 사용하지 않던 오래된 무전기에서 불빛이 나오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재한 형사를 찾던 해영과 무전을 하려는 순간 발바리가 출몰하며 그들의 소통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닿을 듯 닿지 않는 그들은 그렇게 운명처럼 엮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운명의 끈은 이제 현재의 수현과 과거의 재한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안치수는 과거 인주 사건을 조사하지 않았다. 그가 해영에게 "진실 알고도 감당할 수 있다면 인주 병원으로 와라"라고 했던 말의 진실은 채혈실 기록 때문이었다. 인주시로 내려갔던 해영은 형의 친구를 통해 안치수 계장이 형 선우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병원 앞에서 만나자고 했던 것은 그 곳에 증거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치수와 통화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한 해영은 잊을 수 없는 소리를 기억하며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한다. 구급차 소리와 엘리베이터, 잡음 등을 따라 안치수의 마지막 행적을 따라가던 해영은 자신을 추적하던 형사를 따돌리기 위해 비상구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해영은 채혈실을 찾게 된다. 그 안에 형의 기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우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증거는 곧 그 채혈 기록에 존재한다. 모두가 자살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 안에 담긴 약물은 타살을 암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한이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말에 정신이 빠진 수현은 랩도 걷어내지 않은 채 짜장 소스를 붓는 실수를 하고, 화장실 남녀 구분도 못하는 그녀는 혼이 빠질 정도다. 그러다 실수로 다리를 다친 수현은 재한에게 고백한다. 좋아한다고. 그런 수현의 마음을 받아주기 어려웠던 재한은 발바리를 잡는 과정에서 다시 수현을 돕다 칼에 찔리고 만다.
선우가 증거가 있다면 내려와 주기를 원했지만 재한은 수현을 선택했다. 다리를 다친 수현을 걱정한 재한은 출동 후 찾아가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칼을 맞고 구급차에 실려 가는 재한과 동승한 수현. 그녀는 그곳에서 어린애처럼 울면서 재한에게 사랑 고백을 한다. 수술을 끝내고 잠든 재한 곁에서 간호하다 잠들어버린 수현. 그리고 울린 무전기. 재한은 2월 18일 선우가 살해당한다며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재한에 의해 몰락 위기에 빠진 김범주는 다시 장영철을 찾는다. 회에 이어 이번에는 고기를 먹던 장영철은 일본의 고급소가 길러지는 과정과 철저하게 호강을 받으며 길러지는 이유가 잡아먹히기 위함이라며 사냥개인 김범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 압박은 모든 문제를 만들고 있는 이재한을 죽이라는 의미였다.
'인주 여고생 사건'이 아닌 '박선우 살인사건'으로 변경된 것은 <시그널>이 처음부터 집중했던 '공소시효'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위함이다.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는 한 방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된 사건이 바로 '박선우 살인사건'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탁월한 구성력이 감사할 정도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부패한 권력은 약한 사람의 피를 빠는 흡혈귀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부패한 권력을 비유한 <시그널>은 그래서 대단하다. 구급차에서 재한에게 사랑 고백을 하며 오열하던 수현은 "평생 짝사랑을 잊지 못해도 다치지도 말고 죽지도 말아요"라는 말은 재한의 부활을 예고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재한이 살아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다. 살아나기 위해서는 정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법은 결국 오치수가 변수로 남기 때문이다. 딸을 위해 정의를 버린 오치수가 2000년 마음을 바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면 재한은 죽지 않으면서 모든 범죄를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변수는 오치수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남은 2회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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