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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싸인 18회-살인에 갇혀 완성도를 놓쳤다

by 자이미 2011.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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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식의 범죄 수사 드라마를 꿈꾸던 <싸인>이 예정되었던 16회를 넘어서며 눈에 띄이는 한계로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인기가 높고 많은 이들이 즐겨 보는 방송이기에 일부의 의견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이 많은 <싸인>입니다.

장항준의 시나리오 전념은 패착이었다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포기하고 16부작에서 20부작으로 연장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면 시나리오 작업에 집중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패착인 듯합니다. 그가 각본에 전념했다는 11회부터 그 전까지 진행되었던 과정들이 늘어지며 사건들의 얼개들이 허술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살인은 계속될 뿐이다


정우진 검사가 망치 살인범에게 당하며 촉발된 위기는 범인으로 지목되어왔던 이호진이 체포됩니다. 잠복 중이었던 최이한과 창고로 들어선 후 사라진 이호진. 쓰러져 있는 정우진 등 모든 상황들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그가 취조실에서 취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망치 살해사건이 계속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만든 게임 시나리오대로 레벨 업을 해서 학교 선생님을 살해한 사건으로 인해 범인이 분명함에도 어쩔 수 없이 풀어줘야 하는 상황은 그들을 허탈하게만 합니다.

다른 이들과의 이야기는 거부하며 고다경과의 만남을 고대하던 이호진은 역으로 그녀에게 당하게 됩니다. 자신의 과거가 시나리오 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고 이런 사실을 끄집어내며 자극하는 그녀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살인마의 눈물은 모두를 두렵게 합니다.

계속 되는 살인행각에 이호진을 돕고 있는 범인이 존재하고 그 범인은 시나리오의 내용을 알고 있는 이 중 하나일 것이란 확신을 하게 됩니다. 시나리오를 읽을 수 있었던 게임 회사 직원들이 지목되고 그들을 불러 취조를 하지만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한 그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지훈은 국과수를 찾아 대립각만 세우고 있었던 이명한에게 부검을 부탁합니다. 시나리오대로 살인이 이뤄진다면 다음 단계는 수많은 인파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단계까지 나아가기 때문이지요. 이런 윤지훈의 부탁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동시 부검을 수락하는 이명한은 편향된 정의이지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망치 살인 사건의 부검을 통해 살인범이 어깨 손상을 입은 존재임을 밝혀낸 윤지훈은 전날 게임 회사에서 병원엘 다녀 온 직원을 기억해 냅니다. 외상성회전근계손상이라는 다소 긴 병명을 가진 이 병은 일정 높이 이상으로 손을 올리지 못하기에 사체에 남은 흔적들이 연쇄 살인범이 저지른 다른 범행과 다름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윤지훈은 경찰과 연계해 범인을 쫒기 시작하고 이호준의 고등학교를 찾아간 고다경은 과거 은사에게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자신과 같은 학교를 다녔던 범인이 학창시절 조용하고 공부만 하던 존재였다는 사실은 평범함 그 자체였지만 욱하는 성격이 드러날 때는 두려움을 느꼈다는 말에 그의 성격을 알 수 있을 듯도 합니다. 

친구가 전혀 없었던 그에게도 딱 한 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윤지훈도 확인 한 우재원이었습니다. 그들이 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왔다는 사실은 공범일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게 하지요. 사람들이 많은 쇼핑몰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살해하라는 게임 시나리오처럼 붐비는 쇼핑몰에서 행복한 연인의 뒤를 따르며 살인을 준비하는 살인 동업자 우재원.

드라마틱하게 결정적인 순간 그의 범행을 저지하며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모든 범행은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했던 것이라 이야기하는 우재원으로 인해 그들은 다시 한 번 큰 벽에 막히고 맙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살인마 이호진. 그를 잡기 위해서는 확실한 그 무엇이 필요하지만 그는 무척이나 영특하고 냉철한 살인마였습니다. 

그런 그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단서는 역시 게임 시나리오였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을 억압했던 존재를 죽임으로서 결국 세계를 지배한다는 그는 그 대상을 현실 속에서 고다경으로 택합니다. 자신의 억눌렸던 감정을 긁어 폭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고다경. 

과학 수사로 자신을 옥죄더니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선 그들은 자신이 이뤄가고 싶었던 세상에 가장 강력한 적으로 떠올랐습니다. 과거 고등학교 시절 당했던 수모와 멸시를 넘어서는 그 존재를 없애지 않고서는 자유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호준은 긴 복도를 걷고 있는 고다경의 뒤를 밟습니다. 
  

<싸인>은 2회 만을 남겨둔 채 마지막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서윤형 사건의 진범인 강서연은 윤지훈을 찾아 직접적으로 자신을 잡아보라며 도발을 합니다. 5년 전 고다경이 동생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으면서도 파렴치하게 그 죄를 고다경에게 몰아가던 살인마 이호진. 그는 자신이 철저하게 감추고 있었던 마음 속 상처를 건드리는 고다경에게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게 연쇄 살인범인 강서연과 이호진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주인공들인 윤지훈과 고다경을 압박하며 완전 범죄를 꿈꿉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살인이라는 테두리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싸인>은 주인공들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나올 정도로 제각각의 엔딩 장면 만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범죄 수사 물로서 새로운 가치를 잡아갔던 <싸인>은 중반을 넘어서며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에 집중하기만 했습니다. 연쇄살인마들의 극단적인 상황들이 이슈가 되고 이를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살인마 연기가 화제가 될 뿐 <싸인>이 시작과 함께 내세웠던 정의와 진실 찾기는 그들의 과도함에 메몰 되는 듯합니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도 모두 용서가 된다고 하지요.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암울한 죽음의 서사시가 아닌 처음부터 그들이 줄기차게 이야기 해왔던 사회 정의와 진실을 위한 통쾌한 마무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권 후보로서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가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결정적인 단서로 딸이 연쇄 살인마임이 밝혀지며 모든 죄상이 드러나 낙마하는 모습. 연쇄 살인마였던 이호진이 자신의 마지막 클리어 대상인 고다경을 죽이지 못하고 붙잡히거나 죽게 되는 상황. 이를 통해 그들이 그렇게 원했던 사회 정의는 실현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던 그들로 인해 국과수는 더욱 단단하고 특별한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이런 상황 속에 자연스럽게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했던 이명한 원장은 씁쓸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바라는 결말이 될 듯합니다.

장항준 감독이 각본에 매진하며 가벼운 재미들은 늘었지만 미국 범죄 드라마에 기대는 행태는 오히려 늘며 <싸인>만의 아이덴티티는 많이 잃어버린 듯합니다. 연쇄 살인마들이 주요하게 다뤄지며 윤지훈과 고다경의 존재감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다른 배우들의 역할마저 한정되며 마치 주인공들이 연쇄 살인마였던 것처럼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은 아쉽기만 합니다.

마지막 2회 동안 그들은 어떤 결과로 시청자들과 함께 소통을 할까요? <싸인>으로 인해 국내에도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자주 등장할 수는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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