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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싸인 8회-박신양을 압도했던 노배우 김성원의 존재감

by 자이미 201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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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을 내세워 진실을 호도하는 무리들과 정의를 위해서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익을 위하는 것이라 믿는 이들의 대결. 이것이 <싸인>이 내세우는 대립이고 가치입니다. 이명한이 주장하는 목적을 위한 정의를 포장한 불의와 더디더라도 정의를 위해서는 타협이 없는 윤지훈, 그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 현실과 이상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우리시대 진정한 정의와 국익은 무엇일까?




8회에서는 미군에의 한 내국인 살인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대권후보로서 가장 유력한 정치인 강준혁. 유명 아이돌 서윤형을 살해한 강서윤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정치적인 법학자 이명한에게 미군살해사건을 조작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그에 부응하는 대가를 조건으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그들이 꺼내 놓은 명분은 '국익'이었습니다.
MB정권 들어 가장 자주 사용하는 권력자들의 이야기는 '국격'입니다.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만큼 그에 걸 맞는 행동을 하자는 취지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국격을 해하는 일들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국격을 논하는 것만큼 민망하고 추한 모습은 없지요.

유력한 대권 후보와 이명한이 나누는 '진정한 국익'은 바로 우리 시대 '국격'을 논하며 대한민국을 초라하게 만드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국익은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보여주기 위한 정치를 하고, 자신의 야망을 위해 무고한 이들이 희생되어야만 하는 야만적인 정의였습니다.

이명한이 저주하듯이 내뱉던 '죽어도 상관없는 이들도 있다'는 발언은 인간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물질만능주의, 세계화, 자유경제라는 말들로 규정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인권과 힘없는 개인의 가치는 이미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해버린 상황입니다.

개발 논리로 인해 세입자들을 범죄자로 만들어 죽음으로 내몰고도 반성 없는 정권에게 용산 참사는 그저 도시 빈민들의 '국격'을 해치는 난동일 뿐이었습니다. 태안반도를 죽음의 늪으로 만든 재벌은 권력자들의 은혜를 받아 태안반도에 묶여 있던 땅들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기도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사회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싸인>은 영특하게도 절묘하게 결합하며 2011년 대한민국을 들여다보게 하고 있습니다.

미군에 의해 자행된 살인을 한미일 3국 회담에 피해를 미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사건을 조작하는 권력자들. 그런 그들에 의해 죽어도 괜찮은 존재로 전락한 조폭들. 그들이 사회악으로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역시 우리가 껴안아야만 하는 국민들임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더욱 외국인에 의해 처참하게 죽어간 사건을 자신들의 논리로 인해 조작되어 피해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행위는 권력 남용의 전형이기도 합니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게만 강한 조잡한 권력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이명한과 드라마 속 권력자들은 그들에게 국익은 그럴듯하게 포장된 가진 자들의 권리뿐인가 봅니다.

이명한에 의해 일본으로 가야만 했던 윤지훈과 고다경은 백골에서 죽음의 진실, 아픈 우리의 역사를 들여다봅니다. 19살의 어린 여자의 죽음. 그 죽음의 진실은 무엇일까에 대한 그들의 고민은 잃어버린 아프지만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핵으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아키짱을 도왔던 남학생. 그 남학생이 학도병으로 동원되어 대동아전쟁으로 나서게 되자 "꼭 살아 돌아와"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던 여학생의 사체는 노년의 그 학생은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유명한 절벽에 이르러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오열을 합니다. 

지병으로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자신을 그리워했던 소녀를 백골로 만나야 하는 난감함 속에 순수한 사랑의 아픔과 그리움은 윤지훈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게 합니다.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정우진과 영원한 사랑을 기원했던 장소. 그곳에서 영원한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게 하는 백골 사건은 윤지훈이나 고다경이나 모두에게 중요하게 작용하게 될 듯합니다.

사무적인 일로서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한 그들이 순수한 사랑의 상징처럼 등장한 백골 사건으로 인해 서로의 존재에 대해 작지만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다는 것은,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고 사회 정의에 대한 담론으로 무거워진 <싸인>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듯합니다. 우연하게 찍힌 윤지훈의 옷 갈아입는 사진과 이에 '보고 싶었어요'라며 뛰어가는 고다경의 모습 속에는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지요.

대검부장의 아들이 자신과 함께 일을 하는 꼴통 형사 최이한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곤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는 정우진 검사. 그런 정우진이 사랑스럽기만 한 최이한은 속물 우진을 사랑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그들도 서로가 의식하지 않은 순간 조금씩 서로에게 감정을 나누고 있음을 시청자들은 느낄 수가 있었을 듯합니다.

속물 속에서 윤지훈처럼 바른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최이한은 그들이 그토록 숨기고 싶어 하던 사건과 마주하게 만듭니다. 미군에 의해 살해된 조폭 사건이 조폭들 간의 싸움으로 조작된 사건을 접한 그는 진실을 찾기 위해 거대한 힘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 당당하게 윤지훈과 고다경 앞에 등장해 숨진 서윤형의 마지막 모습을 어떠했는지 묻는 살인자 강서연은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의사로 살아가며 사회 지도층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거대한 힘에 의해 사건은 은폐 조작되고 유력한 살인범은 결혼해 의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드라마 속 태연하게 자신이 죽인 이의 마지막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재현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죽은 자만이 진실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건들. 억울해서 거짓 속에 진실이 가려진 사건들을 파헤치는 윤지훈과 고다경은 우리 시대 많은 이들이 꿈꾸는 이상향일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현실 속 권력자의 모습을 한 이명한과는 달리, 진정한 정의를 위해 자신과도 타협하지 않는 윤지훈과 고다경에게 많은 이들이 동조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우리 시대 잃어버린 가치를 그들이 대신 찾아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과도 타협하지 않고 오직 진실을 위해 매진하는 모습은 우리가 얻고 싶은 혹은 우리가 되고 싶은 영웅의 모습이니 말입니다. 

9회부터 2회 정도는 미군 살인범을 찾는 과정과 대립들이 중점적으로 보여 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 안에 숨겨진 한미 간의 불공정한 현실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그래지고 이야기되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보여 진 모습은 많은 기대를 하게 합니다.

자신의 눈앞에서 서윤형 살인범인 강서연을 놓치고 국내로 들어와 이명한의 수업에 참석해 윤지훈이 외친 사자후는 그들의 대립이 극대화 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좋은 법의관이란 무엇인가?'와 '국과수의 존재 이유'는 <싸인>의 핵심이자 그들이 대치할 수밖에 없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8회 가장 돋보였던 존재는 기존의 등장인물들이 아닌 아끼장을 도왔던 남학생의 현재의 모습으로 출연한 노배우 김성원이었습니다. 중후한 목소리에 감정선을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그의 연기는 '연기란 무엇인지'를 보여준 열연이었습니다.

단역으로 잠깐 등장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그 어떤 배우들보다도 뛰어났습니다. 몸짓하나, 대사 하나에 최선을 다한 노년의 배우 김성원은 왜 우리 시대 이런 노련한 배우들이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짧은 출연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농익은 연기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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