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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싸인 9회-박신양과 김아중의 눈물이 아름다운 이유

by 자이미 201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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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재미로 무장한 <싸인>은 회를 거듭할수록 긴장감을 부여하는 사건들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매 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 이 드라마는 9회 우리사회에 중요한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정의는 노력 없이 얻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드라마 <싸인>은 그래서 더 소중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정해야 할 법이 권력의 시녀가 되었을 때




일본에서 서윤형 사건의 진범을 눈앞에서 놓친 윤지훈은 대학에서 강의 중인 이명한을 찾아 국과수 법의 관으로서의 자질과 설립취지에 대한 포효하듯 이야기할 정도로 격양되어 있습니다. 법의학자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벌인 이명한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윤지훈의 마음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밖에는 없었을 듯합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혹은 권력을 가진 이들의 말과 행동은 모두 옳다'라고 인식하는 일반적인 견해로 인해 소수의 진실은 묻히고 다수의 거짓이 곧 정의가 되는 것이 현대사회의 모순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다수가 결정하는 민주주의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이런 민주주의를 영악하게 이용하기 위해 많은 이들은 권력이라는 힘을 가지고자 모든 것을 내걸고는 합니다. 곧 그 힘으로 민주주의를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싸인> 9회에서 폭발하듯 드러난 것은 바로 권력에 대한 집착이었습니다. 이명한이 어떤 방식이든 권력을 가져야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말하고 그렇게 얻은 권력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윤지훈과는 대립을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거짓으로 만들어진 정의는 곧 정의가 될 수 없고, 쉽게 무너질 수밖에는 없는 정의일 뿐입니다. '자신이 힘을 얻으면 좋은 일에 쓰겠다. 그렇기 위해서는 지금 비리를 저지르고 불의에 동참하는 것도 모두 좋은 일을 위해 힘을 가지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면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이명한의 이런 권력욕은 그저 자신의 탐욕을 합리화하기 위한 논리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기본 원칙마저 뒤흔들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모두가 국과수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변명은 자신만이 아닌 그가 속해있는 국과수마저 비리의 온상으로 만드는 일일 뿐입니다. 강력한 권력이 나타날 때마다 스스로 시녀가 되기를 자청하는 검찰 조직의 모습 역시 이명한의 모습과 별반 다른 것이 없습니다. 

유력한 대권 후보에 의해 저질러진 살인 사건들을 애써 감추며 정의와 진실을 찾으려는 이들을 궁지로 몰아넣는데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남용하는 모습은 우리가 현실에서도 너무 익숙하게 봤던 모습이기도 합니다.  

현 정부 들어서서 유행어가 되어버린 '국익' 역시 <싸인>에서는 직접적으로 거론합니다. 누구를 위한 '국인'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윤지훈의 질문에, 간단하게 죽어도 될 인간의 진실 따위는 거대한 국가와의 관계를 위해서는 묻어도 된다는 이명한의 말은 우리시대 '국익'의 실체와 마주하게 합니다.

아마도 이명한의 '국익론'에 동감하는 이들도 다수는 아니지만 분명하게 있을 것입니다. 깡패하나 죽은 것 눈감아주고 이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한다는 것이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이 아니겠냐는 말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것'보다 미련한 짓일 뿐입니다.

이런 행동을 보고 미국은 은혜라도 입은 듯한 표정을 지을까요? 아니면 역시 한국이라는 나라는 우리의 속국일 뿐이야? 라는 생각을 할까요? 바보가 아닌 이상 후자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겁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 자국민의 살인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 조작하는 나라를 과연 공정한 파트너라고 생각할거라는 소수의 착각은 불행의 시작일 뿐입니다.

상호간의 우호나 건전한 발전은 동등할 때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 의해 종속된 상황에서는 공정이라는 말은 사치일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진실을 찾으려는 고다경과 윤지훈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현대사에서 자유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독재 권력에 저항하며 대한민국에 자유를 외치던 수많은 이들로 인해 비로소 현재의 우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 역사 역시 30년 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지닌 민주주의는 많은 이들의 의로운 피로 만들어진 결과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잘못된 일에 눈감지 않고 정의와 당연한 권리를 위해 투쟁한 우리의 아버지, 삼촌, 형제들로 인해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그래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값지고 소중한 것입니다. 일본의 지배, 남과 북의 전쟁, 독재자의 장기집권 등을 거치며 정의도 자유도 빼앗겼던 국민들이 비로소 자신의 권리를 획득하고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필요해 의해 주장한 수많은 이들의 용감한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싸인>의 윤지훈과 고다경이 부당한 범죄 앞에서 굴하지 않고 진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거는 모습이 무모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다른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 꼭 그런 식의 무모하고 과격한 방식으로 법도 무용지물로 만들며 행동해야만 했나? 라는 인식을 가진 이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잘못된 권력에 부화뇌동한 법이 만약 부정한 방식으로 우리의 목을 죄고 있다면, 과연 조용하게 법치주의 국가라는 미명아래 침묵해야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아니면 부당함을 부당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잘못된 것에 침묵하는 것은 그에 동조하는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않으면 그 잘못은 시간이 지나며 정의로 포장되기도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법의관이 되어 자신이 하는 첫 부검이 법의관으로서 마지막 부검이 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진실을 위해 감행한 고다경. 그런 고다경에게 '진정한 법의관'이라 이야기하는 윤지훈은 우리시대 많은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드라마는 이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권력남용으로 엉망이 되 가고 있는 사회에 침묵하고 암묵적 동의하는 다수는 곧 비겁자이고 그들과 같은 존재일 뿐이라는 말을 하는 듯해서 가슴이 뜨끔할 정도입니다.

이명한 원장에 의해 법의관에서 해임된 고다경은 당당하게 받아들이며 윤지훈 앞에서 눈물을 보입니다. 이는 자신이 직업을 잃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의 억울함이 앞섰을 겁니다. 이런 고다경을 바라보며 차가운 윤지훈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진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건 후배를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일 것입니다.

자신의 모든 짐을 두고 가겠다며 '윤지훈 선생님이 진실을 밝히고 자신을 다시 이 자리로 부를 것을 믿는 다'는 고다경의 이야기는 윤지훈에게는 큰 힘으로 다가옵니다. 외롭게 지켜내야만 했던 정의를 함께 지켜낼 동료가 있다는 사실은 윤지훈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값지고 큰 힘이 될 수밖에는 없을 테니 말이지요.

현재 고다경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걸고 정의를 찾기 위해 의연하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선  이를 대신해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또 다른 윤지훈들은 드라마 속 윤지훈처럼 정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요? 함께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고 외쳤던 동료들을 대신해 권력에 앉아 있는 그들은 과연 동료들의 그 뜻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정치를 하는 수많은 이들이 깊이 새겨야 할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독재 권력의 시퍼런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지켜냈던 사회 정의. 그렇게 힘겹게 얻어냈던 민주주의가 20여 년이 흘러 다시 몰락하고 있음을 그들은 통감해야만 할 것입니다. 남겨질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건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권력에 남겨진 이들은 엉망인 사회를 정상으로 만들어야만 의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싸인>은 철저하게 '정의란 무엇인가'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의를 규정하기 위해 마이클 샌델은 다양한 상황들을 대비시켜 탁월한 분석으로 이야기했듯, <싸인>은 여러 사건들을 배치시켜 윤지훈과 이명한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습니다.

미드 CSI시리즈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형식의 과학 수사를 하는 모습은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현장에 답이 있다는 그들에게 조작된 현장과 진실을 찾으려는 윤지훈의 대결 구도는 <싸인>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를 유발하는 드라마 <싸인>은 단순히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장르적 재미만이 아닌, 우리 시대 잃어가고 있는 '정의'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이 그토록 믿는 진실과 정의는 구현될 수 있을까요? '정의와 진실'이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정도로 쟁취하기 힘든 것임을 이야기하는 <싸인>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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