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순응하지 않고 진실 보도를 추구하는 것이 언론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 언론은 존재하지 않았다. 최소한 이명박근혜 시절 언론은 권력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어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현실을 품고 있는 <아르곤>은 그래서 흥미롭다.
기자의 역할;
기자가 되고 싶어 기사를 쓰고 싶어, 발로 뛴 연화의 진정성 김백진의 마음까지 흔들었다
만우절 장난 뉴스를 내보내는 위트는 그나마 언론이 제 역할을 할 때 주어지는 작은 재미다. 평상시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우리는 매일 만우절 장난 뉴스를 접할 수밖에는 없다. 그리고 우린 거의 10년 동안 그런 만우절 같은 시간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변했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의 시작은 KBS와 MBC의 총파업을 통해 시작되었다. 이명박근혜 시절 무너진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노조원들이 직접 나섰다. 그리고 국민들 역시 그들의 총파업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경영진들이 극우세력들과 손을 잡고 있지만 자유를 향한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만우절 장난 기사를 보고 재미있어 하는 아르곤 팀. 미드타운 붕괴 사고와 관련한 후속 보도는 사측의 요구에 맞게 절충했다. 물론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은 알고 있다. 더욱 백진과 연화는 은밀하게 미드타운 붕괴의 주범이 누구인지 추적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설프게 덤벼들면 머리는 어둠 속에 숨겨버린다. 결국 꼬리만 흔들고 거대한 비위 사건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르곤 팀장인 백진의 선택은 당연했다. 보다 끈질기게 추적해 실체를 완벽하게 확인하지 않는 한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백진은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모두가 조금은 느긋해진 그 시간 방송사를 흔든 것은 선광일의 등장이었다. 5년 전 교도소에서 보낸 편지로 시작된 선광일의 등장은 백진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다. 잘나가는 검사 허훈이 조사를 핑계로 선광일의 아내를 성추행했다는 주장이다. 조폭에 아내를 상습 폭행한 남편과 잘나가는 검사 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 쉬웠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모든 것은 선광일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아내 역시 남편이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단순했다. 하지만 교도소에 나온 후부터 선광일을 주기적으로 방송사를 찾아 행패를 부리고 있다.
이 사연을 몰랐던 연화는 광일과 백진 사이에 끼여 칼까지 맞는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인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미드타운 사건을 통해 연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연화의 진실 찾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더는 갈 곳도 없는 벼랑 끝에 내몰린 연화로서는 대안이 없다. 바닥까지 떨어진 연화는 발로 뛰어 취재를 시작했다. 최소한 백진은 발로 뛰어 취재하는 기자는 인정한다는 변호사 수민을 통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드타운 붕괴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게 되었고, 이번 사건에도 보다 집중하는 이유가 되었다.
기자는 경찰과 마찬가지로 촉이 중요하다. 촉으로 움직이고 현장에서 얻은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바로 기자의 역할이니 말이다. 이 과정에서 백진은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5년 전 자신이 취재한 내용 만을 보고 선입견을 가졌다. 범죄자에 마약까지 한 선광일의 말은 절대 믿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
이른 나이에 영감이 된 검사가 범죄자 아내를 의도적으로 범할 이유가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본질에 다가가기 전 백진은 자신을 너무 믿었다. 이 정도면 선악을 구별하는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무시했던 사건의 진실을 연화는 찾아가기 시작했다.
시용 기자로 제대로 기자 역할도 해볼 수도 없었던 연화는 그렇게 진짜 기자란 무엇인지 보여주기 시작했다. 백진은 휴가까지 내면서 이 사건에 집중했고, 그렇게 실체를 확인하게 되었다. 머리가 똑똑한지는 몰라도 인성이 존재하지 않는 젊은 영감 허 검사에게 농락 당한 수많은 여자들 중 하나가 바로 선광일의 아내였다.
뒤늦게 모든 실토하며 진실 보도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화는 '아르곤'에서 데뷔를 하게 된다. 2년 계약직으로 들어와 쫓겨날 일만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데뷔를 할 것이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연화는 그토록 원했던 기자로 데뷔를 하게 되었다.
만우절 힘들기만 한 작가 생활을 그만두려는 혜리를 붙잡기 위해 신철이 나서고, 그렇게 와인에 취한 둘은 함께 모텔까지 찾았다. 술기운에 함께 한 저녁이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돌싱남 신철과 방송작가로 쉽지 않은 길을 걷는 혜리는 고운 정 미운 정이 쌓인 상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엇갈린 사랑이라는 감정에 노골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했다.
국회의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낙하산으로 기자가 된 허종태가 스스로 노숙자가 되어 잠입 취재를 한다. 그 과정에서 친한 노숙자를 만나게 되고, 그렇게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그는 많은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렵게 취재한 기사는 타사에서 앞서 보도를 하며 그대로 묻히고 만다. 근 2년 만에 겨우 방송에 내보낼 수 있는 기사를 만들었는데 말이다. 낙하산 기자와 시용 기자 등에 대한 감성적인 접근이 과연 어떤 의도를 품고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파업 중 사측에 의해 고용된 시용 기자. 언론 자유를 위해 투쟁하다 쫓겨난 동료들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시용 기자들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그 시용 기자들 중 상당수는 사측을 위해 충성하는 존재로 전락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극우주의자가 되어 언론을 파괴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서는 존재들로 전락한 자들도 많으니 말이다.
<아르곤>을 이끄는 백진과 연화는 노조 기자와 시용 기자의 대립으로 시작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시용 기자가 제대로 기자로서 역할을 하면서 한 팀이 되는 이야기는 드라마로서는 흥미롭다. 하지만 실제 상황과 드라마 속 이야기를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실 속 시용 기자들은 언론 자유를 위해 투쟁한 이들이 쏟은 피 위에 올라서 있는 자들이니 말이다. 드라마에서는 시용 기자를 너무 약자 프레임으로 묶어 풀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그들을 무조건 비난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포장되어서도 안 될 일이다.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위해 연화라는 인물이 시용 기자로서 뛰어난 역할을 해주는 것은 그저 드라마일 뿐이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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