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물건과 악귀의 본명을 알면 되는 줄 알았지만 변수는 존재했습니다. 이 과정은 악귀가 병희에게 시켜 거짓으로 만든 악귀 퇴치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악귀 퇴치법이 어디 있는지 아는 이는 병희이지만, 그는 악귀에게 죽고 말았습니다.
마지막을 향해 가는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되었습니다. 1년 중 단 하루 귀신없는 날을 골라 그들은 전략을 짰습니다. 악귀의 실제 이름은 병희만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를 속여야 했습니다. 이미 악귀가 산영 몸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귀신 없는 날을 미처 인지 못한 병희는 악귀와 이야기를 한다 생각하며 '향이'라는 이름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병희까지 속일 수 있었던 것은 수족 노릇을 해왔던 치원이 옆에서 도왔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병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정도였던 치원은 아들 죽음의 진실을 듣고 복수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상의 편에 서서 병희를 속인 것이죠.
향이라는 이름을 확인한 산영은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 금줄을 쳤습니다. 악귀가 들어올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이 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과연 어느 시점부터 악귀가 산영을 잠식하고 있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줄은 악귀를 막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산영은 내 안에 존재하는 악귀와 싸워야 했습니다. 급기야 직접 불을 내고 119에 신고까지 했습니다. 악귀가 직접 금줄을 치울 수 없다는 점에서 외부의 힘을 빌린 것이죠.
병희를 찾아간 그 순간에도 어쩌면 악귀는 산영을 지배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후 이야기가 설명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향이라는 이름을 알고난 후 해상과 홍새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악귀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다섯 가지 물건 중 마지막으로 남은 옥비녀를 찾기 위해 공사 현장을 찾은 해상은 관리소장이 보관하고 있는 물건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위쪽이 부러진 옥비녀로서는 완벽할 수 없었습니다. 부러진 나머지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하는 난제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119에 실려가다 깨어난 산영은 급하게 구급차에서 내려 다시 집으로 향하다 해상과 통화를 하게 되죠. 비가 오기 시작한 날씨에 자신의 그림자가 사라졌다는 말에 해상은 악귀가 어디로 향하고 있냐고 묻습니다. 지하철을 타려는 해상은 아니었고, 교육청으로 향하던 홍새였습니다.
홍새 차량 앞에 나타나 창문을 두드리는 산영의 모습에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경험이 있던 홍새는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뜻을 이루지 못한 악귀는 바로 해상을 노리기 시작하죠. 자동문 건너편에 산영 모습을 한 악귀가 버티고 있는 모습은 섬뜩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열리는 문 앞에 더는 서 있을 수 없었던 해상은 지하철 다음 칸으로 이동해 문을 잡고 있었죠. 건너편에 선 악귀는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악귀는 이들을 자신 뜻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해상과 홍새가 쉽지 않자 악귀가 찾아간 것은 바로 산영 어머니인 강모였습니다. 때마침 강모에게 보험사 직원의 전화가 왔고, 딸이 자신의 생명보험을 들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이는 자신이 죽기 바라는 의미라는 점에서 섬뜩할 수밖에 없었죠.
이후 경문의 손에 붉은 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악귀의 재물이 되려는 순간 산영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목에 깨진 유리잔을 들고 악귀를 협박하기 시작했죠. 숙주인 산영이 죽게 되면 악귀 역시 갈 곳이 없어지며, 자멸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산영은 악귀에게 손을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구강모 교수에게 금줄을 만들어줬던 이는 해상에게 금줄을 건네며 "귀신은 거짓에 능하다"라며 경고했습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악귀의 거짓에 속아 사망한 상태라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도 해상은 문제의 물건을 모두 찾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어부의 딸이 어떻게 당시 고가일 수밖에 없는 물건들을 가질 수 있었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섯 가지 물건은 당시 향이가 누릴 수 없는 사치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해상이 할 수 있는 것은 빨리 모든 것을 찾아내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산영을 찾기 위해 집까지 찾은 홍새는 전화를 받고 어느 부부를 찾습니다. 그 집에는 악귀가 그린 그림과 유사한 그림이 있었죠. 강모가 만나기를 원했던 그림을 그린 여성은 바로 향이 동창이었습니다. 목단의 언니인 향이도 그림을 좋아했다고 하죠.
가난한 형편에 그림을 그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어린 동생인 목단이 학교까지 찾아와 배고프다고 떼 쓰는 모습이 향이는 부끄럽고 싫었습니다. 집에서 싸준 점심 도시락은 삶은 감자가 전부였습니다. 지독한 가난을 남들에게 들키기 싫었던 향이는 그저 이 모든 것이 원망스러운 사춘기 소녀였습니다.
58년 장진리에서 있었던 인신공양의 대상은 목단이 아닌 향이였습니다. 문제의 댕기를 받은 것은 향이였으니 말이죠. 그저 예쁜 댕기를 받아 즐거운 향이와 그런 언니가 부러운 목단의 모습은 결과를 알기 때문에 씁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늦은 저녁 향이는 부모가 인신공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엿듣게 됩니다. 자신을 굶어 죽게 한다는 말에 기겁한 향이는 댕기를 탐내는 동생 목단에게 그걸 넘기죠.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예쁜 댕기를 얻었다고 즐거워한 목단은 그렇게 무당의 손에 이끌려 염 씨 일가의 자택으로 가게 되었죠.
마을에는 잔치가 벌어졌지만, 향이 집은 달랐습니다. 막내를 인신공양하게 된 엄마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향이는 자신이 가지 않아서 그러냐고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딸의 목숨값은 장롱 안에 있었고, 이를 발견한 향이는 그동안 탐났지만 살 수 없었던 초자병들을 사 신나서 집에 돌아왔죠.
그런 향이에게 화를 내는 아버지와 깨져버린 초자병이 아깝기만 한 그는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을 알고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 때문에 동생이 희생양이 되고, 마지막까지 막으려 노력했던 어머니는 이런 사실에 더는 참지 못하고 목을 매고 말았습니다.
악귀에 의해 죽는 이들이 모두 목을 메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기인했습니다. 절망에 빠져 있던 향이를 찾아온 것은 미술교사와 친구였습니다. 다시 희망을 품으며 집안 청소부터 시작한 향이는 아빠와 오빠를 위해 식사까지 마련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희망을 품은 그 순간 향이에게 찾아온 것은 지독한 불행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오빠가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인신공양 때문이라 생각한 향이는 받은 돈을 싸서 무당이 있는 염 씨 집을 찾아 동생을 돌려달라 간청합니다.
창고에 있던 동생 목단은 지독한 굶주림에 기력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언니를 보자 집에 가자는 동생을 안고 서럽게 울던 향이는 이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순순히 돈을 받고 동생을 돌려주나 쉽던 무당이 들어와 갑작스럽게 목단을 칼로 찔러 버리고, 이제 향이가 악귀라고 외쳤습니다.
악에 받친 그 모습은 무당 입장에서는 악귀로서 최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처음 점지한 존재가 목단이 아닌 향이라는 점에서 무당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병희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목단과 향이는 그 창고에서 죽어야 했습니다.
목단의 시신은 장진리로 보내졌지만, 향이의 시신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세상에서 완벽하게 사라진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악귀가 원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시신이었으니 말이죠. 그걸 찾기 위해 악귀는 산영의 몸을 이용해 해상과 모두를 속이고 있었던 것이었죠.
치원은 아들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악귀가 지배하고 있는 산영을 병실로 들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기겁하는 병희는 다시 한번 제안을 하죠. 마지막 순간까지 추악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던 병희는 남편과 자식,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죽음처럼 잔인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흥미롭습니다. 다른 이들이 모두 목을 매는 방식으로 죽은 것과 달리, 병희는 병실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것으로 보이니 말이죠.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인지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병실에 들어선 것이 악귀가 아닌 산영일 수도 있고, 그저 지레 겁을 먹은 병희가 뛰어내린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죠.
병희가 죽던 시간 해상과 홍새는 창고 안에 숨겨진 문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 찾고 있던 백골이 된 사체를 발견하게 되죠. 그리고 그곳에 해상이 찾던 옥비녀 일부도 발견되었습니다. 악귀는 왜 다섯 가지 물건과 시체가 간절했을까요?
향이 시체까지 발견되자 산영의 몸에 있던 악귀는 "끝났다"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악귀의 상징인 머리 푼 그림자가 사라졌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귀신을 보는 이들까지 속일 수 있는 완벽한 악귀의 모습을 갖기 위함이었습니다.
악귀가 지배한 산영은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요? 해상은 이 모든 것이 악귀의 짓이었음을 깨달을 겁니다. 그리고 병희가 무당이 건넨 진짜 악귀를 퇴치하는 방법이 적힌 문서를 어딘가에 숨겼음을 알게 되어야 합니다. 그 방법을 통해 산영을 지배한 악귀를 제거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반전을 준비하는 '악귀'는 그렇게 완벽한 존재가 된 후에야 그를 완전히 퇴치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과연 산영은 살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악귀와 함께 스스로 죽음을 택해 악귀를 퇴치할까요? 이제 결말만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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