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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옷소매 붉은 끝동 9회-역모 막은 덕임, 실체 드러난 광한궁

by 자이미 202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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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상궁이 이끄는 궁녀들의 모임인 광한궁이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많은 정조를 다룬 이야기들 속에서 궁녀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섬세하고 다양하게 다뤄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큰 의미를 가진다. 정조만의 이야기가 아닌 사극이라는 틀 자체의 기준을 바꿨다.

 

소문으로만 돌던 광한궁 이야기는 지난 8회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이를 이끄는 제조상궁이 대의명분을 앞세워 개인적인 행동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영조의 후궁이 될 것이라 믿었지만 친구가 영빈이 되었고, 그의 유일한 아들인 사도세자는 그래서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개인적 복수는 사도세자를 광인으로 만드는 이유가 되었고, 그렇게 영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의 아들인 이산이 왕이 되는 것도 막아야 했다. 죄인의 아들은 왕이 될 수 없다는 논리이지만 산이 왕이 되는 순간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내몬 자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반대할 뿐이다.

 

사도세자를 광인으로 이끌어 실제 분노하게 만든 제조상궁은 드러난 끔찍한 과정을 앞세워 궁녀들을 규합하고 분노를 모았다. 그렇게 제조상궁은 은밀하지만 거대한 조직인 광한궁으로 이끄는 존재가 되었다. 이들 비밀조직에 가담하지 않기 위해 외면해왔던 서상궁마저 강제로 수결하며 이야기는 보다 흥미롭게 흘러갔다.

 

매병에 걸린 영조는 세손을 불렀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잊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되고 있었다. 능행을 떠나는 세손에게 뭔가 언질을 하러 불렀지만 왜 불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영조는 군대를 부를 수 있는 호패인 호부를 전달하며 그가 왜 불렀는지 추측할 수 있게 했다.

 

영조는 궁녀들 사이의 비밀조직인 광한궁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세손이 조심하길 바라는 마음에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 기억을 잃어가는 상황에서도 호부를 건네는 장면에서 잘 드러나니 말이다. 

 

능행을 하는 세손의 행보가 제조상궁에게는 기회였다. 궁에서는 세손을 함부로 할 수 없지만 궁에서 벗어나면 그만큼 기회는 많아진다. 세손을 지키는 이기사가 존재하지만 광한궁에서 기른 사병들 역시 충분하다는 점에서 이번 능행은 세손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라 판단했다.

 

덕임에게는 편한 동네 언니라 생각한 월혜는 제조상궁의 조카이자 살수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인물이었다. 웃는 얼굴에 편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광한궁 조직 내에서 월혜의 역할과 위상은 컸다. 그런 월혜에게 건넨 그 상자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제조상궁이 궁에서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음은 그가 화완옹주가 더는 필요 없으니 잘라내라고 명령하는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영조가 세손에게 대리청정을 공식화하면서 더는 옹주는 필요 없게 되었다. 영조를 움직이기 위해 옹주의 편에 서서 그들 뒷바라지했지만 이제 필요성이 사라진 옹주는 해빈의 저주보다 먼저 내쳐지게 되었다.

 

행궁에 도착한 세손은 화가 많이 나있었다. 식사도 거른 채 그가 분노한 이유는 백성들의 한탄 때문이었다. 스무 해 정도 백 명이 넘는 많은 여자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왕실 이름으로 아이들이 유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세손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겸사서는 이번에는 모른척하고 넘어가라 언급했다. 영조의 병세가 위독해지는 상황에서 대리청정하고 있는 세손이 이 문제를 언급하면 처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매병을 앓아 기억이 온전치 않은데 범인을 잡고 처벌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보다는 자칫 왕이 되는 데 있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겸사서는 세손이 왕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손이 성군이 되어 백성들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란 믿음보다 자신의 누이를 중전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이 더 앞서는 존재다. 실제 세손 역시 겸사서를 곁에 두고 있지만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오랜 시간 누군가 왕실 이름으로 어린아이들을 납치해갔다는 사실은 중대한 일이다. 그럼에도 왕위를 위해 침묵하라는 겸사서의 발언에 세손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게 곧 세손과 겸사서의 분명한 차이이자 이후 벌어진 균열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스무 해 동안 어린아이들을 데려간 자들은 광한궁일 가능성이 높다. 제조상궁을 돌보는 어린 생각시들의 모습들과 역모 상황에 등장하는 궁녀로 보이는 자들 모두 그렇게 길러진 살수들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제조상궁이 역모를 준비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손이 그 문제로 골치가 아픈 것과 달리, 덕임은 세손의 잠자리에서 금침 속에서 잠이 들었다. 서상궁이 오랜 시간 행궁을 비워서 아궁이가 문제라며 세손을 위해 잠자리를 따뜻하게 만들라며 절대 잠들지 말라고 했지만 이를 지킬 수는 없는 일이다.

 

화가 났던 세손은 자신의 자리에서 잠들어 있는 덕임을 보자 모든 화가 사라졌다.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를 보며 세손이 느끼는 감정은 당연히 사랑이었다. 그런 덕임을 위해 자리를 피해 주며 좌익위에게 지키라 명하는 세손의 그 섬세한 배려는 달달함이 만든 결과다.

 

제조상궁은 행궁에 나가 있는 조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열 시쯤을 이르는 해시에 역모를 한다는 지시였다. 이를 위해 월혜는 서상궁에게 식자재를 가져오도록 명한다. 궁녀가 상궁에게 명령하는 하극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서상궁은 이에 대해 반박할 수도 없다. 광한궁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월혜가 서상궁을 내보낸 것은 그가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광한궁에 가입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들을 방해할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서상궁을 내보낸 이들은 무기고에 있던 활들을 고장내고, 조총에 사용하는 약포들을 냇물에 버려 이기사들이 대항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서상궁을 돕기 위해 함께 길을 떠난 덕임은 중요한 이야기를 듣는다. 친구 영희가 들려줬던 광한궁에 대한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서상궁을 통해 확인했다. 궁녀들이 왕을 갈아치우는 태권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처음에는 궁녀들을 위해 모였지만 변질되었다는 서상궁의 지적은 이 싸움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물가에서 놀던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것 중 약포라고 쓰인 것을 본 서상궁은 놀랐다. 그건 이기사가 사용하는 화약이었기 때문이다. 행궁에서 흘러 이곳까지 흘러내려왔다는 것은 역모라고 서상궁은 확신했다. 광한궁이 움직였다고 봤기 때문이다.

 

돌아가면 너무 늦고 그렇다고 수수방관할 수도 없다. 자칫 세손이 능행을 떠났다 사망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아이들이 놀던 연이 눈에 들어왔고, 사도세자의 정원에 있던 신호연을 봤던 덕임은 역모를 뜻하는 모양을 만들어 날리기 시작했다.

적이 나타났으니 맞붙어 싸우라는 신호연이 올라온 것을 본 세손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 금세 깨달았다. 무기고는 이미 엉망이 되었고, 좌익위가 세손의 활과 화살을 따로 보관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행궁 외부에만 적이 있다면 방어는 단순하지만 내부에 적이 있다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세손은 겸사서에게 호부를 건네 군대를 불러오라 명하고 내부의 적을 막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다음날 제식을 위한 도구라 속여 세손 앞에 선 궁녀는 사실 살수였다. 그리고 그를 맞이한 것은 세손이 아니라 좌익위였다. 시해하기 위해 시도할 것을 알고 함정을 판 것이다.

 

제조상궁이 월혜에게 건넨 상자에는 총이 숨겨져 있었다. 문제의 궁녀는 시해에 실패하자 스스로 자결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잘 훈련된 살수라는 의미였다. 분명하게 역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세손은 공격에 대비했다. 

 

그들이 행궁에 들어서자 입구를 막고 대결을 벌이기 시작했다. 세손은 자신과 싸우는 자가 궁인임을 알아보고 역관을 활용하고 백 명이 넘는 사병을 기를 수 있는 존재는 한정되어 있다며 추론을 해갔다. 이 역모를 막으면 이들을 움직인 실체를 찾을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무술을 연마해왔던 세손이지만 살수로 자란 이들을 쉽게 이겨내기는 어려웠다. 겸사서에게 보낸 호부가 작동해 군대가 제 시간 안에 도착하지 않으면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차 도발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이들이 도주하는 것이 아닌 더 많은 사병들을 모아 다시 들이닥친다는 의미일 뿐이었다.

월혜가 세손 저격이 힘들어지자 허공에 쏜 총은 그런 신호였다. 신호연으로 위험을 알리고 급하게 행궁으로 향하던 덕임은 총소리에 더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늦었을 수도 있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덕임과 적들과 맞서 싸우는 세손의 행동일 일치화하는 모습은 이들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섬세한 연출이었다.

 

더 많은 적들이 행궁으로 들어왔고 그들이 결전을 하려는 순간 총소리가 들리며 적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군이 행궁에 도착했다는 의미였다. 행궁을 둘러싼 군사들로 인해 광한궁의 역모는 실패했다. 이게 마지막이지 않겠지만 절호의 기회를 놓친 그들은 이제 쫓기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모든 것들이 정리되자 한숨 놓은 세손의 눈에 멀리서 뛰어오는 덕임이 보였다. 그런 덕임을 향해 뛰어가는 세손과 역모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덕임은 행복했다. 자신이 올린 신호연을 봤냐는 덕임과 봤다며 대견해하는 세손의 모습은 사랑으로 가득했다.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나는 이들의 사랑은 애틋함으로 더욱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랑의 깊이만큼 광한궁의 역모는 더욱 거세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기존 사극의 거친 남자들의 호흡이 아닌 보다 섬세하게 연출된 <옷소매 붉은 끝동>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덕임과 궁녀들의 다양한 모습과 제조상궁으로 대변되는 절대 악이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 역시 이 드라마가 가지는 가치이기도 하다. 섬세한 연출과 절묘한 이야기가 잘 버물려져 흥미롭게 흘러가는 전개는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해 준다. 알고 있는 역사지만 그 과정에 상상력을 더하니 새로운 작품이 되었다. 역모 이후 더욱 흥미로워질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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