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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용팔이 12회-주원과 김태희 긴박함은 없는 긴장감, 씁쓸하다

by 자이미 2015.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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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순간에도 편안해지는 이유는 뭘까? 뭔가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면 그럴 수 있다. 혹은 긴장감이 넘치는 상황임에도 긴박함이 존재하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 죽은 이가 사실은 죽지 않았고 자신의 장례식에 등장하는 상황 자체는 <용팔이>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긴장감 없는 긴박함;

말로 풀어내고 말로 정리하려는 용팔이, 흥미로움은 점점 사라져 간다

 

 

 

 

상황을 정교하게 짜 맞춰 보는 이들을 잠시도 그냥두지 않는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 행복하다. 작가의 능력은 그런 정교함에서 나올 수 있다. 누구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이를 타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잠들어 있던 12층 병실에서 아버지가 남긴 유산은 여진에게 반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도준의 비서를 무릎 꿇린 이 대단한 USB는 절대 반지와 같은 존재였다. 정관계에 촘촘하게 뿌려진 막대한 로비와 그룹 전체의 비리와 비밀을 모두 담고 있는 이 USB는 한신그룹을 지배하는 절대 반지다.

 

절대반지를 손에 쥔 여진은 태현에게 자신과 결혼을 해달라고 한다. 자신의 법적 보호자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반격을 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법적 보호자인 도준에 의해 다시 병원에 갇힐 수밖에 없는 신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진에게 태현은 절대적인 존재다.

 

이 과정에서 공항에서 여진의 여권을 받아와 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받은 태현은 예고된 궁지에 몰리게 된다. 여권을 꼭 그 순간 찾아야 할 이유는 없다. 다시 한신그룹을 차지하면 그만인 상황에서 태현을 시켜 여권을 찾아와 달라는 요구는 오히려 적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이유가 된다.

 

눈치 빠른 도 사장은 병원을 지키던 무리들이 한꺼번에 공항으로 움직였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태현이 그곳으로 향했고 여진의 여권을 찾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녀가 살아있다 확신한다. 도준은 그런 도 사장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상황 파악이 빠른 도 사장의 행동으로 인해 태현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다시 '용팔이' 일을 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렇게 범죄자들을 치료하던 태현은 도 사장이 보낸 암살자와 맞서야 했고, '용팔이'를 팔려고 했던 사채업자 만식에 의해 형사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암살자와 싸우던 이 형사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쫓기는 상황에서도 태현은 그의 기도를 열어 구해준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태현의 모습은 분명 진짜 의사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위한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들이 연이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후 이어지는 관계들의 연관성을 부여하기 위한 억지 과정이다. 좀 더 자연스럽게 연결하지 못하고 이런 투박함으로 과정을 위한 과정을 만드니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태현이 결혼 신고서를 작성하면 여진은 본격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설정도 어설프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공항이 아니라 결혼 신고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니 말이다. 그 시간들을 다 놔두고 공항으로 향한 것은 철저하게 이 형사와 조폭 두철 등을 연결시켜 이후 태현의 편에 서서 여진을 돕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교묘한 방식의 흥미로운 연결이 없으니 모든 것들이 상황을 위한 상황 혹은 대사로 처리하는 경우들이 늘어가는 것이 바로 <용팔이>의 한계다. 모든 것을 관조하는 듯한 주인공들의 행동은 쉽게 설득력을 상실한다. 과정 없는 결과처럼 그저 보여주기 위한 그들의 문제 풀이는 그만큼 허술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위직들이 모두 모인 여진의 장례식에 머리를 자른 여진이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하는 장면은 <용팔이>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상황이어야 했다. 모두가 놀라고 이어질 복수에 대한 기대감에 희열까지 느끼게 해줘야 이 장면은 극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맥 빠진 맥주의 맛은 영 시원찮을 수밖에 없다.

 

복잡하게 꼰 듯 하지만 여진의 행동에서 도준의 비서실장이 건넨 비밀 장부가 사실은 전부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자신을 언제라도 죽일 수 있는 도준의 편에 서기 위해 절대 반지를 쉽게 내주는 그런 무모한 이는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반전처럼 다가와야 할 도 사장과 도준의 상황은 싱겁기 그지없다.

 

결과는 정해졌고, 제작진들은 그 정해진 과정을 수습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절박함과 긴박한 상황들이 이어지며 절대 악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모습을 기대하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용팔이>는 말 그대로 용두사미가 되어가고 있다. 주원의 초반에 보여준 그 흥미로운 전개는 사라져버린 이 드라마에서 과연 남겨진 흥미요소는 존재하는지 그게 궁금하다. 뻔해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반면 그 재미도 얻지 못하는 드라마도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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