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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월드컵 독점에 대한 KBS의 복수만 남은 '남자의 자격' 최악이다

by 자이미 201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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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가 간다>는 월드컵의 예능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이경규가 이야기하듯 월드컵 5회 참가라는 그의 바람은 이루어졌습니다. 4년마다 개최되는 월드컵에 예능을 통해 참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방송 경력과 능력을 엿볼 수도 있지요. 문제는 <남자의 자격>에 '남격'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남자의 자격, SBS 독점 중계를 이야기하다


1. 독점은 또 다른 독점만 낳는다

월드컵 사상 최초로 자국 이외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루기 위한 대한민국의 행보는 이미 국민들이 다 알고 있듯 그리스 전을 2-0 완승으로 이끌며 환호를 받았습니다. 그 현장을 생생하게 중계한 <남자의 자격>은 예능 남격이 아닌 KBS의 월드컵 중계의 한을 푸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리스와 멋진 경기를 한 대한민국의 경기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은 흥미로운 측면들이 있었지만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은 아니었습니다. 작년부터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가다'는 성공했지만 '남격'만의 재미를 통해 의미를 담아내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월드컵 관련 방송이 마지막 순간까지 혼란스러웠던 것은 SBS 독점과 관련된 논란 때문이었지요. '코리아 풀'은 국제 경기 중 국민적 관심이 많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경기는 방송 3사가 합의해 공동으로 중계한다는 룰입니다. 이는 국민들의 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지요.

SBS는 독점 중계권을 여럿 사들였던 엑스포츠를 인수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던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엑스포츠의 지주회사인 IB 스포츠는 출범과 함께 케이블 방송을 인수하며 2005년부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첫 행보가 MLB와 AFC 챔피언스 리그 등의 판권을 사들여 독점 중계를 했고, 2008년에는 국내 프로야구 독점 중계를 하면서 그들의 독점은 많은 논쟁을 불러왔었습니다. 막대한 모기업의 막대한 자본력으로 가능한 국제 스포츠 경기를 입도선매해 중계권을 재판매하는 방식을 해오던 그들의 씀씀이는 '코리아 풀'과는 상관없는 싹쓸이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기업을 사들인 SBS는 자연스럽게 김연아를 매니지먼트 하던 IB스포츠의 자회사가 되며 김연아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동계 올림픽 사상 최고의 흥행을 올렸던 지난 밴쿠버 올림픽은 김연아의 스타성이 빛을 발하며 SBS에게 막대한 가치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런 성공은 월드컵 독점 중계를 둘러싼 KBS, MBC와의 법정까지 가는 싸움까지 불사하며 독점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대한민국의 경기는 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들의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을 정도의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이는 아르헨티나 전과 나이지리아 전까지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에 밴쿠버 올림픽을 통해 거둬들인 엄청난 광고 수익을 거뜬하게 넘어서는 엄청난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상업적인 성공과 함께 후발주자였던 상업방송 SBS가 자신의 존재감(어떤 형태로든)을 확실하게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게 되었죠.  

이런 독점 중계가 다른 측면에서는 국민들의 볼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도 발견되기는 합니다. 과거 방송 3사가 월드컵을 중계하던 때에는 월드컵으로 인해 기존에 방송되던 모든 것들은 올 스톱되고, 월드컵 중계에만 매달려 다양한 볼 권리를 침해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한 방송의 독점 중계는 역설적으로 두 방송사는 월드컵과 상관없는 방송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대한민국과 그리스 전으로 인해 방송 예정이었던 드라마들이 특별 방송과 불방으로 이어지며 월드컵 병패는 여전했습니다. 어차피 방송 3사가 아니어도 볼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은 여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월드컵 이후가 되겠죠. 이미 '코리아 풀'이 깨진 상황에서 방송 3사의 중계권 싸움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방송 독점권 경쟁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이는 과다한 중계권료로 인한 2차적인 부담들이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무한 경쟁이 발전을 도모하기도 하지만 돈으로 모든 것을 승부하는 경쟁은 출혈을 유도하며 막장으로 가는 길을 열어 놓을 뿐입니다. 아직 초반이지만 이미 월드컵 중계에 다양한 문제점들을 노출하며 과도한 욕심이 가져온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시청자들만 피해를 보게 합니다. 

북한의 경우 SBS의 독점으로 인해 과거와는 달리 월드컵 자체를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가장 큰 피해는 북한이 되었습니다. 혹시 정부의 중재가 가능했던 월드컵 독점을 방치한 이유가 북한에게 월드컵 중계를 보여주기 싫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현 정부는 그러고도 남을 법도 하기에 충분히 가능한 상상입니다.

SBS 독점은 이후 국제 경기 중계권을 둘러싼 무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이 경쟁은 과도한 국부 유출로 이어지며,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과도한 경비를 각출하게 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방송을 장사로 보는 그들로 인해 시청을 하는 국민들은 방송의 볼모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방송을 장악하려는 정부나 독점을 통해 막대한 부와 방송 지배권을 높이려는 SBS는 무척이나 닮아 있습니다.


2. 예능은 사라지고 KBS의 복수극만 남은 남격

<남자의 자격>을 매주 보지만 오늘 방송된 남아공 특집처럼 재미없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오늘 방송된 남아공 특집은 '남격'을 위한 예능이 아닌 KBS가 '남격'을 이용해 SBS에게 보복이라고 하려고 다짐한 듯 보였습니다. 이미 중계를 통해 다 봤던 내용을 '남격'을 통해 월드컵을 보여준다는 명분으로 전문 중계 진들의 해설을 보여주는 방식은 초딩스러움과 다름없었습니다. 

예능감은 사라지고 월드컵 인사이드 중계처럼 진행된 이번 '남격'은 무엇을 위한 방송인지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남격'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남격'이지, 그 어떤 이름을 붙여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것 없는 방송은 철저하게 복수를 위한 방송으로 준비되었음을 부정하기 힘들게 합니다.

'남자의 자격 팀들의 응원 보다는 KBS가 만약 중계를 한다면 이런 식으로 할 거야'를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라도 해주고 싶은 듯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유쾌할 수 없었습니다. '1박2일' 팀이 방문해 알려진 산골 마을과 다양한 장소에서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다원 중계로 보여주는 것은 '남격'의 방송이 아닌 KBS의 월드컵 한풀이 방송과 다름없었습니다.

남아공을 가기 전 2002 월드컵의 주역들과 함께 인터뷰를 하고 붉은 악마들과 함께 공항 출정식을 하는 장면까지는 많은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쉽지 않게 찾아간 남아공에서 그들이 어떤 도전을 할지에 대한 궁금증은 이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남격'을 통한 중계라는 미명아래 자사 해설가들의 중계는 KBS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모습이었죠. 이런 KBS의 소심하면서도 과도한 복수는 또 다른 불씨를 남겨두었습니다. 독점을 떠나 피파 룰과는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담아낸 영상을 중계라는 형식으로 방송을 통해 보여주었기에 이는 향후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예능은 사라진 채 그저 KBS의 다원 중계 방식만을 그대로 보여준 <남자의 자격>은 그 원대한 꿈과는 상관없이 최악의 방송으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완승 상황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이 의미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 안에 <남자의 자격>은 사라지고 복수심만 남은 KBS의 월드컵 중계만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다음 주 방송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오늘 방송된 <남자의 자격>은 그동안 그들이 쌓아왔던 모든 가치를 무너트린 바보 같은 방송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월드컵 인사이드가 아닌 <남자의 자격>만의 월드컵을 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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