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과 이방원이 원했던 안변책이 극적으로 통과되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성계의 의지가 투영된 안변책이라 믿었던 정도전의 생각은 동굴 속에서 모두 무너져 내렸다. 이성계의 의지가 아닌 어린 아들 방원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사실에 좌절할 수밖에는 없었다.
난세를 탄 이방원과 정도전;
혁명의 시작이라 여겼던 안변책이 던진 혼란, 모든 이의 시선은 이방원을 향한다
숨 막히는 지략 대결이 이어지며 고려 도당에서 이성계가 제안한 '안변책'이 극적으로 통과되었다. 이인겸은 철저하게 이 제안을 막으려 노력했다. 자신의 수족이나 다름없던 길태미까지 쳐낼 생각을 할 정도로 '안변책'을 막는 것은 중요했기 때문이다.
안변책이 통과되면 이성계의 힘은 막강해진다. 고려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동북면이 자치구가 된다면 고려 도당 3인방도 쉽게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고려 최고의 무사인 이성계에게 이런 힘까지 부여된다면 이인겸으로서는 통제 불능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자신에게 등을 돌린 길태미와 홍인방으로 인해 스스로 이성계와 손을 잡으려 했던 이인겸은 도당에서 뒤통수를 맞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홍인방과 길태미가 자신의 재산 절반을 내놓는 대신 다시 이인겸과 손을 잡기로 한 날 갑자기 등장한 자객 하나로 모든 것은 뒤틀렸다. 홍인방을 노리고 나타난 자객과 맞선 길태미는 당황했다. 자신과 합을 견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가 고려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믿었던 이인겸이 자신들을 배신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정도전에게도 이 자객의 등장은 당황스럽고 고마웠다. 변수가 되어버린 길태미가 이인겸이 아닌 홍인방을 선택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길태미가 홍인방을 고립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이미 이인겸에게 심은 이성계에 대한 가치를 활용해 '안변책'을 통과시키면 모든 것은 해결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변수가 된 길태미에 의해 모든 것은 무너지는 듯했다.
하늘에서 반가운 비가 내리지 않는 한 이번 '안변책'은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도당 3인방의 견제와 불화를 다시 이끈 자객의 등장으로 정도전의 꿈은 현실이 되었다. 천운이 된 자객으로 인해 '안변책'은 통과되었고 이성계와 함께 고려 도당 3인방을 쳐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 모든 것은 뒤틀리고 말았다.
완벽하게 준비되었던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정도전의 모든 계획이 시작된 동굴에서 마주한 이방원과 땅새. 극적인 세 명의 만남은 역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지만 좌절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도전이 생각했던 변수는 자객 땅새가 아닌 이성계의 다섯 째 아들인 이방원이었다.
자신의 정체를 끝까지 알리지 않은 채 정도전에게 분노만 하고 떠나버린 그곳에서 방원은 행복한 모습으로 자신이 이 거대한 역사의 시작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성계의 아들이라 자신을 소개한 후 '안변책'을 통과시킨 주역이 바로 정도전과 자신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방원을 보며 좌절하고 분노한 것은 삼봉이었다.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이 둘의 만남은 그렇게 뒤틀려갔다. 어린 방원을 흥분하게 했던 정도전. 아버지에 대한 환상이 깨진 후 찾은 새로운 우상이 바로 정도전이었다. 그이 제자가 되기 위해 성균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도당 3인방과 변절한 자들에 의해 엉망이 되어버린 그곳에서 방원은 꿈을 펼칠 수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린 정도전을 위해 혁명의 시작을 알렸다고 자신했지만 방원의 이 잘못된 선택은 불안만 가중시켰다.
방원은 어린 나이에 자신을 괴롭힌 성균관 유생을 죽여 버린다. 그의 잔인함은 이미 그 어린 시절부터 증명된 셈이다. 분명 잘못된 현실에 분노하고 개혁하려는 의지가 특별했지만 그 방법에서 드러난 잔혹함은 이후 조선이 개국된 후에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동굴에서 정도전과 이방원의 이 만남이 중요한 이유 역시 어린 방원의 잔혹함과 유사하다. 서로의 생각이 충돌하는 상황은 조선 건국 후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방원을 믿지 못하는 정도전과 이성계. 그리고 왕자의 난으로 그들의 운명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버리니 말이다.
이성계에게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 '안변책'을 당사자인 이성계는 분노하며 거부한다. 자신의 아들이 벌인 이 촌극에 놀아난 정도전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그리고 방우에게 명을 해 '안변책'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굳히기도 했다. 물론 역사가 보여준 결과는 동북면 자치를 시작으로 혁명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를 이야기하는 것은 <육룡이 나르샤>의 몫이다.
이인겸은 화사단의 대방 초영을 찾아 그 날의 혼란에 대해 다그친다. 분명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알린 직후 도당에서 자신의 뒤통수를 친 둘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등장한 자객이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자신의 의심했던 홍인방의 판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의 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직후 홍인방을 찾은 자가 바로 이방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인겸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정도전의 비밀기지 같은 동굴에 얽힌 이야기도 드러났다. 그곳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정도전을 기다리다 죽은 장소이기도 하다. 홍건적의 침입을 막아내고 개경을 다시 찾은 날 정도전은 어린 아이들에게 홍건적 잔당들이 아직 있을지도 모르니 자신을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도 개경으로 향했다.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김득배를 뵙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개경을 되찾은 영웅 4인방은 한 통의 서찰로 인해 모두가 죽고 말았다. 전투의 영웅이었던 정세운, 김득배, 안우, 이방실을 시기한 김용은 가짜 서찰로 영웅 정세운을 제거해버렸다. 어명을 받은 김득배와 안우, 이방실이 총병관이었던 정세운을 제거한 것이다. 이후 영웅을 죽인 죄로 세 명의 장수들은 죽어야 했고, 고려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간신 김용의 탐욕이 만든 이 잔인한 현실은 고려의 몰락을 부추겼고,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잉태시켰다. 어명마저 거짓으로 만드는 세상에 그 무엇을 믿을 수 있으랴. 그렇게 고려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사건에 연루되었던 정도전은 풀려나자마자 동굴로 향했지만 그의 말을 믿고 밖으로 나서지 않았던 아이들은 모두 참혹하게 죽어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정도전은 부패한 고려를 멸하고 새로운 국가를 세우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신조선' 건국의 꿈이었다.
이방원은 다시 한 번 중심에 올라섰다. 정도전이나 이성계, 그리고 이인겸에게도 이방원은 화두다. 정도전이 '폭두'라고 언급할 정도로 방원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존재다. 그 이방원에 의해 흔들거리는 현실 속에서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들을 하며 자신의 야망들을 이뤄낼지 기대된다.
역사에 기록된 것은 하나다. 태어나고 죽는 과정에서 역사적 기록들을 정리한 내용들이 우리가 아는 역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록은 결국 지배자의 몫이자 시선으로 만들어질 수밖에는 없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역사 바로보기가 이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분명한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각들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TV에서 드라마로 제작되는 수많은 사극들은 이런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다. 지난 해 방송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정도전>과 현재 방송 중인 <육룡이 나르샤>는 같은 시대 동일한 인물을 다루고 있지만 다르다. 역사적 사실들은 동일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가 하나로 규정되고 다른 시각들이 거세된다면 당장 TV 사극은 존재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다른 시선들 자체가 부정당하는 현실 속에서 다양한 상상력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사극은 그 생명력이 다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99%가 반대하는 한국사 국정화를 현 정부는 강행했다. 하지만 그게 끝일 수 없다. 국민들은 깨어있고, 이 비민주적인 행위는 곧 거대한 송곳들에 의해 무너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육룡이 나르샤>가 풀어내는 역사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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