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라고 부를 수도 없는 시골 소년이 이방원을 만나 강한 무사로서 눈을 뜨게 되었다. 자신의 무술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던 무휼의 깨우침과 함께 분노한 분이와 그런 그녀를 보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이방원까지 절대적인 존재감을 보인 이들의 격정적인 모습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네 마리 용이 만났다;
분이의 절망을 낭만으로 바라보는 이방원, 신분차이로 명확해진 서글픈 로맨스의 시작
패기 가득한, 하지만 그 무엇도 하지 못해 답답해 하던 이방원은 정도전의 비밀 공간에서 '신조선'이라는 단어와 지도를 본 그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썩을 대로 썩은 고려에 더는 희망을 품을 수 없었던 방원에게 이 새로운 제안은 강렬한 희망으로 다가왔다.
어린 시절 정도전이 던진 말을 잊지 않고 있었던 땅새는 이방지가 되어 실천하기 시작했다. 정도전은 알지 못하는 땅새만의 약속은 그렇게 백윤을 죽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고려 말 혼란한 세상을 지배하던 3인방 중 하나인 백윤이 최고의 호위무사를 거느리고도 죽임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귀족들 간의 논란은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백윤과 길태미 사이를 의심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분란은 커지고 있었다. 여기에 호위무사를 이길 수 있는 존재란 길태미 외에는 없다는 사실이 더욱 혼란을 부추기는 이유가 되었다. 스스로 나서 백윤 죽음을 알아내려는 길태미는 단 세 번의 칼부림만으로 최고의 무사를 죽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까치독사'라는 말이 나왔다.
왜구가 나오는 곳에 등장한다는 '까치독사'는 백성들 사이 풍문으로 이어지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표현되고 있는 모습은 이방원이 직접 목격했던 무사와 같았다. '비밀의 방' 주인을 찾지 못한다면 그 무사라도 찾아야만 했던 이방원에게는 '까치독사'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저잣거리에서 소리패들의 공연 속에도 등장하는 '까치독사' 이야기는 부패한 권력과 수시로 등장하는 왜구들에 힘겨운 그들에게는 최고의 가치였다. 자신들을 보호하는 유일한 인물인 '까치독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까치독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임이 분명했다.
'까치독사'가 왜구가 침몰한 지역에는 반드시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으로 향하는 이방원과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자신을 감춘 진짜 '까치독사' 땅새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강렬함으로 다가왔다. 저잣거리에서 강창사로 활동하며 정도전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땅새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분이를 찾아간 정도전은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재회를 반가워했다. 유배당해 끌려가던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며 어머니에 대한 질문을 하던 어린 분이도 이제는 성장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잘못된 현실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런 분노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하는 그녀에게 정도전은 그들만의 땅을 일구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 농민들의 땅. 그 땅을 개간해서 말도 안 되는 수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분이와 동네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백윤이 죽은 후 그 자리를 차지하려 안달이 난 홍인방으로 인해 잠자고 있던 분이의 분노는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도 농민들은 죽지 못해 살아가는 상황인데 그것도 모자라 더 큰 몫을 빼앗겠다는 홍인방의 탐욕은 결국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사는 고려 귀족들은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권력 욕심을 위해 더욱 악랄한 수탈을 시도하는 모습에서 분노는 자연스럽게 치밀 수밖에는 없었다.
이방원은 '까치독사'를 찾기 위해 떠나고 분이는 자신들을 수탈하던 이들을 피해 개간을 해서 첫 수확을 준비 중이다. 모든 것이 수월하게 되는 듯했지만, 홍인방의 수하들은 그들이 개간한 땅으로 쳐들어와 많은 이들을 죽이고 곡식을 빼앗아가며 모든 꿈들마저 무너트리고 말았다.
그들을 피해 도주하던 분이와 부녀자들은 왜구에 붙잡히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왜구가 출몰하는 지역에 '까치독사'는 언제나 등장한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향하던 방원은 말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말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곳에서 왜구와 고려인의 모습을 보며 혼란스러워하던 이방원은 무휼까지 만나 작전을 짜게 된다.
스무 명이나 되는 적에 맞서기 위해서는 작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방원의 재기어림은 잘 드러났다. 전략 전술에 능한 그는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이를 통해 적은 수로도 많은 수의 적을 잡아내는 방법을 이방원은 알고 있었다. 제대로 된 무사는 방원의 호위무사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 그는 노예 상인을 자처해 곡식과 거래를 성사시키고 다섯을 빼낸다. 이미 대단한 제안을 받고 경계가 무너진 적들에게 1:5 상황에서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능수능란하게 적들을 혼란시키며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이방원의 존재감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물론 무휼의 순수함이 모든 것들을 다시 무너트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결국 무휼이 스스로 무사임을 증명하는 계기가 된다. 이방원의 전략에서 무휼은 그저 그럴 듯한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무술과는 상관없는 덩치만 좋은 지게꾼인 무휼이 엄청난 무공을 숨기고 있음을 누구도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여자를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무휼은 이미 한 차례 저잣거리에서 자신의 숨겨진 본능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땅새와 함께 공연을 하던 갑분이에게 정신없이 빠져든 무휼이 위기에 빠진 그녀를 어쩔 수 없이 돕는 과정에서 자신도 알지 못한 무공의 힘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없었던 무휼은 '매화 무사' 징표를 가진 오철을 무너트렸지만 그것 역시 우연하게 잡스러운 무사 하나를 잡은 것이라 생각했다.
분이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분개한 무휼은 방원이 건넨 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분노한 무휼은 상대를 거침없이 무너트리며 진정한 무사가 되어갔다. '매화' 표시를 보고 오금을 저려하는 적으로 인해 스승이 자신을 능욕했음을 알고 분개하는 무휼은 그렇게 이방원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땅새가 이방지로 변신한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봤던 이방원은 무휼을 진정한 무사로 깨어나게 만들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그렇게 육룡이 점점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조선의 첫 임금이 되는 이성계를 시작으로 육룡은 모두 하나로 긴밀하게 엮여 있었다.
이성계의 나약한 모습을 보고 그 대안을 찾던 이방원은 정도전이라는 대단한 존재를 확인했다. 그런 정도전은 땅새를 변화시켰고 땅새가 사라진 후 분이는 스스로 이 모진 세상을 살아나갈 방법을 찾았다. 분이를 살리기 위해 무사임을 증명한 무휼은 그렇게 방원 앞에서 진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지막 한 마리의 용인 무휼의 이야기가 남겨진 상황에서 분노한 분이의 모습은 오늘 방송의 핵심이었다. 악랄한 수탈 속에서 방법을 모색하던 분이. 자신을 찾아온 정도전의 제안으로 쓸모없는 땅을 개간해 꿈을 키워가던 그녀는 수확을 앞둔 상황에서 모든 것이 꺾이고 말았다.
그저 배불리 먹으며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마저 빼앗아가는 위정자들로 인해 분이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억울하게 죽어가는 아버지를 외치다 칼을 맞은 어린 아이의 죽음은 분이가 정도전을 찾는 이유가 되었다. 절망과 포기가 아닌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분이의 역동성은 이방원이 평생 그녀를 잊지 못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잔인하게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수탈해간 곡식을 태워버리고 돌아서 나오는 분이를 바라보는 이방원. 평생 배고파하던 어린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배부르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자신들의 곡식을 불태워 노잣돈으로 챙겨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절박함이 낳은 분노를 낭만으로 풀어쓰는 이방원의 모습은 사랑이지만 이들이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분이와 이방원의 대립 속에서도 그들의 신분 차이와 입장차는 분명했다. 개간한 땅을 빼앗긴 분이에게 방원은 '법'을 이야기 한다. 법을 어겼으니 너의 잘못이라는 방원에게 법 위에 군림하는 자들의 행태를 이야기한다. 악랄한 수탈을 일삼는 고려의 귀족들은 법과는 상관없이 백성들을 목을 쥐어짜기만 할 뿐이었다.
실제 법대로라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만 법 위에 군림한 그들에게 백성들은 그저 자신들의 배를 채워주는 존재일 뿐이다. 8할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9할을 빼앗자고 제안하는 홍인방. 우리 백성들은 대단한 존재라며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백성들은 그대로라며 아무리 빼앗아도 그들은 살아간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수탈을 하고 패악질을 해도 백성들은 자신들에게 그 어떤 짓도 할 수 없다는 이 포악한 귀족들의 행태는 과거나 현재나 크게 다르지 않다. 재벌들의 곡식창고는 더는 채울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곡식 창고를 열지 않는다. 더 많은 곡식을 채우기 위해 정치꾼들을 이용하고 재벌을 통해 이권을 챙기려는 위정자들은 그렇게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 국민들을 수탈하는 데에만 집착할 뿐이다.
국민들의 분노를 이방원이 분이를 바라보듯 '낭만' 적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많은 것도 흥미롭다. 국민들을 아무리 궁지로 몰아넣어도 자신들의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인식은 그 오래 전 과거나 현재나 다름이 없으니 말이다. 점점 뜨거워지는 물을 인식 못하고 손발이 마비되고 죽음이 목전에 와 닿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죽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몸뚱이만 커다란 개구리 신세와 다름없는 현재의 국민들의 모습은 끔찍할 정도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지난 방송으로 인해 '젠더 감수성'에 대한 논란도 있기는 했지만 <육룡이 나르샤>는 분명 매력적인 드라마다.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연결해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가지는 힘과 매력은 대단하니 말이다. 무휼까지 기지개를 켜는 <육룡이 나르샤>가 부패한 고려 말 귀족들을 어떻게 무너트릴지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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