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신드롬을 몰고 온 <응답하라 1994>가 이제 마지막 2회를 남기고 있습니다. 이번 주 마지막 회를 앞둔 이 드라마에서 과연 나정이의 남편은 누구인가는 화제입니다. 물론 나정이 남편 찾기보다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굳이 나정이 남편 찾기를 이렇게 길게 끌고갈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남기는 합니다.
나정이 남편 찾기가 만들어낸 자중지란;
제작진의 성향을 보면 나정이의 선택은 단순하고 뻔할 수밖에 없다
1994년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한 추억들을 공유하게 해준 <응답하라 1994>는 전편인 <응답하라 1997>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후속편이라는 이유로 인해 부담감이 컸던 이 작품은 익숙하지만, 색다른 방식으로 그 거대한 벽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 구축과 구축된 캐릭터들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재미를 만들어낸 제작진들의 능력은 대단했습니다. 예능을 해왔던 피디와 작가가 만나 만들어낸 색다른 드라마의 재미는 분명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특별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나정이 남편 찾기가 큰 줄기를 형성하고 신촌 하숙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고 있는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는 역시 나정이 남편이 누구냐는 결론 도출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 수를 위해 칠봉이를 3회 가까이 출연을 시키지 않은 제작진은 마지막 이슈 몰이를 위해 본격적으로 칠봉이를 투입해 분위기 이끌기에 나섰습니다.
삼천포 성균이를 시작으로, 빙그레와 해태가 연인을 만나며 자신들의 이름을 찾는 상황에서 이제 남은 인물들은 칠봉이와 쓰레기가 전부입니다. 두 명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나정이의 선택이 <응답하라 1994>의 마지막 이야기가 된다는 점에서 과연 둘 중의 하나를 골라야 하는 나정이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남은 2회에 모두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회에 나정이 남편을 공개하겠다는 제작진의 선택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내놓은 선택지 중 마지막 한 장을 추려내는 과정이 초반 분위기를 이끌며 재미라는 부수입도 챙길 수 있었지만, 선택지에 대한 선택들이 늦어지다 보니 지겨워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아쉽기만 합니다. 나정이 남편 찾기를 통해 극적인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제작진들의 선택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과연 마지막 회까지 끌고 갈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응칠에서의 마지막 회가 아쉬워 이번에는 무조건 남편은 마지막 회 공개하겠다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연인이 되는 나정이와 남편의 에피소드는 사랑보다는 긴장감 속에서 보여 지는 관계가 전부로 국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회 등장할 나정이 남편을 위해 두 사람 사이의 삼각관계를 긴박감 넘치게 끌고 가고 싶다는 제작진들의 바람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를 통해 극적인 재미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니 말입니다.
문제는 제작진들의 욕심과 시청자들의 바람이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21회로 준비된 이야기가 이제 19부가 끝난 상황이지만, 여전히 나정이 남편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지겨워하기까지 합니다. 적당히 해도 좋을 텐데 너무 길게 시간을 끌고 가는 것은 아니냐는 의견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시청자들이 이들의 사랑이야기를 좀 더 보고 싶다는 의미일 테니 말입니다.
성균이와 윤진이의 사랑은 가장 먼저 노출되었고, 같은 하숙집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모습들이 등장했습니다. <응답하라 1994>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존재가 다른 인물들이 아닌 삼천포와 정대만 커플이라는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을 남깁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재미는 바로 이런 연인들의 일상을 보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삼천포 커플을 제외하고 다른 두 커플 역시 상대 찾기의 희생양이 되어 그들의 사랑은 바라보는 데는 한계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성적인 정체성 찾기에 나섰던 빙그레는 결과적으로 과MT에서 흑장미 역할을 해준 다이다이와 사랑을 하게 되며 자신의 혼란스러운 정체성 찾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은 그에게 천생연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런 빙그레와 마찬가지로 해태 역시 첫사랑 애정이와 밀레니엄 전날 재회하며 결혼까지 이어집니다.
신촌 하숙생들의 사랑을 보면 제작진들의 성향이 명확해집니다. 제작진들이 사랑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도덕적이어야 합니다. 이들 등장인물 모두가 흥미롭게도 모두 첫사랑과 결혼까지 이어져 행복한 삶을 사는 이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첫사랑은 이뤄질 수 없다고 하지만 이들에게 첫사랑은 로망이고 그런 로망은 꼭 이뤄져야 하는 절대 가치처럼 채워지고는 합니다.
삼천포는 18년 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을 같은 하숙생인 윤진이에게 느꼈고, 그렇게 극적으로 만난 둘은 결혼해서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존재로 살아갑니다.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확신을 가지기 힘들었던 빙그레의 성적인 정체성 찾기 역시 다이다이를 만나며 확고해졌고, 그들은 그렇게 결혼에 성공합니다. 부부의사로서 안정적인 삶을 사는 그들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행복하기만 합니다.
해태 역시 콘돔을 통해 그가 얼마나 지고지순한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에 비해 문란한 느낌을 주는 존재이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하나의 사랑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애정이를 잊지 못했던 해태에게는 그 어떤 여자를 만나더라도 만족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용기를 내서 첫사랑과 재회를 했고,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제작진들이 느끼는 강박증은 바로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한 번 사랑하면 영원히 함께 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이들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나정이의 선택을 강요하는 남은 2회에서도 이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다른 이들을 철저하게 도덕적인 세밀한 자대를 이용해 제단한 이들이, 주인공인 나정이의 사랑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좋아해서 고백을 했고, 상대인 쓰레기 역시 사랑해서 결혼까지 약속을 했지만 지독한 IMF는 그들을 갈라놓았습니다. 그렇게 이별다운 이별도 하지 못한 채 헤어져버린 이들이 그렇게 남남이 되고, 칠봉이와 결혼을 해서 살아간다면 비난은 쏟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19회 동안 철저한 도덕심을 강요했던 제작진들이 마치 배신이라도 하듯, 정작 중요한 주인공의 사랑을 혼란스럽게 이어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사랑보다는 안정적이고 틀에 박힌 사랑을 구현하기에 바빴던 응사 제작진들이 나정이 남편 찾기의 재미를 위해 쓰레기가 아닌 칠봉이를 남편으로 확정한다면 이는 최대의 반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쌓은 첫사랑에 대한 지독한 애정을 과연 버릴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들에게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대단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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