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숙향 작가가 <파스타>에 이어 <미스 코리아>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주 첫 방송을 통해 이연희의 재발견을 만들어낸 이 드라마는 분명 이연희에 맞은 것이 맞춰진 드라마입니다. 성장이라는 기본적인 틀에 서숙향 특유의 날카로움이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시청률과 상관없는 평가들을 얻어나간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요리사에서 미인대회로 옮겨간 서숙향;
이연희 살리기는 성공하고 서숙향 작가 이야기의 진화는 실패?
이제는 사양길 혹은 관심에서 멀어진 '미스코리아' 대회는 한때 전 국민적 사랑을 받던 행사였습니다. 최고의 미인을 뽑는 대회에 국민들은 TV를 지켰고, 미스코리아에 뽑힌 이들은 성공을 하는 모습들을 보여 왔습니다. 우리 시대 여성시대 성공의 지름길이 외모가 뛰어난 인물이 되어야 했다는 사실은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IMF가 터지고 모두가 힘든 시절 지독한 고통 속에서 이겨내고 싶었던 지영은 미스코리아가 되기를 꿈꿉니다. 좋은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내세울 것이라고는 그저 남보다 뛰어난 외모가 전부인 지영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백화점 엘리베이터 걸로 평생 살아갈 수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지독한 공간에서 탈출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시대가 변하며 사양 산업과 각광받는 산업이 갈리고는 합니다. 서비스의 꽃이라 불리며 백화점 등 다양한 곳에서 환영을 받고 엘리베이터 걸은 후퇴하고 사라질 수밖에 없는 산업 중 하나였습니다. 더욱 IMF의 한파를 온 몸으로 느끼기 시작한 대한민국에서도 엘리베이터 걸과 같은 부차적인 서비스는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과도함의 상징일 수밖에 없는 엘리베이터 걸의 화사한 미소가 너무 비싸다 생각한 업자들에 의해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지영에게 미스코리아는 매력적인 도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어도 타고난 외모 하나면 인생역전이 가능한 이 도전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상을 다니던 시절 동네 남학생들의 마음을 모두 빼앗아 갔던 담배가게 아가씨 지영은 그 시절 누구도 부럽지 않은 동네 미인이었습니다. 그녀를 보기 위해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를 사러 오는 남학생들이 즐비할 정도로 지영의 화려한 시절은 바로 그때였습니다.
대학이라는 문턱과 사회라는 보다 넓은 장이 펼쳐지며 오직 얼굴만 반반했던 지영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공부는 못해도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던 지영은 졸업도 하기 전에 백화점 엘리베이터 걸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삶은 결국 그 작고 꽉 막힌 네모난 상자에 갇힌 채 힘든 삶을 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조그마한 구멍가게에 할아버지와 아버지, 삼촌과 오빠가 함께 모여사는 지영이네 집은 비록 가난하지만 행복했습니다.
엄마라고 불리는 아빠와 공무원인 삼촌, 그리고 직장인인 오빠까지 모두들 자신의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며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집안의 유일한 여자인 지영은 그래서 더욱 큰 이쁨을 받았고 소중한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행복하지만 뭔가 불안정한 그 집안에서 유일하게 돋보이는 존재인 지영은 그래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대머리가 유전이 되고 좀처럼 닮지 않은 가족 구성원들로 인해 오빠의 분노가 너무나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영의 존재감만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젊은 나이에 화장품 회사 사장이 된 형준은 과거 누구나 그랬듯, 담배가게 아가씨인 지영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지영 역시 목욕탕 집 아들인 형준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고, 서로 힘든 상황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만난 그들에게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과거 고교시절 서로는 사랑했기 때문에 만났지만, 성장한 현재 그들의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미스코리아에 맞춰져 있습니다.
미스코리아를 당선시켜야 화장품 회사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형준과 미스코리아가 되어야 엘리베이터 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영에게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서로의 이해가 닮은 그들이 고교시절 이후 재회하고서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여전히 마음이 있는 지영이지만 과거처럼 형준에게 실망을 했던 그녀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해서는 큰 가슴이 필요하고 그런 가슴을 위해서는 500만 원이 절실했던 그녀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형준의 제안에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지영의 모습에 자신을 여전히 좋아한다고 착각한 형준의 행동은 그래서 이질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형준에게 지영은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지일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여상을 나온 얼굴만 반반한 지영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형준에게는 오직 자신을 위한 삶과 행복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행동은 이질적인 가치들이 충동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미스코리아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회사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지영 앞으로 자신을 움직이게 만들었지만, 그에게도 지영은 지독한 아픔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고교시절 너무나 사랑했던 하지만 그래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녀를 다시 찾아야 하는 자신의 모습은 초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해지고 싶은 것이 남자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형준에게 이런 상황은 힘들고 어렵기만 했습니다. 강우의 학교 후배인 재희를 보고 지영이 아닌 그녀를 선택하려던 그의 모습 속에는 여전히 이질적인 모습만 가득했습니다.
회사를 살리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그에게 과연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하는 상황은 그래서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해 필요했던 제주감귤아가씨 대회는 지영에게는 가슴 수술을 하기 위한 절실한 대회였고, 형준에게는 미스코리아로 가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그렇게 제주도에 모인 이들이 벌이는 첫 번째 소동극은 마지막 격전지인 미스코리아를 뽑기 위한 대결 구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미스코리아>는 이연희의 재발견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찾아보게 만드는 것은 바로 서숙향 작가 때문일 것입니다. <파스타>를 통해 로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그녀의 신작이라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큰 기대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성균과 이성민이라는 <파스타> 멤버들과 권석장 피디가 다시 모여 함께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은 <파스타> 이후의 <파스타>를 기대했습니다.
까칠한 쉐프와 순종적이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당당하기만 했던 유경의 사랑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으로 다가왔습니다. 과거의 아픔을 간직하며 살던 쉐프가 자신의 원칙을 무너트리면서까지 유경을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서숙향 작가 특유의 감성과 잘 묻어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미스코리아>에서 <파스타>의 향기를 맡게 되는 것은 물론 서 작가와 권 피디, 그리고 이성균이라는 인물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상황극은 자연스럽게 전작을 바라보게 합니다. 사랑과 여자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이 작품은 동일합니다. 쉐프가 되고자 하는 유경과 미스코리아가 되려는 지영은 다르지만 비슷하고 서 작가가 품고 있는 특별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영화 <길>에 등장하던 젤소미나와 유사한 감정으로 다가오는 여 주인공들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가치는 곧 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습니다.
공효진이 품어내고 만들었던 <파스타>의 재미가 이연희가 과연 <미스코리아>를 통해 어떻게 변화시켜나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서 작가의 드라마에 남자는 그저 보조적 역할만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미스코리아라는 주제는 흥미롭습니다.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미스코리아>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회를 거듭하면 할수록 더욱 확실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 작가가 <파스타>의 향에 취하지 않고 <미스코리아>에서 자신의 성장까지 담보한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회적 이슈와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 작가가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작품을 만들어낼지 기대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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