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드라마라는 이상한 조합이 만들어졌다. 드라마에 예능이 들어간다는 것인지, 예능에 드라마가 들어간다는 것인지 모호하지만 <좀비탐정>은 그런 드라마라고 표방하고 있다. 코믹함을 베이스로 잔인한 살인마를 추적하는 장르물이기도 하다.
최진혁이 좀비가 되어 자신이 왜 좀비가 될 수밖에 없는지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방송 작가로 출연한 박주현이 우여곡절 끝에 함께 탐정 사무실에서 사건을 맡으며 벌이는 이야기가 <좀비탐정>의 핵심이다. 여기에 김소리 실종 사건의 주범인 산타 복장을 한 범인 찾기가 이 드라마의 전부다.
좀비탐정 김무영(최진혁)은 자신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쓰레기 더미 속에서 먹을 것을 찾던 까마귀에 눈이 마주치며 깨어난 그는 그렇게 자아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자신이 좀비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힘들었던 그에게는 모든 것이 고난이다.
산속에서 날짐승을 잡아먹으며 좀비가 되어버린 자신을 자책하던 그는 우연히 산소에서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사망한 남자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남자의 명함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탐정 김무영의 삶은 좀비가 된 그가 인간들 사이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었다.
불의를 보면 직진만 하는 시사 프로그램 작가 공선지(박주현)은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범인을 찾기 위해서라면 뭐든 다하는 그는 그래서 놀랍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산타 복장을 한 아동 유괴살인범의 유일한 목격자의 인터뷰를 성공시킨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로 인해 그 목격자는 다시 피습을 당했다. 범인은 가까운 곳에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심한 자책감을 가진 선지는 그래서 더욱 범인을 잡고 싶었다. 성범죄자들에 대해서 극도로 민감하게 대응하는 선지와 무영의 첫 만남은 좋지 않았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악랄한 존재라 생각해 추격하다, 투포환 선수 시절을 떠올려 헬멧으로 도주하던 무영을 잡았다. 문제는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범죄자가 아니었다. 발목에 상처만 있을 뿐 멀쩡했다. 심장이 멈춰버리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병원까지 함께 동승하지만, 그는 사라졌다.
산에서는 산짐승이라도 잡아 먹으며 살 수 있었는데, 인간들이 사는 곳에서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새롭게 오픈한 곱창집 알바로 나서게 된 좀비의 댄스 실력은 모두를 사로잡았고, 생 곱창을 먹다 형사인 차도현(권화운)과 대결을 하는 과정에서 뭔가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무술로 단련된 도현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좀비 무영은 과연 누구일까? 자기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 본능은 그가 과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궁금하게 만든다. 그는 무슨 이유로 쓰레기 집하장에 버려진 신세가 되어야 했을까?
<좀비탐정>은 B급 감성을 견지하고 있다. 다양한 스타들이 카메오로 등장했다. 그들이 등장하는 것은 잔재미를 줄 수는 있지만,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초반 이들을 카메오로 등장시켜 주목을 받게 하겠다는 전략이 어느 정도 통했을지는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좀비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크게 성공한 작품들도 있지만, 그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작품들도 있다. 기존의 좀비와는 다른 생활 밀착형 좀비라는 점에서 <좀비탐정>이 색다르게 다가오기는 한다.
좀비도 스스로 단련을 하면 유연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흉칙함은 BB크림으로 바르면 숨길 수 있다. 그렇게 인간 세상에서 인간을 해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좀비의 이야기라는 설정 자체는 충분히 흥미롭다. 여기에 끔찍한 살인마를 추적하는 장르극의 재미도 갖추고 있다.
예능 드라마라는 조합이 기괴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코믹한 좀비 탐정극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재미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모호한 B급 감성이 얼마나 특화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넷플릭스 문제작이었던 <인간수업>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박주현이 조연을 넘어 주인공으로 나선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첫 주 방송에서 극 중 캐릭터는 명확하게 구축되었지만, 여전히 전작인 배규리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존재한다.
좀비 탐정으로 나선 최진혁이 투혼을 발휘했다. 코믹극까지 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박수를 쳐줄만 하다. 실제 생곱창을 먹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로 이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모습은 보기 좋다. 하지만 여전히 극 자체가 꽉 잡힌 느낌이 들지 못하다 보니 그런 열정들도 제대로 다가오지 않는다.
김무영과 비즈니스 경쟁자인 이성록과 왕웨이 조합 역시 코믹함으로 무장해 망가져야 하지만 첫 주에서는 그저 잠깐 존재감을 보인 것이 전부다. 앞으로 그들의 활약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보다 강렬함을 선보였어야 했다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다.
KBS와 방송사들이 연합해 만든 OTT인 웨이브와 IPTV인 SK브로드밴드가 합작해 만든 드라마다. 이미 MBC가 웨이브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의기투합해 만든 <SF8>도 비슷한 방식의 시도였다. 넷플릭스 독점이 가속화되며 국내 OTT가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비록 실패는 있어도 시도를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 말이다. 여기에 카카오M이 공격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나서며 국내 시장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과거의 핵심이었던 TV를 떠나 본격적으로 모바일 등 편의성이 강조된 플랫폼으로 이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기존 방송사들이 만든 웨이브가 새로운 도전자들에 맞서 싸우는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여전히 그 감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크다. 그 과정 속에서 나온 <좀비탐정>이 어떤 존재감을 보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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