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방송될 수목 드라마가 벌써부터 후끈하다. <태양의 후예>가 9회에 30%의 시청률을 넘기며 절대 무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의 움직임은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 드라마에 대한 가치와 이야기보다는 출연 배우들과 관련한 캐스팅이 화제의 전부라는 점이 다른 점일 것이다.
희한한 캐스팅 전쟁;
어제의 동지와 오늘의 적이 되는 배우들의 삶, 짝을 바꾼 그들 중 누가 승자가 될까?
SBS가 다시 한 번 충무로 시나리오 작가를 데려와 <딴따라>라는 드라마를 만든다. 이미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 나름의 성과를 얻은 SBS로서는 다시 한 번 대박을 꿈꾸고 있다. 문제는 앞선 두 드라마인 <용팔이>와 <리멤버-아들의 전쟁>이 시청률에서는 득을 봤는지 모르지만 SBS 드라마국에 대한 이미지를 급격하게 추락시켰다는 점에서 문제로 다가온다.
웹툰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운빨 로맨스>가 MBC에 의해 드라마로 제작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황정음이 이 드라마를 선택하며 단박에 수목 드라마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황정음이 선택한 드라마는 성공한다는 신뢰가 이 드라마에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운빨 로맨스>가 어떤 기록을 만들어낼지는 흥미롭다. 그래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특별한 주제보다는 사랑이라는 단순한 가치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딴따라>와 <운빨 로맨스>는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될 수 있다. 그 안에서 뭔가 새로운 것들을 끄집어내려는 순간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단순함을 추구하는 이 드라마는 결국 캐스팅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지성이 <딴따라> 출연을 확정하자 재미있는 캐스팅 대전은 시작되었다. 지성과 함께 연기 하며 큰 성공을 거뒀던 황정음이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MBC의 <운빨 로맨스> 출연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지성과 황정음을 묶어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들의 호흡은 환상적이었다.
둘이 함께 일 때 최고의 시너지를 보였던 지성과 황정음이 서로 경쟁자가 되어 만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이런 화제성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응답하라 1988>로 확 뜬 혜리가 지성과 함께 연기를 한다는 소식이었다. 이 상황에서 혜리가 과연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성공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류준열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성에 맞서 황정음 카드를 꺼낸 MBC는 이번에는 혜리에 대항하는 류준열로 맞불을 놓았다. 황정음과 호흡을 맞추게 될 주인공이 다른 누구도 아닌 류준열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응답하라 1988>의 정환으로 기억하고 있는 류준열이 혜리와 시청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오니 말이다.
주거니 받거니 장기나 바둑을 두듯 캐스팅 대전을 펼치는 차기 수목 드라마들의 행보는 흥미롭기만 하다. <딴따라>가 어떤 드마라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저 짧은 시놉시스만 있는 상황에서 방송은 한 달 남았다. 이제 캐스팅을 끝낸 이 드라마가 정상적일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 쪽대본이 판을 치고 생중계 녹화는 이미 예상되어 있기 때문이다.
<운빨 로맨스>는 그나마 웹툰이 원작이라는 점에서 완성도는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각색을 하느냐의 문제이지만 최소한 이야기 전체에 대한 불안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딴따라>는 오직 충무로에서 작업을 했다는 유영아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전부다.
<7번방의 기적>을 앞세우고 있지만 유영아는 각색에 참여했다. 그녀의 각본은 큰 성공이나 완성도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드라마 역시 <버디버디>와 <예쁜 남자>에서 알 수 있듯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오직 유영아에만 희망을 거는 SBS로서는 다시 한 번 막장의 진화극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선 두 드라마가 초반 그럴 듯한 분위기와 달리 중반도 넘어서기 전에 산으로 올라가 길을 잃었던 전철을 밟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나마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라는 점에서 그보다는 덜하겠지만 계속해서 속았던 시청자들이 이번에도 속을지는 알 수 없다.
드라마가 완성도가 높아지려는 좋은 각본이 있어야 한다. 그 뒤에 이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중요하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수목 드라마 두 편은 좋은 각본보다는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배우들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서로 연인이었던 파트너들을 교체해 대결 구도를 만드는 이 상황이 흥미롭게 다가올 뿐이니 말이다.
지성과 혜리vs류준열과 황정음으로 이어진 4월 수목 드라마 대전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드라마에서 완성도 뛰어난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이들 출연 배우들이 얼마나 흥미로운 요소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것인가에 대한 가치만 남겨진 듯하다. 내용은 없고 포장지만 그럴 듯한 질소 과자와 비슷해 보이는 이들 드라마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의아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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