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았지만 공개 고백을 해버린 강모연. 철저하게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준비된 유시진과 강모연이라는 커플로 인해 풀어가는 <태양의 후예>는 오직 사랑만 존재한다. 그 이상의 가치를 이곳에서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이 드라마는 오직 남녀의 사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달콤한 사랑이 전부다;
갈등을 증폭시키는 진영수와 이를 완성시키는 아구스, 그렇게 시진과 모연의 사랑은 완성된다
유시진을 향한 강모연의 속마음은 의도하지 않는 상황에 모두에게 알려졌다.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지 못한 채 고민만 하던 모연은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다 드러내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이 느끼는 행복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특전사 알파 팀장과 사귀는 심정을 묻는 윤명주에게 서대영과 사귀는 느낌에 대해 묻는다. 우문현답 같은 명주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 사람이 하는 일보다 떨어져 있는 것이 더 힘들다"는 명주의 이 한 마디는 강모연에게 확신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유시진이라 멀어지고 싶었던 모연에게 명주의 이 발언은 자신에게 확신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UN 회의 참석을 하기 위해 함께 이동한 시진과 모연은 돌아오는 길에 지진으로 인해 흘러나온 지뢰로 인해 고립되고 만다. 로맨스를 블록버스터로 만드는 재난 지역에서 이들의 사랑은 그렇게 흥미롭게 이끌려 간다.
지진으로 유실된 지뢰들을 피하며 빠져나오는 시진과 모연은 시련을 통해 보다 단단해지는 연인으로 발전해가고 있었다. 지뢰밭을 빠져 나온 후 립스틱을 이야기하는 시진. 모두가 키스를 상상하는 순간 지뢰 위험 표식을 하는 시진의 행동은 작가의 농익은 재미의 한 상징이기도 했다.
차를 잃은 후 지나가는 차량을 얻어 타는 과정에서도 시진과 모연이기에 가능한 농담들을 주고받고, 어렵게 트럭을 얻어 타고 가는 동안 그들은 다시 한 번 키스를 하게 된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명단에 모연은 없었다.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오직 시진을 위한 선택이라는 모연의 고백에 키스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다가왔다.
아름다운 노을이 시작되기 전 햇살을 받으며 키스를 하는 시진과 모연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숨을 멎게 할 정도였다. 기지로 돌아와 너무 급 발전해 서먹해진 둘의 모습이 이들을 보며 상현과 자애의 중계는 재미있었다. 건초 더미가 등에 가득한 두 남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상상만으로도 충분했으니 말이다.
'태양의 후예'에서 유일하게 갈등을 만드는 진영수는 다시 한 번 평온한 현실을 흔들기 시작한다. 모우족 갱단을 이끌고 있는 아구스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삼켜버린 진영수는 무조건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렇게 병동에서 난리를 피우던 그는 서대영에 이끌려 나가 구걸까지 한다. 그 상황에서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은 바로 이치훈이다.
세상 두려울 것 없었던 부잣집 도련님인 치훈은 우르크에 와서 기존의 자신과 싸우기 시작했다. 환자를 버리고 도망을 쳤던 치훈은 살아난 민재를 바라보며 두려워한다. 자신이 과연 의사가 맞는지에 대한 갈등은 결국 자신 대신 진영수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다.
도망가고 싶어도 아구스를 피할 수 없는 진영수는 공항에서 도주를 하고, 그렇게 사라진 진영수로 인해 아구스의 사업이 더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보호하며 확장하기 위해 그는 인신매매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존재다. 그렇게 상납을 해서 권력의 비호를 받는 아구스의 행동은 시진과 충돌을 일으키는 이유가 된다.
전염성이 있는 홍역을 앓고 있는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그 아이가 사는 곳까지 향한 시진과 모연. 함께 사는 이들을 함께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질병이라는 점에서 그곳을 방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뭔지 모를 불안은 이들을 덮쳤고 이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권력자에게 상납당할 처지에 놓은 어린 소녀는 아구스를 겨냥해 총격을 한다. 그렇게 시진과 모연 앞에 쓰러진 아구스는 의사이니 자신을 치료하라 요구한다. 어린 소녀는 절대 아구스를 치료해주지 말라고 간청한다. 악마를 살려서는 안 된다는 절규였다.
이 상황에서 치료를 거부할 생각을 했던 모연에게 당신이 살리라고 한다. 죽이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는 시진의 행동은 모든 여성들이 꿈꾸는 로망을 실현시키는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완벽남의 모든 것이었다. 자신이 믿고 따랐던 선배를 죽게 만든 아구스. 그렇게 살렸더니 갱단의 두목이 되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아구스를 다시 살려야 하는 이 딜레마 속에서도 시진의 선택은 모든 선의 입장에 준하는 판단을 한다.
서대영의 사랑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 윤명주의 아버지인 특전사사령부 사령관은 둘의 관계를 인정한다. 시진이 더는 자신의 사위가 될 수 없다는 생각과 딸의 완고함, 그리고 대명의 단단함을 간과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령관은 둘의 교재를 허락하는 대신 군복을 벗고 외가 기업에서 일을 하라는 요구를 한다.
피까지 군인인 서대영에게는 어려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명주를 위해서는 군복을 벗고 사령관이 제안한 일을 해야만 한다. 이 딜레마 속에서 대영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는 없지만 군인에 대한 사명감이 높은 그의 행태를 보면 의외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진영수가 만든 불안은 아구스로 인해 완성되기 시작한다. 인신매매까지 하는 아구스. 자신의 다이아몬드를 훔쳐 달아난 진영수를 쫓는 그들 사이에 강모연이 존재한다. 유시진의 가장 약한 고리인 그녀를 이용하려는 아구스의 행동은 결국 <태양의 후예>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갈등 요소다.
이 드라마는 유시진이라는 완벽한 인물을 통해 수많은 여성들이 꿈꾸는 판타지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드라마다. 그 이상의 가치를 이 드라마에서 찾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때론 사랑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랑 이야기만 한다고 비난할 이유도 없다.
모든 드라마가 사회적 함의까지 내포한 가치 있는 드라마가 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그저 달콤한 사랑만으로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드라마도 필요하다. 물론 군인의 등장으로 인해 대통령이 나서 찬사를 보내고, 이런 찬사를 듣고 이미 철수한 태백의 세트장을 시민들의 혈세를 들여 다시 들여놓는 말도 안 되는 촌극이 벌어지는 현실이 문제다. 군국주의 망령을 개입시키고 그럴 것이라는 해석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이런 현실적인 시각이 드라마에 개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은숙 작가가 국국주의 망령을 일깨울 정도로 정치적인 인물은 아니다. 그녀가 선택한 군인은 중국 시장을 위한 합리적인 도구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군인에게 부여된 극단적인 충성심이 오해를 낳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군인이 아니라 그 어떤 직업을 가져다 붙여도 이야기의 흐름은 크게 달라질 수 없다는 점에서 김 작가의 필력은 분명 대단하다.
환상을 현실로 착각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시청자들에게 유시진과 강모연, 그리고 서대영과 윤명주는 현실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동화 속 왕자님과 공주님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철저하게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판타지라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방송이 끝난 후 드러나는 허망함은 더욱 강렬해진다. 현실은 드라마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그 어떤 가치보다 오직 주인공들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 일 뿐이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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