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버린 남자들의 사랑은 지독하게도 찌질 하다. 사랑은 아름답기보다는 실제 이렇게 찌질 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질투의 화신>은 실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상상을 초월하는 납득이는 양다리 제안은 지독한 한 남자의 사랑이다.
조정석은 미쳤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는 것이 아닌 묵힌 장맛처럼 진해질 뿐이다
병원 탈의실에서 화신과 나리는 진한 키스를 나눴다. 나리가 정원과 사귀고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이 상황은 파격일 수밖에 없었다. 화신과 정원은 절친이고, 그 둘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나리는 기묘한 사랑에 빠져버렸다.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나리는 그렇게 두 사람 모두에게 이별 선언을 한다.
둘이 같이 밥 먹는 것도 그 무엇도 처음인 나리와 화신. 3년 동안의 짝사랑 끝에 알게 된 사랑이라는 감정에 화신은 모든 자존심을 내던져도 좋았다. 모든 것이 처음인 이들은 그렇게 시작도 하기 전에 이별을 선택해야만 했다. 나리가 영악했다면 감춰진 삼각관계가 될 수밖에 없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그녀에게 이 감정은 감당할 수가 없었다.
참아왔던 감정이 폭발하고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한 이 키스는 결국 모든 것을 뒤틀리게 했다. 정원은 화신이 정직을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정직을 당한 이유가 헬기를 되돌려서 생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화신의 행동을 알게 된다.
나리가 툭 던져 말한 "날아왔어요"가 비유가 아닌 실제라는 것을 알고 정원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연적이 되어버린 현실이 감당하기 쉽지는 않다. 그렇게 전화로 다투던 정원을 찾아간 나리는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을 전화기를 통해 다 들은 화신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뜨거운 키스를 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화신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을 선택했다. 두 남자를 모두 사랑하는 자신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그렇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져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실천하려 한다.
나리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화신은 찌질남의 바닥이 어디까지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따지던 화신은 누굴 더 좋아하느냐고 묻기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더 기울었을 것 아니냐며 따져 묻는 화신의 이 집착은 사랑에 빠진 남자의 그 흔한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다.
사랑은 뭔가 대단한 듯 화려하거나 그럴 듯하게 포장된 모습은 아니다. 진짜 사랑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며 밑바닥까지 상대에게 다 보여주는 행위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화신과 정원의 그 찌질함은 곧 사랑이다. 부정할 수 없는 지독한 사랑일 뿐이다. 나처럼 똑똑한 사람이 생각해봐도 '납득이 안간 다'며 화를 내는 납득이 조정석의 분노도 사랑이다.
골목 어귀에서 마주친 화신과 정원의 싸움 역시 찌질함은 끝이 없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진짜 사랑에 빠진 이들은 그렇게 자신의 밑바닥을 완전히 드러내고 싸우기 시작했다. 진짜 친구란 단 둘인 이들이 나눈 우정은 그렇게 사랑 앞에 지독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해서는 안 되는 사랑에 빠진 나리는 집을 나섰고, 골목 어귀에서 정원이 지원해준 옷까지 모두 벗은 채 팬티 하나만 입고 다투는 이들의 사랑싸움은 참 잔인할 정도다. 이 심각한 상황에서 웃을 수밖에 없는 지독한 상황이 바로 <질투의 화신>이었다. 로코의 새로운 영역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헐벗은 화신을 보고 자신이 입고 있던 바바리코트를 벗어 입혀주는 나리. 그리고 끝내 무릎까지 꿇고 모든 것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비는 나리의 모습과 더는 참을 수가 없다며 작작하라고 외치는 주민의 분노까지 이 너무나 현실적인 찌질 한 사랑은 너무나 강렬했다. 이 과정에서 팬티 하나에 바바리코트를 입은 화신은 말 그대로 '바바리 맨'으로 변신한 채 진짜 사랑에 대해 분노하는 모습은 울고 싶을 정도로 웃기는 장면이었다.
두 남자와의 이별을 선택한 나리를 찾아온 정원의 어머니는 아무런 말없이 그녀의 뺨을 때리고 떠난다. 이 건조하지만 익숙한 장면이 만든 결과는 한 달이 지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정원은 이별을 감당하지 못하고 해외로 나갔다 한 달 만에 돌아왔다. 화신은 정직을 받아 집에서 그렇게 이별을 달래고 있었다.
정원은 예정된 결혼을 앞두고 있다. 정략결혼만이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나리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그는 받지 않는 그녀를 위해 처음 전화를 했던 전화기로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나리에게는 시청자로 등록된 그 번호를 통해 나리의 밝은 목소리를 들은 정원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사랑을 잊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정직을 마치고 방송국을 가던 화신은 그 앞에서 나리를 보며 여전히 당당한 시선으로 "날 기다렸구나"라는 허세 부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그 한 달 동안 선을 보던 나리는 남자를 통해 남자를 잊고 싶다는 말로 화신을 더욱 불타게 만든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나리에 대한 감정은 '바바리코트'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요리사와 소개팅을 하던 나리의 운명은 두 남자를 벗어날 수가 없다. 이미 잡힌 약속은 정원의 호텔에서였다. 그렇게 금 아나운서 가족과의 만남을 위해 호텔로 온 정원은 나리가 소개팅을 하는 장면은 목격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화신도 있었다. 그렇게 나리의 손을 잡고 소개팅 자리를 떠나던 화신은 한 달 만에 다시 정원과 마주한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서 화신은 "양다리 걸쳐라"고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그렇게라도 화신은 나리와 만나고 싶었다. 두 사람과 모두 만나다 마지막에 한 사람을 선택하라는 화신의 파격적인 제안에 나리와 정원 모두 "미쳤다"고 외면한다. 그렇게 세 남녀는 서로 다른 각자의 삼각관계 꼭지 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로만 출연했지만 이선균이 소개팅 남자로 등장해 <파스타>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서숙향 작가의 전작이자 대표작이었던 <파스타>에 호흡을 맞췄던 이선균과 공효진을 다시 만나게 하며 "네. 쉡!"을 다시 외치는 모든 상황들이 여전히 <파스타>를 잊지 못하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렇게 기묘하게 풀어가는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너무나 진지해서 숨이 멎을 듯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는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의 끝이다. 더는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점에서 <질투의 화신>은 대한민국 드라마의 중요한 부류 중 하나인 로코의 완성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효진을 사랑하는 두 남자. 조정석과 고경표만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인물들까지 완벽하게 로코의 정석을 교묘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연기하는 <질투의 화신>은 매력적이다. 장르의 특성을 이토록 극단적인 지점까지 확장하며 완성해낼 수 있다는 것은 능력이다.
오늘도 질투의 화신이 되어버린 조정석의 미친 존재감은 감동스러울 정도였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의 성장형으로 변신해 연기하는 조정석은 미쳤다. 이렇게 미친 그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들의 미친 사랑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은 '사랑의 본질'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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