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누명으로 퇴학을 당했던 현숙. 30년 만에 당시 잘못을 저지른 이사장 딸을 통해 누명을 벗었다. 그 지독한 시간을 버티고 견딘 후 흘리는 눈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였다. 10여년을 거두며 가르쳤던 제자가 자신을 배신하고 떠났다. 그런 제자가 수셰프로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 음식을 먹고 남긴 쪽지에는 순옥 만의 사랑이 가득했다.
용서와 화해의 가치를 보여준 순옥;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진실, 지독한 싸움의 승자는 결국 먼저 손을 내미는 자의 몫이다
안국동 강 선생 순옥. 10년이 넘게 강 선생 밑에서 요리를 배우던 은실은 자격지심에 모든 것을 망치고 말았다. 탐욕에 찌든 은실은 강 선생의 레시피를 들고 도주를 했고 이를 기반으로 레스토랑 취직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스승을 팔아 홀로 성공하겠다고 나선 은실의 행동은 모두의 분노를 불러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형사 고발을 해도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순옥은 은실을 감싸기에 급급하다. 그녀의 잘못이 아닌 자신의 부족을 이야기하는 순옥의 사랑은 그랬다. 미워해도 좋지만 순옥은 미움보다는 애틋함으로 아픈 제자를 감싸기에 여념이 없다. 힘겹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야 했던 이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고통을 이해하는 순옥은 진정한 스승이었다.
순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모란은 그녀에게 넌지시 은실이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을 알려준다. 마음이 여리고 착하기만 한 순옥은 아프고 힘들게 제자가 일하는 레스토랑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제자의 음식을 먹으며 묘한 감정에 빠진 순옥은 제자에게 편지 한 장을 남깁니다.
자신을 탓하고 비난하고 고발을 해도 모자란 상황에서도 스승은 그 제자를 따뜻하게 품었다. 자신이 평생 일궜던 모든 것을 무너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떠난 제자에게 스승은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스승. 항상 웃으며 음식을 만들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스승. 겁먹지 말고 힘내라는 스승의 말에 오열을 하는 은실의 모습 속에 이 드라마가 품고 있는 가치를 알 수 있었다.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우리네 삶을 통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하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그래서 대단하다. 아이돌이나 젊은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기존 드라마에서 소외된 배우들을 전면에 배치한 이 드라마는 주제에 집중했다. 그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소외된 노련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연기란 무엇인지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같은 스승이지만 전혀 다른 말년은 여전히 자신의 행동이 무엇이 잘못인지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 그 아집이 만든 탐욕이 만든 지독함은 여전히 그녀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처럼 만족할 수도 없고, 부족하기만 한 허탈함은 자신의 잘못마저 잘못이라고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너무 없어서 받았던 고통은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 트라우마를 감추기 위해 말년은 스스로 괴물이 되기를 선택했다. 괴물이 되는 것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말년을 만들었다. 화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깨닫지도 받아보지도 못하고 살아왔던 말년에게 산다는 것은 철저하게 자신을 위해 모든 이들과 투쟁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순옥이 모든 것을 잃고 빼앗기면서 그 아픔을 타인에 대한 복수가 아닌 사랑으로 품은 것과 달리, 말년은 철저하게 더 악독한 방식으로 복수하는 것이 제대로 사는 삶이라 생각해왔다. 그런 말년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숙을 다시 만나면서부터였다.
여전히 철저하게 그녀를 무시하는 말년이지만 아주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하며 살아왔던 말년은 여전히 자신을 믿어주는 첫 사랑 충길이 있었다. 그리고 혼자 짝사랑만 했다고 생각했던 이문수 기자가 자신에게 쓴 글이 남겨져 있다는 사실에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현숙의 오열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 말년 역시 조금씩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30년 전 목도리를 훔쳐 자신에게 팔았던 이사장 딸. 그녀가 30년 만에 진실을 말하는 순간 현숙은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현숙의 인생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30년이 지난 뒤에야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만으로도 현숙은 고마웠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1년이 넘도록 정신을 놓고 살아왔던 순옥은 어린 딸을 제대로 감싸지도 못했다. 어린 딸은 진실을 이야기했고 도와달라고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순옥은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저 '이렇게 집안이 무너지는 구나'하는 생각만 했다는 순옥은 뒤늦게 딸에게 사과를 했다.
그 지독하고 힘든 시간을 버텨낸 딸 현숙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린 학생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며 행복해 한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흐뭇하게 보는 순옥의 마음 속에는 딸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엄마가 정신이 없었던 1년 동안 현숙은 언니 현정의 도시락을 대신 싸줬다. 비록 계란말이와 멸치볶음이 전부였지만, 현숙은 그런 아이였다.
엄마가 부재한 상황에서 엄마 역할까지 하면서 억울한 누명을 받아 퇴학까지 당해야만 했던 현숙. 그런 현숙에게 30년 전 목도리 사건은 그래서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현숙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면서도 자신만을 위해 학생을 버린 교사인 말년은 30년이 흘러서야 자신이 어떤 존재였는지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지독한 산고 끝에 출산의 기쁨이 존재하듯, 현숙은 30년이 넘는 지독한 시간을 이겨낸 후 모든 오해가 풀렸다. 그녀의 모교에서는 퇴학 무효 처리를 해줬고, 검정고시를 통과하면 명예 졸업장을 주겠다는 말도 합니다. 억울한 누명을 풀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현재의 현숙과 과거의 현숙이 손을 잡고 뛰어가는 장면은 보는 이들마저 흐뭇하게 만들 정도였다.
현정과 문학의 결혼식. 현정에게 최고의 웨딩드레스를 해주고 싶다는 모란에게 '작은 이모'라고 부른다. 호칭도 애매했던 이들의 관계는 서로를 이해하며 친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아버지 철희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서는 현정.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는 가족들은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이 가득했다.
은실은 두진이 준비하는 요리 프로그램에 사연을 실었다. 현숙과 요리 대결을 하고 싶다는 제안은 당사자인 현숙은 받아들인다. 십여년을 요리만 해왔던 은실과 달리, 이제 요리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현숙이 대결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요리는 달랐다. 비록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지는 못했지만 현숙은 30년 전부터 사랑으로 요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순옥이 간절함의 차이 때문에 현숙이 은실을 이길 수 없다는 과거 발언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현숙 역시 간절함으로 요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비록 그런 간절함을 순옥이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남편의 사망 소식으로 패인이 되어버린 순옥을 대신해 언니까지 챙긴 그 도시락 속에는 현숙의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마지막은 현숙과 은실의 요리 대결로 마무리된다. 그 과정과 결과를 통해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을 담을 것이다. 어느 정도 형식적인 마무리라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독한 현실 속에서 이런 따뜻함을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이렇게 작은 행복을 느껴야 할 정도로 우리의 현실은 힘겹기만 하다.
모든 오해가 풀린 날 집에서 현숙을 위해 모인 가족들. 케이크의 불을 끄고 환하게 웃는 현숙에게 순옥은 사과를 한다. 자신이 과거 패인이 되어 어린 딸을 오해했다고 용서를 구하는 엄마 순옥을 안고 한없이 우는 현숙의 모습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모든 것이었다.
차 안에서 쓰러진 모란은 어떻게 될까? 그녀가 이야기를 했듯 순옥과 철희는 리마인드 웨딩을 올릴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며 살아왔던 말년은 과연 변할 수 있을지. 많은 의문들을 담고 있는 드라마는 이제 마지막 한 회만 남겨두고 있다. 행복한 결말이 거북하지 않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화해와 용서, 사랑은 그저 드라마에서나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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