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착하지 않은 여자들 5회-채시라와 서이숙의 전면전이 반가운 이유

by 자이미 2015. 3. 12.
반응형

회를 거듭할수록 탄탄해지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흥미롭습니다. 착할 수없는 여자들이 모인 한 집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웰 메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안에 품은 김현숙과 나현애의 대결 구도는 이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이끌고 있습니다. 

 

착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든 나현애;

박정희를 연상시키는 나현애와 그에 맞서는 현숙의 숙명적 대결이 반갑다

 

 

 

 

이 드라마를 이끄는 핵심적 인물은 좌충우돌 김현숙입니다.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일찍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낳았지만 현숙은 모두에게 골칫덩어리일 뿐이었습니다. 학력 콤플렉스는 결국 자신의 딸에 투영되었고, 딸 마리를 엘리트 코스로 이끌었고 최연소 박사에 교수 직전까지 이끌며 대리만족을 해왔습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억울하게 학교에서 내팽겨 쳐져야만 했던 현숙의 삶은 그렇게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린 존재인 나현애 선생은 운명처럼 다시 자신의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저 그렇게 잊혀졌으면 좋았을 존재가 다시 자신의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끔찍하기까지만 합니다.

 

그나마 위안 아닌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삶을 정리하려는 순간 그녀에게 독한 삶에 대한 의욕을 키워준 것이 바로 나현애 개명 전 그녀가 기억하는 나말련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불붙은 현숙의 나말련에 대한 분노는 작고 소소한 분노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현숙의 분노는 그렇게 다시 발현되었고,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 누구인지 민감하게 대처하기 시작한 나현애는 자신들이 아끼는 잘나가는 제자들과의 자리에 불청객처럼 등장한 현숙으로 인해 당황스러워합니다. 현숙은 그 자리에서 나말련의 과거사를 들춰내며 강력한 한 방을 날려 버립니다. 그렇게 그들은 악연은 다시 화려하게 시작되었습니다.

 

현숙이 뜬금없이 검사 친구와 만났다는 것이 의심스러웠던 나현애는 집요하게 이유를 물었고, 그녀가 동네 도박장에서 붙잡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녀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교육관을 설파하면서 현숙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을 다시 시작합니다.

 

 

자신이 몰아냈던 현숙이 현재도 동네 도박판이나 기웃거리는 존재였음을 자랑스러워하는 나현애는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될성부른 제자들만 총애하고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거기다 공부도 못하는 제자들은 제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그는 현숙의 말처럼 교사가 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습니다. 학력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이를 통해 노골적으로 경쟁을 유도하며 살아남은 자들만 챙기는 그녀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 교육을 들여다보게 하는 듯 씁쓸합니다.

 

마치 군부독재시절의 독재자를 보는 듯한 나현애와 제자들의 장면들은 섬뜩함으로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제자를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짓밟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제자들의 성공을 모두 자신의 노력이 만든 결과라고 치부하는 한심한 작자와 그런 스승을 앞에 두고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 모습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군부독재의 망령을 재현한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신의 치부를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이유로 억지스럽게 현숙을 학교에서 몰아내버린 나현애는 교사로서의 자격이 없는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여전히 자신이 대단한 교육자라고 착각하는 것 자체도 섬뜩함으로 다가옵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거나 반성하지 못하는 자가 힘까지 얻게 된다면 그보다 무섭고 두려운 일은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현애는 돈을 위해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 한충길을 버리고 이두진의 아버지인 이문수 기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홀아비이지만 기자라는 직업과 엄청난 돈을 가진 부호라는 사실이 그녀에게 집착을 만들어냈고, 그렇게 그녀는 거대한 부를 가진 사모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성질은 변할 수 없는 법이고, 허세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하대하고 폄하하기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현숙의 절친이자 유일한 친구이기도 한 종미의 노력으로 인해 이문수 기자가 사회 병리현상에 대한 기사로 그녀를 옹호하고, 취재 과정에서 문제의 여선생인 나현애를 만나게 됩니다. 이 기자에게 첫 눈에 반한 나현애는 노골적으로 그에게 추파를 던졌고, 그 과정마저 목격한 현숙은 나 선생에게는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눈엣가시 같은 인물일 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상 밖으로 떠밀려 나온 현숙은 정처 없이 떠돌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퇴학까지 당한 그녀를 지켜준 것은 유일한 친구였던 종미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종미와 함께 과외를 받던 그녀는 과외선생님이었던 구민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결혼까지 이르렀습니다.

 

똑똑한 명문대생과 고교중태생의 결혼은 당연히 한 쪽의 반대를 받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현숙의 집에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는 결혼이었지만, 구민의 집에서는 원치 않은 결혼이었기 때문입니다. 괴외 선생님과 제자로 만나 마리를 낳고 그렇게 결혼 생활을 해왔던 현숙이지만 그녀는 항상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고민하고 힘겨워했습니다.

 

자격지심이 만든 삶이 행복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그녀는 어린 딸에게 자신이 하지 못했던 것들을 강요할 수밖에 없었고, 명문 외고와 명문대 박사학위와 강사까지 순탄대로를 걷는 딸을 보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던 현숙은 그래서 마음이 허하고 힘들기만 했습니다.

 

 

현숙의 그런 마음들은 결과적으로 항상 문제를 만들고 그런 문제들은 다툼의 원인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남편인 구민이 후배의 청혼을 받았다는 말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혼을 결심하지만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여전합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구민과의 삶. 항상 자책만 하다 말았던 그녀의 삶에서 보다 당당하게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구민이 다시 과거의 과외 선생으로 돌아가 현숙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은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마리 곁에는 검도 사범인 이루오와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운명이 될 아나운서 출신 피디 이두진이 있습니다. 여기에 고교생인 국영수까지 다각관계는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옵니다. 통속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내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그렇게 균형을 갖추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김철희를 두고 벌이는 두 여자의 묘한 대립은 점점 심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강순옥과 장모란이 동거를 시작하며 묘한 감정 대립은 수시로 등장하고 6회에서는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며 꺼내 든 '불륜'은 시청자들에게 깨알 같은 재미와 웃음을 선사해주었습니다.  

 

두 여자가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는 남자 김철희는 현재 살아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운명처럼 나현애의 연인이었던 한충길에 의해 생명이 구해졌고, 그와 함께 요양원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의도라도 한 것처럼 취재를 위해 속초에 있는 요양원에 간 이두진과 연결이 되면 그들의 묘하고 독한 인연들은 그렇게 다시 촘촘하게 다져지게 되었습니다.

 

김현숙과 나현애. 끝나지 않은 그들의 대결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들의 자녀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면서 그런 운명에 처한 그들과 마리를 둘러싼 묘한 감정들 역시 통속극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하지만 대세처럼 화두가 되고 있는 수구적 가치관을 가진 나현애와 그에 맞서는 김현숙의 대결 구도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핵심이자 극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기둥입니다. 본격적으로 서로에게 칼을 겨눈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대결을 펼쳐나갈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사회적 문제를 슬쩍 짚어 넣어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로 이끄는 김인영 작가의 필력이 반갑기만 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