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방송되고 있는 금토 드라마 <청춘시대>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시청률은 아쉽지만 화제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수많은 청춘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청춘시대>는 기존의 청춘물과는 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남자 아닌 여자의 시선;
다섯 여성의 청춘기, 그동안 조연이었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반갑다
남성우위의 사회가 저물고 있다고 한다. 더욱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젠더 논란은 이런 과도기를 잘 보여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이 여성에 비해 사회적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과거에 비해 여성이 남성들의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남성은 모든 우월한 지위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벨 엘포크라는 셰어하우스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청춘시대>는 다섯 명의 출연자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학생이지만 같은 대학생이 아니다. 여유롭게 대학을 다니는 이들도 있고 홀로 벌어 학교를 다녀야 하는 이들도 있다.
그저 청춘이 고마운 이들이 있는 반면 청춘이 지독한 사슬처럼 온몸을 감싸고 힘겹게 하는 이들도 있다. 지독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해법을 찾아보려 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해법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벨 에포크에는 남자는 없다. 주인도 여자이고 그곳에서 사는 이들 역시 모두 여성이다.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 청춘을 이야기한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여성들은 그들을 위한 조연이 우리가 봐왔던 드라마나 영화의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여성들을 위한 이야기가 가끔 등장하기는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춘시대>는 중요하게 다가온다. 청춘의 모습을 남자가 아닌 여성들의 시선으로 현재를 바라보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의미 있다. <청춘시대>라는 이름으로 내세울 수 있는 다양한 흥행요소들이 존재함에도 이 드라마는 과감하게 비주류인 여성을 앞세워 우리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모험을 했다.
<청춘시대>의 주인공은 다섯 명의 여성들이다. 이제 막 대학 신입생부터 28살 대학 4학년까지 비슷한 연배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회와 가장 밀접하게 다가가 있는 큰 언니 윤진명의 이야기는 처절할 정도였다.
가난한 집 안에 환자가 생기면 모든 가족들이 붕괴 일보직전까지 몰리게 된다. 식물인간 동생으로 인해 엄마와 진명은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만 했다. 죽기를 바라지만 죽일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진명이 할 수 있는 것은 잠까지 줄이며 악착같이 돈을 버는 것 외에는 없다.
졸업해 취직을 해도 모자란 나이이지만 진명은 가난으로 인해 제대로 학업을 마치기도 힘들었다. 지금도 악착같이 일을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단 돈 10원 쓰는 것도 힘들다. 그나마 진명은 스스로를 위한 호사는 일요일 저녁 홀로 캔 맥주 한 잔을 셰어하우스에서 마시는 것이 전부다.
진명에게도 진솔한 사랑은 찾아온다. 그렇게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 설렘이 손가락에 시커먼 상처를 주었지만 그 역시 행복의 증거 정도로 생각할 정도였다. 빵 끈으로 만든 말도 안 되는 반지마저 소중한 진명에게 사랑은 너무나 가지고 싶은 가치였다. 하지만 그 사랑의 시작과 함께 만들어진 상처는 사랑을 방해하고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상처로 인해 벌어진 레스토랑에서의 문제는 그녀에게 굴욕적인 현실을 감내하게 한다. 공감을 유도하며 접근해 자신의 몸을 탐하는 매니저의 행동에 진명은 쉽게 뿌리치지 못했다. 자신이 증오하고 경멸했던 이나와 같은 행동을 자신이 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달으며 허망해진 진명의 모습은 서글프게 다가올 뿐이었다.
차라리 죽어줬으면 했던 동생은 다시 살아나 자신을 압박한다. 잃을 수 없는 일을 위해 자신의 허벅지를 탐하는 매니저의 손을 진명은 뿌리치지 못했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해주고 자신도 사랑했던 남자에게 솔직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별을 선언하는 진명은 드라마가 만들어낸 허구가 아니다.
대학에 입학해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도 모른 채 설레는 막내 은재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에 목을 매는 예은, 사랑을 하고 싶어도 선머슴 같아 좀처럼 연애를 하지 못하는 지원도, 뛰어난 외모로 남자들의 스폰을 받으며 사는 이나도 낯선 존재가 아닌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우리 시대 청춘들일 뿐이다.
<청춘시대>에서 남자들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가는 조연일 뿐이다. 꼭 남자가 주인공이 아니라고 해도 충분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이야기할 수 있음을 이 드라마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변방에서 주목받을 수 없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간다는 점에서도 이 드라마는 매력적이다.
단순히 여성을 주인공을 앞세웠기 때문에 중요한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왜 우리는 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동등한 권리가 부여되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청춘시대>는 그런 작은 편견을 털어내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특별하다.
마이너 감성이 강했던 박연선 작가의 작품이지만 현미경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세밀하게 관찰한 듯 그대로 재현해내는 이야기의 힘은 강렬하다. 누구하나 구멍이라고 볼 수 없는 캐릭터들의 향연은 드라마를 보는 재미로 다가온다. 여성의 시선으로 청춘의 고뇌와 행복을 이야기하는 <청춘시대>는 우리 시대 꼭 필요한 드라마다.
<청춘시대>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캐릭터는 우리의 또 다른 자아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민낯으로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이런 사회성에 드라마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는 각자의 비밀들이 적절하게 배치되며 이야기의 재미까지 부여하고 있다.
젠더 감수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이 드라마는 중요하다. 매체가 남성위주 사회를 대변하듯 남성의 시각만 강요해왔던 전례를 봤을 때 <청춘시대>는 이런 불균형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우리 시대 청춘의 고민은 남자나 여자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고민이다. 그런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풀어가는 과정이 드라마는 어떻게 표현해낼지도 궁금해진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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