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노력해도 노력한 만큼의 삶을 살 수 없게 된 현실은 더욱 힘겹다. 노력해도 성공이라는 단계로 올라설 수 없는 현실에서 청춘들의 고통은 진명이 느끼는 허무와 유사할 것이다. 힘들고 어렵게 부여잡았던 희망이라는 끈이 끊어지는 순간 느끼는 지독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지원의 이명과 효진이;
희망이 사라진 진명의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웠던 평범한 하루, 그 지독함 뒤 희망은 다시 올까?
가볍게 툭 던진 지원의 거짓말은 사실이 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장난처럼 던진 지원의 농담을 사실로 받아들인 하메들로 인해 그녀는 고통에 시달렸다. 진명이 공사 시험에서 최종 불합격이 되면서 그 농담이 저주가 되어 다가온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강렬해졌다.
지원이 툭 던졌던 이런 농담들은 말 그대로 농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학부사에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그들은 장난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당연히 자신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메들도 농담으로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달랐다. 모두 귀신 하나씩이라도 가지고 있는 듯 신발장 귀신이 벨 에포크에서는 실제가 되어 있었다.
이별은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이상형이 헤어진 남자인 예은에게는 첫 이별이 쉽지가 않다. 갑작스럽게 울며 벨 에포크를 찾은 은재의 어머니로 인해 소란스러웠던 그곳도 은재의 새아버지의 등장으로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보험사기를 의심받는 상황에서 진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하게 다가왔다.
이나는 긴 잠에서 깨어난 이나는 그동안 살아왔던 자신을 버렸다. 자신의 허무함을 채워주던 사치품들을 모두 처분해버리고 손쉽게 돈을 벌며 살던 삶을 청산했다. 편한 삶을 포기하고 불편한 삶을 통해 강이나 스스로의 삶을 살기로 한 그녀는 옷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그렇게 이나의 성장은 조금은 힘겹겠지만 무거운 발걸음을 시작했다.
공사 시험에 불합격을 한 후 진명의 삶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잠까지 쪼개가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진명이 늦잠을 잤다. 그게 하메들에게는 특별한 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희망이 사라진 진명에게 하루하루는 지독함이었다. 더는 풀어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진명은 살아야 할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넋이 나간 채 살아가던 진명은 동생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는다. 자신에게 온 동생 수명의 등기우편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벌써 6년이나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동생을 장애인으로 신고하지 않은 어머니로 인해 징병검사통지서가 날아왔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동생으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진명은 엄마에게 "희망은 원래 재앙 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진명의 어머니는 그렇게 떠나는 딸을 부르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 의미는 분명했다. 모녀만이 느낄 수 있는 그 교감의 핵심은 결국 '죽음'과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명은 자신이 다니던 레스토랑을 그만뒀다. 다른 이들이 부당한 매니저의 행동에 동참하겠다고 나섰지만 진명에게는 더는 무의미했다.
땅 끝이고 한계선이라고 이야기하며 이곳에서 버텨야만 한다던 진명이 레스토랑을 그만두는 것은 말 그대로 마지막이라는 의미였다. 누구보다 진명을 사랑하는 재완은 그녀의 변신을 누구보다 잘 눈치 채고 있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진명은 하기 시작했다.
항상 돈에 찌들어 살던 진명은 함께 사는 동생들에게 그 흔한 떡볶이 한 번 사준 적도 없었다. 그런 동생들을 위해 어묵과 떡볶이를 사들고 온 진명. 새벽에도 잠들지 못하고 신발장 앞에 앉아있던 진명. 화장실을 가려다 어둠 속에 있던 진명을 발견하고 놀란 지원에게 그 귀신은 자신의 동생이라고 한다.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진명은 그렇게 모든 것을 정리해가고 있었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막연한 미래를 위해 어렵게 모아왔던 정기적금을 만기 한 달을 앞두고 찾아 엄마의 사채 빚을 갚는데 사용한다. 그렇게 진명은 재완과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를 시작했다. 가장 예쁜 모습으로 꾸미고 재완을 만난 진명은 남들처럼 평범한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커피숍에서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길거리 노점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쇼핑도 해보는 진명은 이 모든 게 행복하다. 극장에 가서 애인과 함께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너무나 평범한 그 행동이 진명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값진 행복이었다. 길거리에서 솜사탕을 나눠 먹고, 팔짱을 끼고 재완이 잡은 손에 행복을 느끼는 진명은 너무나 행복했다.
진명은 자신이 살던 벨 에포크도 정리했다. 모든 옷과 자신의 물건들을 박스에 담고 보증금은 나중에 엄마가 찾아갈 거라는 말로 그곳과 이별을 한 진명은 그렇게 자신에게 가장 화려하고 행복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다. 이나가 선물했던 명품 구두를 신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정말 사랑하고 싶은 재완과의 데이트는 그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였다.
다음에 구두 말고 운동화를 신으라는 말. 해보고 싶은 게 많았다는 진명에게 "다음에 하면 되죠"라는 재완에게 입맞춤을 하는 그녀는 "이건 다음에 못할 거 같아 서요"라고 한다. 자신의 청춘 마지막을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을 선택한 진명은 그게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사채업자가 건넨 차용증을 본 후 지원은 확신했다. 진명이 무엇을 하려하고 어떤 결정을 하려는지 말이다. 꼭 잡은 손을 어렵게 놓고 홀로 버스에 올라탄 진명에 창밖에서 손을 흔드는 재완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뒤로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은 힘겨운 청춘들의 얼굴이기도 했다.
6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살아가는 동생을 죽이는 것이 그나마 살아있는 엄마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그렇게 자신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역할은 진명이 아닌 엄마의 몫이었다. 아들을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지쳤던 어머니. 그녀는 누군가에 의해 그 끈이 끊어지기를 바랐다.
죽음 직전까지 몰린 상황에서 아들을 떠나보내며 서럽게 울었지만 다시 과거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말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절망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의지로는 결코 아들을 보낼 수 없는 엄마. 아들로 인해 딸의 삶이 망가져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는 엄마는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아니면 딸이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음을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그런 딸을 위해 어머니는 먼저 아들을 떠나보냈다. 깨어날 가능성이 없는 아들로 인해 살아있는 자들의 삶이 더는 망가져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명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엄마의 모습은 건조해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예은의 기도와 진명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그 버스의 모습은 잔인하게 다가왔다. 청춘은 쓰고 고달프고 힘겹기만 하다. 그 지독한 고통을 온전히 받아내고 풀어내고자 했던 진명의 좌절은 그래서 더욱 강렬한 몰입으로 다가왔다. 진명의 모습이 N포 세대 우리 청춘들의 모습이기도 하니 말이다.
지원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이명 현상과 함께 누군가를 본 후 "효진이"라는 말을 했다. 지원에게 효진이는 어떤 존재일까? 하메들에게 했던 그 거짓말은 어쩌면 자신이 하고 싶던 진심이었는지 모른다. 그동안 중간자의 입장에서 모든 상황을 대변하고 중심을 잡아주던 지원에게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비밀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효진이라는 이름이 잘 보여주고 있다.
안녕의 온도가 부른 '사랑의 한 가운데'는 <청춘시대>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음악으로 다가왔다. 인디 음악다운 장점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선우정아의 독특한 목소리까지 하나가 된 이 노래는 드라마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청춘의 대변자가 된 진명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누구나 평범하게 여기는 그 하루가 그녀에게는 가장 해보고 싶었던 간절한 행복이었다는 사실은 다시 곱씹어 봐도 서글프다. 사랑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사치가 되는 시대는 결코 정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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