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의 여대생이 사는 셰어 하우스 벨 에포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각자의 캐릭터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초반부터 몰입도를 키우고 있다. 막내의 벨 에포크 입성으로 시작된 <청춘시대>의 두 번째 이야기는 그들의 거짓말이었다. 화장과 거짓말을 연결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후 전개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거짓말과 민낯;
트렁크 팬티 주인은 누구인가? 예은과 이나의 서로 다른 거짓말
모두에게 말할 수 있는 비밀과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그녀들은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귀신을 볼 수 있는 지원의 이야기에 놀라기보다는 각자 누군가를 죽였고, 죽이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 낯선 상황에서 막내인 은재가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스스로 누군가를 죽였다는 은재는 그 죽음마저 특별한 상황이 되지 않는 벨 에포크는 이상한 공간이었다.
지원의 이야기에 내가 죽인 남자인가 보다는 이나와 나도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진명의 넋두리 같은 이야기는 그저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은재가 악몽이 시달리듯 그들 역시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은 그 트라우마에 지배당할 뿐이었다.
다섯 명의 캐릭터 중 가장 얄미운 존재는 정예은이다. 누구보다 꾸미기 좋아하는 예은은 남자 친구와 열애 중이다. 벨 에포크에서는 금지되어 있는 남자도 불러들이는 그녀는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남친이 자신을 하찮게 여기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그를 사랑한다.
사랑을 탓할 수는 없지만 그 어긋나기 시작한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마음은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낼 수밖에는 없다. 자신의 처지를 함께 사는 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하는 예은은 그 화풀이를 할 누군가를 찾기 시작할 뿐이다. 자신의 답답함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불행을 이용하는 행위는 최악이다.
언제부터인가 벨 에포크 앞에는 남자가 누군가를 기다린다. 뛰어난 외모로 많은 남자를 만나고 다니는 이나는 그런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함께 거주하는 이들에게 많은 남자들을 만난다고 밝힐 정도로 말이다. 그날도 고급 차에서 내려 운전한 남자와 진한 키스를 하는 모습을 본 벨 에포크 식구들은 궁금하기만 했다.
이나를 붙잡고 이것저것 묻지만 묻는 이들을 당황시킬 정도로 그녀는 솔직했다. 40에 가까운 치과의사인 그 남자는 기러기 아빠라고 했다. 유부남과의 만남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이나는 당당하고 이를 들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울 정도다.
예은은 한 남자에 집착하고 있다. 학생인 남자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다. 한 달 동안 그 좋아하는 커피까지 끊어가며 돈을 모아 고가의 옷을 선물하기도 했다. 둘이 연애를 하기 시작한 1주년을 기념한 선물이었다. 예은과 달리 남자는 싸구려 향수를 건넬 뿐이다. 그것도 샘플로 받은 것을 선물이라고 건넸다. 그리고 그저 예은의 몸만 탐하는 것이 그들의 사랑이다.
함께 자지 않을 거라면 왜 자신의 집에 왔느냐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예은의 남자 친구는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몸을 좋아할 뿐이다. 그녀가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다. 그리고 관심도 없다. 친구들도 알고 있는 1주년 현재 자신의 초라함이 들키기 싫어 거짓말로 춘천 1박 2일 여행을 간다고 했지만 홀로 떠난 어쩔 수 없는 여행이었다.
홀로 묵은 찜질방에서 남친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그는 친구들과 술 마시기에 여념이 없다. 이미 자신이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예은에게는 매일 벨 에포크 앞에서 이나를 기다리는 그 남자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바보 같아 보이지만 이런 순수한 사랑이 진짜가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이나를 기다리는 이 남자는 정말 순수한 사랑일까? 아니다 이나가 직접 이 남자에게 이야기를 했듯 그는 그저 스토커일 뿐이다.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전화를 하고 집 앞에서 기다리는 등의 행위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저 외모만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이 남자에게 이나는 분명하게 거절 표시를 했다.
문제는 이 남자의 집착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나가 만나는 남자를 택시를 타고 뒤 쫒고 그것도 모자라 이나에게 지금 하는 행동은 창녀와 다름없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이 남자는 정상이 아니다. 자신의 소유욕을 위해 상대를 궁지로 내모는 행위를 사랑으로 착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상대가 싫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사랑을 강요하는 것은 범죄다. 그것도 모자라 함께 동거하는 이들이 모두 나와 있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창녀'라는 발언까지 하며 협박하는 행위는 중범죄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나가 어떤 삶을 살든 그건 그녀의 선택이다. 물론 그런 삶을 바로 잡고 싶은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방식도 그 마음도 잘못된 그 남자의 행동은 그저 범죄일 뿐이다.
이나는 벨 에포크 식구들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알짜 공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게 거짓말인지 사실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무분별하게 남자를 만나고 있고 그 남자들이 준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그녀에게 분개해서 비난하는 예은은 과연 이나와 얼마나 다른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둘은 어떤 측면에서는 같으니 말이다.
예은은 사랑이라는 허울 속에 착취당하는 사랑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게 사랑인가? 하는 의구심이 날 정도로 피폐해진 감정은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와 달리 이나는 사랑은 없다. 그저 남자를 만날 뿐이지 그녀는 사랑하지 않는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이나 역시 은재와 마찬가지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과거가 존재한다.
사랑을 믿지 않게 된 이나의 현재는 결국 과거의 사건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화장이 짙어지는 만큼 거짓말은 커진다. 그렇게 커진 거짓말은 결국 더 큰 거짓말을 부르고 그렇게 거짓은 모든 것을 잠식해 버릴 수밖에 없다. <청춘시대>는 솔직함으로 무장한 우리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궁금증을 극대화했던 트렁크 팬티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니었다. 벨 에포크 주인이 건넨 방어용일 뿐이었다. 여자들만 사는 집이라고 알려지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시용으로 사용하라는 배려였다. 그 트렁크 팬티는 그렇게 예은과 이나의 거짓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가치였다.
여전히 풀어내지 못한 트라우마들이 꿈틀거리고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여대생을 통해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각자의 캐릭터가 명확하고 그 관계가 충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이제 막 시작한 <청춘시대>는 필견의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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