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원작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변주가 필요하다. 이는 기본적을 걸개 아래 전혀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타인은 지옥이다>는 어쩔 수 없고, 당연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게 하는 전략은 이미 웹툰이 사용해 의미가 사라졌으니 말이다.
이동욱을 새로운 캐릭터로 만들어 투입시킨 것은 원작 그 이상의 이야기 전개를 위함이다. 당연히 직선적인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전형적인 장르 형식을 취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웹툰을 그대로 만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선택이 절실했으니 말이다.
다중인격 장애를 쌍둥이로 치환해 서로 다른 인격체로 대체한 것도 흥미로웠다. 변득종이 하나가 아닌 둘이라는 사실은 반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향후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도 기대하게 된다. 연쇄 고양이 살인마가 정말 정신이 이상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그저 다른 쌍둥이 행동을 뒤집어쓰고 비호하는 존재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기괴한 고시원 식구들의 행태를 눈치챈 조폭 안희중은 그들의 포로가 되었다. 종우의 신경도 건드리던 4층의 소음을 따라 폐쇄된 곳에 들어선 안희중은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 공간 안에 외국인 노동자가 피투성이가 되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말았다.
목격자가 되어버린 안희중은 공격을 받아 묶인 그는 그들의 새로운 희생양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묶여 피투성이가 되었던 외국인 노동자는 실종 처리가 된 인물이다. 값싼 고시원비를 무기로 그곳으로 끌여들여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하는 집단이 바로 '에덴 고시원' 거주자들이다.
제 발로 들어온 새로운 타깃이 바로 종우라는 점은 그래서 섬뜩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살인마 집단의 소굴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렇다. 희중이 희생양이 된 후 복순이 종우에게 "이제 좋은 총각들만 남았네요"라는 말은 그래서 섬뜩했다. 자신들에 반하는 인물이 사라졌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종우의 회사 생활도 그리 행복하지는 않다. 인턴으로 선배가 운영하는 마케팅 회사에 취직하기는 했지만, 구성원들과 쉽게 사귀기가 어렵다. 사수 역할을 하는 박병민 실장은 콤플렉스 덩어리다. 지독한 수준으로 자기 방어에 집착하는 그는 짝사랑하는 디자이너 손유정이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이 불쾌하다.
자신을 회사에 취직을 시켜준 것은 고맙지만 선배 재호의 TMI 방출은 그를 분노하게 만들 뿐이다. 분노조절장애를 불러올 것 같은 상황들이 종우를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첫 등장부터 성질을 참기에만 여념이 없었던 종우 역시 만만치 않은 존재라는 것은 명확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칭찬을 듣는 유능한 치과의사 문조는 어린아이 환자까지 선호하는 존재다. 선한 행동과 좋은 솜씨는 문조를 최고로 만들었다. 외모 역시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런 문조가 과연 그들의 시선처럼 완벽할까?
"여전히 남의 글들을 훔쳐 블로그를 채우며 죄의식이라고 전혀 존재하지 않는 한심한 네이버 블로그 '힘내라 맑은물'의 행태는 경악스럽다. 수많은 이들의 글들을 무단으로 채우며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이런 자가 '정의'를 앞세워 개인적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는 모습은 황당할 뿐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적폐가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예상했듯 문조는 '에덴 고시원'을 이끄는 실질적인 보스다. 그의 치과에 봉사활동을 하며 찍은 사진 속 인물들이 모두 그들이었다. 문조는 냉철하다.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런 냉정함이 결국 현재의 문조를 만들었다. 사이코패스가 사회적 성공과 함께 살인마로서 숨겨둔 욕망까지 쏟아내면 그 무엇보다 무서울 수밖에 없다.
지구대 순경 정화는 고양이 연쇄 살인사건에 집중하다 '에덴 고시원'까지 찾아갔다. 고양이 사채를 버리는 인물을 차량 블랙박스에서 찾아 추적한 끝에 변득종을 알아냈다. 하지만 정신지체를 가진 그를 지구대에서는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신적 장애가 만든 행위 정도로만 인식하고 풀어줬다.
동물에 대한 행위가 곧 인간에 대한 범죄로 확대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지구대 순경들은 정화의 열정이 그저 귀찮기만 했다. 그 사건 이후 '에덴 고시원'은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더욱 붙잡아 둔 희중이 힘들게 포박을 풀어내고 평소 알고 있던 차 형사에게 연락을 하다 다시 붙잡힌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균열이 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고양이 연쇄살인으로 촉발된 관심은 그렇게 안희중이 부른 차 형사로 확대되었다. 이런 상황에 불안을 느낀 기혁은 공격에 나섰다. 차 형사 차량에 몰래 숨어 공격을 감행했다. 사망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그런 기혁을 한순간 제압한 것은 바로 치과의사 문조였다.
종우와 문조가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자신과 닮았다고 하는 문조는 종우에게서 자신을 봤거나 인간의 악마성을 끄집어낼 수 있음을 확신한 듯하다. 악과 마주해야 할 선의 구도는 아니다. 완벽한 악과 선은 존재할 수 없다. 그 안에서 서로 충돌하는 인간들의 섬뜩한 이야기가 이제 펼쳐질 예정이다.
섬뜩한 살인마는 우리 곁에 아주 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잔인한 존재가 악마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단 의미다. 미국의 연쇄살인마의 대부분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백인들이라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익숙한 방식으로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타인은 지옥이다>는 원작을 다양한 의미로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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