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이 있는 드라마는 한계가 명확하다. 결말을 알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각색의 힘으로 전혀 다른 드라마로 재탄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임시완이 제대한 후 첫 작품으로 선택했다는 이유로 화제를 모았던 것이 바로 <타인의 지옥이다>란 웹툰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와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면서 이제는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은 거의 없다. 졸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과연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것인가? 10회로 분량이 정해진 이 작품은 배우들 라인업이 좋다.
임시완, 이동욱, 이정은이 모인 라인업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하게 한다. 더욱 임시완 팬들로서는 복귀작에 대한 기대치는 한없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첫 회가 방송되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정도로 무난한 모습이었다. 도시 빈민들의 주거지로 변모해가는 고시원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선배 회사로 취직되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윤종우(임시완)는 서울 생활이 낯설면서도 반갑다. 연인인 민지은(김지은)과 자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문제는 거주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고속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타인에 의해 노트북 액정이 깨지며 험난한 서울 생활을 예고했으니 말이다.
액정을 고치기 위해 찾은 곳에서도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한 종우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경계를 더욱 심하게 만들었다. 첩첩산중은 이제 시작이다. 취직은 되었지만 살 곳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고시원들을 찾아다니지만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비용이다.
난감해하는 상황에 찾은 한 달 19만 원짜리 고시원을 찾아 힘들게 찾았지만 외관만 보고도 거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더는 갈 곳도 없던 그는 에덴 고시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주인 엄복순(이정은)은 나쁘지 않았지만 기괴한 분위기 속의 사람들은 달랐다.
조폭 출신이라는 안희중(현봉식)을 시작으로 정신이 이상한 변득종(박종환), 뭔지 음침하기만 한 홍남복(이중옥), 멀쩡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두려운 유기혁(이현욱)까지 고시원에서 만난 모든 이들이 정상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자체가 지옥도와 비슷했으니 말이다.
겨우 누울 수 있는 크기의 고시원. 전화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방음도 되지 않은 그곳에서 버텨야 한다는 사실이 쉽지 않다. 재개발로 6개월만 있으면 된다는 사실이 그나마 희망이었다. 6개월 동안 열심히 돈 벌어 다른 곳으로 이사 가겠다는 의지가 더욱 커졌으니 말이다. 고시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사회적 함의를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이제는 사장님이 될 선배 신재호(차래형)와 함께 술을 마시는 상황에서 거리에서 싸움을 하는 이들을 발견했다. 외면하라는 선배의 말에 피하려던 종우는 군 시절이 생각나며 잠시 이성을 잃고 폭행하던 남자를 막아 세웠다. 최악의 상황은 넘긴 상황은 웹툰을 본 이들이라면 무슨 의미인지 잘 알 수 있을 듯하다.
"여전히 남의 글들을 훔쳐 블로그를 채우며 죄의식이라고 전혀 존재하지 않는 한심한 네이버 블로그 '힘내라 맑은물'의 행태는 경악스럽다. 수많은 이들의 글들을 무단으로 채우며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이런 자가 '정의'를 앞세워 개인적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는 모습은 황당할 뿐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죽음이 아닌 구원을 얻은 그 상황이 어떤 변주로 이어질 것인지 말이다. 서울에 올라온 첫날부터 정신이 없었던 종우의 고시원 생활은 어떨까? 불길한 그 어둠 속에서 과연 종우는 살아날 수 있을까? 타인은 지옥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서로에게 지옥인 그들은 과연 어떤 상황들에 빠지게 될까?
에덴 고시원이 있는 그곳에서 고양이 사체가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패기 넘치는 지구대 순경 소정화(안은진)는 연쇄 고양이 살인사건을 중요하게 바라보지만 그만 그런 생각을 할 뿐이다. 그저 고양이 사체가지고 호들갑이냐고 면박을 주는 것이 전부니 말이다.
첫 회 칙칙하고 뭔지 모를 공포심을 불러오는 분위기는 완성되었다.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지옥과 같은 고시원의 풍경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작은 충돌들을 해가는 주인공과 결론부터 내고 시작한 이야기가 과연 원작과는 얼마나 다른 재미와 가치로 다가올지도 궁금해진다.
원작과 모든 것가 같다면 굳이 드라마로 볼 이유가 없다. 평면의 상상을 입체화 해 체험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볼 수도 있지만, 뻔한 이야기를 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원작을 넘어선 드라마만의 <타인은 지옥이다>가 어떻게 구현될지가 궁금하다. 결국 성공의 열쇠는 원작과 유사하면서도 얼마나 다른가에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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