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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Netflix Wavve Tiving N OTT

파친코 4화-부산앞 바다에 선 선자와 비 내리는 도쿄 역 앞에서 춤추는 솔로몬

by 자이미 2022.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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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선자는 이삭과 함께 오사카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면서도 아내로 받아준 이 남자를 내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당시 남편 없이 아이를 낳으면 아이나 엄마나 손가락질 받으며 살 수밖에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죠.

 

그런 선자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 준 전도사인 이삭의 청혼을 그는 기쁘게 받았습니다. 양복점에서 한수와 이삭이 만나는 장면은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죠. 이삭이 죽다 살아났음을 아는 한수처럼, 이삭 역시 선자의 뱃속 아버지가 한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잘 맞지 않는 양복에 대해 언급하는 한수에게 3.1 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형님 옷이라 잘 맞지 않는다 말하는 이삭. 이 미묘한 신경전과 대립 속에 선자를 두고 벌이는 두 남자의 대결 구도는 이들의 대화로 잘 드러났습니다.

 

결혼식이 치러진다는 말에 마지막으로 시장을 찾은 선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온 한수는 이를 막으려 했죠. 하지만 한수의 위협에 선자는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다며 단호함을 보였습니다. 첩이 되어 그저 편하게 살라는 한수 행동이 잘못이라는 선자의 확고함이었죠.

 

이미 일본에서 온갖 역경을 견뎌왔던 한수는 선자에게 경고했습니다. 그곳에서 돈 없이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고통인지 말이죠. 오사카로 가면 다시는 자신에게 부탁할 수 없다는 말에서 한수가 느끼는 선자에 대한 감정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삭은 교회에 선자와 그의 어머니를 모셔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기독교 박해가 존재하던 시절 반지하 교회에서 목사마저 불편해하는 결혼식은 선자를 죄인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면 크게 이상할 수는 없지만 안쓰럽고 힘겹게 다가오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죠.

 

기독교를 믿지 않았던 선자는 처음으로 기도를 했고, 그런 딸의 하얀 옷자락에 묻은 흙자국들을 보며 애틋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얀색과 흙을 통해 짓밟혔던 선자의 모습을 선명하게 부각시켰습니다.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엄마 양진은 쌀집을 찾아 보리가 아닌 쌀을 두 홉만 달라합니다. 결혼하고 떠나는 딸에게 '우리 땅의 쌀 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절박함이 가득한 양진의 바람은 쉽지 않았죠.

일제의 강제 쌀 수탈로 인해 쌀은 살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쌀집 주인은 양진의 우리 땅에서 자란 쌀 맛을 떠나기 전에 보여주고 싶다는 말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어렵게 구한 흰쌀로 정성껏 밥을 짓는 양진과 거친 보리밥을 먹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정성껏 만든 마지막 밥상을 받고, 하염없이 울며 엄마가 만든 흰 쌀밥을 먹는 선자의 모습은 노인이 된 선자가 금자가 지은 밥을 먹는 장면과 연결되죠. 한국의 땅에서 만든 쌀로 지은 쌀맛은 그렇게 선자 인생에서 강인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빨래터에서 함께 살던 친구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당시 시대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환상을 품은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하는 동생에게 철없는 이야기 한다며 우린 똑같은 처지 사람들과 결혼하게 될 거라 합니다.

 

엄혹한 세상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변할 수도 없는 세상의 굴레에 대한 지독한 냉소는 당시를 잘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짐을 다시 풀어 딸 옷을 곱게 접어 다시 싸는 엄마 양진의 모습과 고향 가려고 짐 싸는 노인이 된 선자의 모습이 교차되며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잘 연결시키기도 했습니다.

솔로몬과 나오미의 대화도 흥미로웠습니다. 솔로몬 아버지가 파친코를 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일본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언급하죠. 일본 기업의 그늘이 아닌 것은 파친코가 유일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재일 교포들이 왜 파친코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합니다.

 

나오미가 좋은 학교 집안에도 일본 은행이 아닌 외국계 은행을 찾은 이유는 성공하기 위함이라 했죠. 남성 중심 사회가 강력한 일본에서 여자의 성공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나오미의 이런 모습은 드라마의 주제와도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오사카로 떠나려는 선자와 이삭에게 하숙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동전 하나를 건넵니다. 그들에게는 할 수 있는 최선이었죠. 그리고 자매처럼 지낸 친구들은 선자에게 나무 원앙 한 쌍을 선물로 건넸습니다. 노인이 된 선자가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배를 타기 전 엄마 양진은 시어머니가 준 반지를 선자에게 건넸습니다. 하지만 선자는 받을 수 없었죠. 지독하게 가난한 그들에게 반지는 힘들 때 유용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선자는 한수가 준 시계를 보여주며 이거면 됐다고 합니다. 이를 보는 순간 아기 아빠가 준거라는 것을 안 양진은 딸을 나무라며 절대 생각하지 말라 합니다. 그런 엄마 말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 잘 아는 선자는 오열할 수밖에 없었죠.

산달 두어 달을 남기고 배 지하 칸에 탄 선자는 지독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흔들리는 배와 지독한 냄새 등은 임신한 선자가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었으니 말이죠. 그 배에는 일본에 속아 탄광으로 향하는 노동자들이 가득했습니다.

 

이들과 달리, 화려한 식당 칸에서는 일본인들이 여유롭게 노래를 들으며 식사하고 있었고, 배에 타기 전에 선자가 바닥에 떨어트린 목도리를 건네 준 가수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줬다는 가수는 그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식당 칸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모두가 주목하는 순간 가수는 갑작스럽게 "갈까 부다~"라며 한 맺힌 한국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배에 퍼져나가는 이 노래에 일제에 속아 탄광으로 끌려가는 노동자들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노래는 조국을 빼앗긴 국민들을 대변하는 소리이자 선자를 위한 선물이기도 했습니다. 하얀 비단 스카프와 빨간 피가 극단적 비교가 되는 이 장면 역시 상징적일 수밖에 없죠. 노래 소리가 갑자기 끊기자 혼란스러워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속아서 끌려가는 그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시플리 은행과 일본 건설업자가 진행하던 사업의 마지막이 될 금자가 은행에 도착하자, 모두가 도열하고 인사하는 장면은 상징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이 잘 처리될 거라고 보였던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금자는 자신의 아버지가 치쿠코 광산에 끌려왔다는 것을 밝히며, 선자가 떠나온 날의 기억과 맥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한국인들은 바퀴벌레라 불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 역시 한명이 살 수 있는 곳에 가족이 모두 살았기 때문이라며, 당시 얼마나 처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지 솔로몬에게 설명했습니다. 과거는 과거 이제는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솔로몬에게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금자는 하고 싶었습니다.

 

역사를 잊은 이들과 기억하려는 이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펼쳐졌죠. 이런 악랄한 핍박을 받은 상황에서 솔로몬은 할머니에게 집을 팔라고 할 수 있냐고 묻습니다. 자이니치라 불리며 자신 역시 바퀴벌레라 놀림 받았던 솔로몬의 지독한 고통이 살아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씀 드렸을거에요"

 

이 대사가 중요한 것은 솔로몬의 각성 때문입니다. 그저 돈이면 최고라 생각했던 솔로몬은 그렇게 자신이 애써 잊고 있었고, 거부하려 했던 과거와 대면했습니다. 더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나온 솔로몬의 이 발언은 그래서 중요했죠.

 

모든 것은 무산되었고, 솔로몬은 미세하게 흔들리는 물 잔을 바라보다 계단으로 뛰며 부의 상징이었던 명품 넥타이를 던져 버렸습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흠뻑 젖은 솔로몬이 멈춰선 곳은 버스킹하는 곳이었습니다.

퇴근하던 나오미는 빗속에서 버스킹 음악에 맞춰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솔로몬을 보고 오히려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춤이 자이니치의 분노를 표출하는 행위라는 것을 나오미는 알고 있었으니 말이죠.

 

나오미 역시 솔로몬이 자이니치라 거리를 두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장면은 솔로몬과 나오미의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 중요한 장면으로 다가옵니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잔은 출세지향주의였던 솔로몬을 깨워 각성하게 만드는 상황을 묘사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옭아매던 명품 넥타이를 풀고 빗속에서 하염없이 춤추는 것은 자유 그 자체였죠.

 

집 떠나온 지 5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선자는 들떴습니다. 과거 지독한 가난과 두려움에 떠났던 고향에 아들과 함께 온 선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에 휩싸였죠. 선자가 도착한 부산에도 비가 내렸고, 바다가 보이자 선자는 택시에서 내려 바다로 향했습니다.

 

어린 시절 아빠 앞에서 물질하던 모습과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지독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찾았던 바다. 그 바다 앞에 서서 하염없이 우는 선자의 모습은 드라마 '파친코'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선자가 부산 앞바다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과 솔로몬이 도쿄 지하철 역 앞 도로에서 버스킹 음악에 춤을 추는 장면이 왜 이 드라마가 뛰어난 완성도를 갖췄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왜 해외 수많은 비평가들이 찬사를 보냈지만, 4화는 완벽하게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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