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작가의 신작인 <프로듀사>가 12회로 종영되었다. 금토 드라마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과 달리 드라마의 완성도나 재미는 상당히 떨어졌다. 높은 시청률을 올렸으니 좋은 드라마라 할 수 없는 이유를 <프로듀사>가 보여준 셈이다.
박지은은 없고 김수현은 있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 집에서 끓인 라면이 생각난다
하는 작품마다 시청률 대박을 이끄는 스타 작가 박지은. 박 작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수많은 스타들이 노크를 했고, 중국 자본에 의해 제작비 역시 수월하게 확보할 정도로 <프로듀사>는 큰 관심사였다. 홍자매와 함께 스타 작가의 복귀는 많은 시청자들을 흥분하게 했다.
스타작가의 등장에 들뜬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름값이라는 점에서 부족한 그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흥분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최소한의 기준은 채워주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스타작가들에게 과거의 작품이 최고작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참혹한 일일 것이다.
박지은 작가의 최고작은 어쩌면 <별에서 온 그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시청률이라는 측면을 보면 다른 작품도 있겠지만 <별그대>는 하나의 현상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를 대적할 작품이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박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프로듀사>는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김수현까지 합류하며 모든 것은 완성된 듯했다.
중국시장까지 지배한 별에서 온 특별한 그들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프로듀사>는 2015년 최고의 기대작이었다. 종영 시청률이 17%가 나올 정도로 <프로듀사>는 분명 성공했다. 하지만 뭔지 알 수 없는 이 아쉬움은 기대치와 달리 무난한 정도의 이름을 내세운 작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산파역을 하는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네 명의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사랑이이기는 시청자들에게 재미로 다가왔다. 한국 드라마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 엇갈리는 관계를 이용해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재미를 살린 것은 박지은 작가가 보여준 최고의 재미였다.
신입피디가 방송국에 들어가 그 안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담아내는 12개의 이야기는 금토 늦은 시간 방송되는 드라마로서 하나의 안식처 역할을 해주었다. 지상파에서 그 시간대 경쟁 드라마가 없다는 점에서 선점 효과는 충분히 누린 셈이다.
감각적인 대사와 등장인물들 간의 연결고리를 잘 엮어 놓아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했다는 점은 박지은 작가의 필력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신선하지 않았고 안전한 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특별할 수는 없었다. 톡톡 튀는 흥겨움을 느끼기 보다는 안정감은 어쩌면 박지은 작가에서 느끼지 못한 아쉬움이었을 듯하다.
<별그대>에서 느꼈던 신선함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그 흔적을 찾는 것에 불과했던 <프로듀사>는 소품 정도의 가치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나마 <프로듀사>가 주목을 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김수현이라는 존재감 때문이다.
김수현이 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박지은 작가가 왜 김수현을 찾았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이 드라마는 김수현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 시청률이 나올 수 없었다. 방송국 내에 벌어지는 다양한 역학관계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거대 기획사의 횡포와 이에 맞서는 상황들 역시 흥미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저 양념일 수밖에 없는 이 상황들은 그저 부수적인 역할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프로듀사>의 핵심은 김수현의 사랑이었고, 그 관계 속에서 네 명의 출연자들이 서로 얽히고설킨 상황들이 재미의 핵심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꿈꾸는 한 남자에 의해 멀어질 수 없는 두 남녀가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게 된다는 식의 설정은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관계 설정이다.
김수현이 연기한 백승찬은 선배를 좋아하는 모태 솔로다. 좋아하는 선배를 위해 방송국에 취직까지 했지만 그 선배가 다른 이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고 절망한 그는 그 지점에서 또 다른 선배를 좋아하게 된다. 그저 선배를 좋아하는 단순한 캐릭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최고 스타라는 여가수 신디가 아무리 꼬리를 흔들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백승찬이 예진을 짝사랑하는 순간 <프로듀사>는 4명을 위한 드라마로 좁혀지기 시작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 수준에서 멈춰야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박 작가는 잘 알고 있었다. 김수현을 중심으로 세 명의 등장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순간 다양한 화학작용은 모두 그를 향한 환호로 바뀔 수 있으니 말이다.
<프로듀사>는 분명 성공한 드라마다. 마지막 회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것 까지 잘 짜여 진 한 상이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한 상은 고가의 값어치는 했다. 화려한 레스토랑에 멋지게 차린 테이블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앉아 그럴 듯한 것들을 바라보며 집에서 끓인 라면이 생각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다.
화려한 밥상을 받아들고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감을 뽐냈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박지은이라는 스타 작가는 찾기 어려웠다. 작가의 힘이 드라마를 좌우하는 작가 전성시대에 작가보다 배우의 힘이 클 수 있음을 <프로듀사>는 잘 보여준 예 일지도 모르겠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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