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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피노키오 5회-이종석과 박신혜 뻔한 사랑과 복수마저 위대하게 만드는 작가의 힘

by 자이미 2014.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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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피노키오>는 신드롬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부모에 대한 복수를 하는 형제들, 익숙한 삼각관계 등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얼개들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뻔한 형식마저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바로 <피노키오>였습니다. 

 

달포와 재명, 형제의 서로 다른 복수;

사랑과 복수라는 뻔한 소재마저도 특별하게 만드는 피노키오의 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부제를 단 5회에서도 <피노키오>가 왜 많은 시청자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웰 메이드의 조건들이 이 안에 모두 담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우들의 대사 하나하나에도 모두 의미가 담겨있고, 그 대사와 몸짓들은 복선으로 자리하며 촘촘하게 서로를 엮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게 되면 흥분하게 됩니다. 이런 기분은 문학작품이나 영화, 혹은 그림이나 기사들에서도 느낄 수 있는 쾌감이기도 합니다. <피노키오>는 분명 큰 줄기로 언론의 사명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기레기가 되어버리고, 언론의 가치를 스스로 파괴해버린 언론사들이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정의로운 기자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기둥 줄기는 기자의 정의감이라 할 것입니다.

 

단단한 기둥과 함께 이를 받쳐주는 핵심적인 이야기들은 상투적이라고 표현될 수도 있는 복수와 사랑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그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은 자연스럽게 복수로 이어지게 합니다. 여기에 어느 드라마에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다층적인 러브라인이 <피노키오>에서도 등장합니다. 신기한 것은 이런 뻔한 구조를 가지고도 시청자들이 식상해하지 않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을 떠받치고 있는 대들보는 기레기가 된 우리의 언론 환경을 적나라하게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런 큰 대들보에 시청자들이 쉽게 매료될 수 있는 익숙한 형식은 서까래가 되어 멋진 하나의 웅장한 집을 연상케 해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원칙들을 버리지 않은 채 다양한 재미마저 잃지 않겠다는 작가의 욕심은 욕심이 아닌 당연한 능력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사실이 <피노키오>가 위대한 이유일 것입니다.

 

아버지의 시체를 수습한 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달포는 형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습니다. 아버지 백골을 수습한 형 재명은 이제 세상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생 하명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어머니와 함께 죽었다고 생각하던 재명은 아버지가 살아있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아버지는 죽어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잔인한 복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게 만든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진정한 복수인지 고민하던 재명은 가해자들 역시 동일하게 그 고통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우연한 술자리에서 알게 된 과거 공장장과 직원들에게 접근한 재명은 공장장을 불러내는데 성공합니다. 지갑을 이용해 공장장을 불러낸 재명은 재개발 지역의 하수구에 빠트려 그를 서서히 죽게 만들겠다고 합니다.

 

아무도 없는 폐허 속에서 아무리 외쳐본들 누구하나 듣는 자 없는 그 까마득한 곳에서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는 공장장. 그런 공장장을 잔인한 존재로 만들 계획까지 짜놓은 재명은 철저하게 아버지가 받은 고통, 그리고 산산이 조각난 자신의 가족들처럼 그들도 파괴되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재명의 이런 복수가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너무나 착한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멘 홀 뚜껑 위에 벽돌을 쌓아올리며 눈물을 흘리던 재명이 점점 잔인한 살인마가 되어간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슬픈 것은 당연합니다.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던 재명. 달포보다 더욱 똑똑했던 그는 자신의 인생마저 버린 채 오직 복수를 다짐하며 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한다는 것은 잔인한 살인이 연이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재명과 같은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복수를 다짐하는 동생 하명은 자신이 진짜 기자가 되어 보도를 하게 되면 본명을 드러내겠다고 다짐합니다. 기자도 아닌 것이 어설프게 훈계질에, 비난까지 한다는 송 부장의 비판에 달포는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기자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나서 진짜 복수를 하겠다는 다짐이 섰기 때문입니다.

 

 

달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복수는 이제 기자가 되어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 그리고 잘못된 언론의 현실을 바로잡는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그런 그의 다짐은 결과적으로 연쇄 살인범이 될 수밖에 없는 형을 리포트하고, 추적하는 운명으로 다가옵니다.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과거 13년 전에 벌어진 사건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고 이런 취재과정에서 달포는 그렇게 찾고 싶던 형과 조우할 수밖에 없게 되니 말입니다.

 

형제의 엇갈린 복수극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둘 모두 자신들의 집안을 망가트린 이들에게 복수를 다짐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복수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길은 어느 순간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형제들의 운명은 벌써부터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도 <피노키오>처럼 하면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작위적이거나 의도적인 설정이 티가 나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이 존재하는 사랑은 식상할 수가 없습니다. 운명처럼 만나 거스를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격정적이고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달포와 인하의 사랑에 자연스럽게 서범조와 윤유래가 끼어들며 다층적인 관계로 확장될 수밖에 없음에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작가의 농익은 솜씨 때문일 것입니다.

 

복수에 대해 망설이는 재명에게 의도하지 않게 복수의 가치와 의미를 일깨우는 재명의 선배 이야기는 작가의 능력을 엿보게 하는 장치였습니다. 트럭 범퍼가 찌그러진 상황을 빗대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발언들은 자연스러운 복선과 의미 있는 이중적 가치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러운 상황과 대사를 통해 어쩔 수 없는 이들의 운명을 설명해가는 과정은 비단 이 장면만은 아닙니다.

 

 

인하의 생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달포는 복수를 다짐하면서도 원수의 딸을 위해 케이크를 삽니다. 하지만 집이 가까워지며 다시 한 번 마음은 흔들리고 인하를 위한 케이크는 버스 안에서 만난 낯선 할머니에게 돌아갑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그곳에는 자신이 할머니에게 준 케이크가 다시 돌아와 있었습니다. 인하의 아버지인 달명이 소개료 없이 집을 소개해줘 고맙다고 케이크를 선물했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 직전에 옥상에서 인하는 달포에게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딸꾹질이 멈추지 않고, 딸꾹질이 지속되면 어머니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인하는 용기를 내서 고백을 했었습니다. 잊겠다고, 그렇게 잊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그들이지만, 집 안에 돌아와 있는 케이크는 이들은 결코 헤어질 수 없는 운명임을 강렬하게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인하의 가족은 자신의 가족이 아니라 복수의 대상이라 생각했던 달포는 자신을 위해 약을 지어 온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재명이 완전히 내던져진 채 오직 복수에만 집착하는 것과 달리, 달포는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진짜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르게 찾도록 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힘이 느껴집니다.

 

 

서로 다른 길을 통해 하나의 주제에 맞닿게 하는 방식은 대결 구도를 자연스럽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이미 모든 기술적인 내용들은 다 알려진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새롭게 조합하고 이끌어 특별함으로 만드느냐는 진짜 작가의 힘입니다. 그런 점에서 <피노키오>의 박혜련 작가는 특별합니다.

 

주변 인물들을 통해 드라마에 웃음과 잔잔한 사랑을 전달하고 주인공들을 통해 치열한 주제 의식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는 이미 시청자들과의 기싸움에서 완벽하게 우위에 서 있습니다. 뻔할 수밖에 없는 한정된 구조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재미를 만들어낸 박 작가는 대단한 건축가 같은 면모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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