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이 힘든 청춘, 그들의 바람이 취집이라는 사실은 씁쓸하기만 하 다
엉뚱함으로 승부하는 승윤은 종석의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승윤을 좋아하지 않았던 종석은 자신을 구하고 부상을 당한 그를 바라보며 급 호감으로 돌아서 지금은 그를 위해서는 뭐라도 할 수 있는 베프가 되었습니다. 이런 둘의 관계가 싫은 유선은 첫 만남부터 별로였던 승윤이 자신의 집을 찾고 종석과 어울리는 것이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지구는 네모나다'는 말을 믿고 있는 승윤은 배꼽에 소금을 뿌리고 찐 계란을 찍어먹는 모습을 연출하며 유선을 경악하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못마땅하던 존재였는데 엽기에 황당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자신의 아들과 가깝게 지내서는 안 되는 존재로 각인되는 건 당연했습니다.
그렇게 종석과 유선의 승윤을 사이에 둔 싸움은 시작되었고, 자신의 친구를 왜 그런 식으로 바라보는지 모르겠다는 종석과 이상한 아이와 어울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유선의 다툼은 지석의 친구를 통해 판가름 내기로 결정합니다. 심리분석가인 친구를 통해 그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면 된다는 유선의 제안에 종석마저 불안해 할 정도로 승윤은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종석과 친구임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은 다니지도 않는 종석 학교 교복을 맞춰 입고 다니기까지 하는 승윤. 그는 심리분석가에 의해 불안하고 타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기는 하지만 정상이라는 판정을 내리게 됩니다. 승윤과 종석에게는 환호가 터지는 일이지만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유선에게는 당황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네모난 지구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지를 꺾고 친구와의 영원한 우정을 위해 "지구는 둥글어요"라고 말하며 완벽한 정상 판정을 받은 승윤은 즐거워하는 종석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가며 "그래도 지구는 네모야"를 속삭이는 모습으로 4차원 승윤의 캐릭터는 완성되었습니다.
오늘 메인은 백진희였습니다. 실밥을 풀고 흉터가 남을 지도 모른다며 엉덩이를 봐주러 온 계상. 그런 계상을 보면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하선의 한 마디는 진희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취직자리는 하늘에서 별 따기이고 빚까지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친구와의 통화에서 화두가 된 '취집'은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만 합니다.
잘한 결혼은 취직보다 좋다는 친구의 말은 그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것을 빼앗긴 20대에게는 절망적인 희망이기도 합니다. 좀처럼 보이지 않는 희망 속에 그들이 찾은 탈출구가 성공한 선배 세대에게 경제적인 위탁을 위해 결혼이라는 틀을 통해 결합을 하는 행위는 현실 도피이거나 혹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 타협이기도 합니다.
20대 자신의 인생 중 가장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야할 그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경제적인 풍요와 타협을 하는 '취집'은 스스로를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파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취직을 하는 것과 결혼을 하는 것을 동일 선상에 높고 평가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니 말입니다.
어렵게 얻은 면접에서 최선을 다한 진희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합니다. 여기에 환상을 품게 만든 계상의 따뜻함은 그녀를 더욱 황홀하게 만들기만 합니다. 문자 하나에도 온갖 상상력을 부여하게 만들고 그런 과도한 상상력은 그녀를 계상에게 집착하는 존재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하선을 치료하기 위해 들른 계상을 보고 자신 때문에 온 것이라 착각하고 싱크대에서 급히 세수를 하며 맞아들이는 진희. 자신에게 했던 따뜻한 말 한마디는 계상의 천성이었지 자신을 위한 신호는 아니었습니다. 계상의 마음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불안감이 엄습한 상태에서 잠든 진희는 이상한 면접을 보게 됩니다.
계상을 차지하기 위해 모인 세 명의 여자들의 면접은 그녀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지원은 어린 나이에 공부도 잘해 의대이든 법대이든 자신이 원하는 학교와 학과를 지원할 수 있는 재원입니다. 모든 이들이 손꼽는 결혼 상대 1순위인 교사인 하선은 요리까지 잘하는 현모양처 스타일이라는 점이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꿈속의 면접에서 너무 비교되며 면접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진희는 계상의 목덜미를 잡고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외칩니다. 그저 꿈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몽유병에 시달리는 진희는 실제 계상의 방으로 가서 잠자고 있던 계상의 목덜미를 잡고 "결혼 해주세요"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런 황당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던 진희는 우연히 만난 계상에게 혹시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냐고 말을 건네지만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저는 백진희씨와 결혼 할 생각이 없는 데요"라는 말로 그녀를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한 여름 밤의 꿈도 아니고 취업 활동에 지쳐버린 20대 청춘 백진희는 결혼을 통해 자신의 삶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려던 바람마저 그렇게 사라져가고 말았습니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되면서부터 사회는 자신에게 올가미를 씌우고 엄청난 학비는 그녀를 졸업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빚에 얽매이게 합니다.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도 수당도 제대로 주지 않는 지독한 사회. 아무리 임시직이라고는 하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자르는 지독한 사회는 그녀를 더욱 힘겹게 만들기만 할 뿐입니다. 절망스러운 현실에서 벼랑 끝에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비상구가 다름 아닌 부유함을 갖춘 이들에게 결혼을 이라는 새로운 취직을 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를 힘겹게 만들기만 합니다.
가장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해야만 하는 청년 집단들이 이런 암울한 현실에서 좀처럼 꿈을 키울 수 없는 사회는 미래가 죽어버린 사회일 뿐입니다. 모든 부를 움켜쥔 재벌들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상행위를 자신들의 것으로만 만들기 위해 안달입니다.
전자제품에서 순대까지 대기업의 사업 활동은 종류도 가리지 않을 정도로 포악스럽습니다. 돈 놓고 돈 먹기 식 야바위판도 아니건만,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그들은 이미 동네 상권은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를 차지한지 오래입니다.
청년들의 새로운 비전과 아이디어는 괴물이 되어버린 재벌들에 의해 꽃을 피우기도 전에 꺾이는 현실. 우리나라에는 결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는 결코 나올 수 없다는 말은 탐욕스러운 재벌들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비유이기도 합니다.
백진희가 몽유병을 동원해 훈남 의사인 계상의 잠든 목덜미를 잡고 '결혼'에 집착하게 만드는 현실은 참혹하기만 합니다. 시트콤에서는 웃자고 만든 상황 극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의 핵심은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두렵고 힘겨운지를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사랑과 상관없이 '취집'이라도 해야 살 수 있는 청년들의 모습은 우리의 미래가 절망과 같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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