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든 공치는 날, 세상에는 공치는 날이란 없다
내상의 친구이자 회사 부사장이었던 우현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내상은 옆집 사람들까지 불러 우현 찾기에 돌입합니다. 수십억을 가지고 도망쳐 회사를 부도나게 만든 그를 잡게 되면 이 지독한 힘겨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내상씨는 흥분까지 되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내상씨 일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 하지만 당장 일자리가 급한 진희는 난색을 표합니다. 연이어 면접에서 탈락하고 학자금 대출금 이자 납입 날이 코앞에 다가 온 상황에서 남 일을 도와주고 있을 처지는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런 그녀에게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만든 것은 우현을 잡으면 자신의 회사에 특채로 입사하게 해주겠다는 말 한마디였습니다. 취직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만 하는 그녀로서는 내상씨의 조건은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지요. 유선과 계상, 지석과 하선, 종석과 수정, 진희와 줄리엔은 각자 우현을 찾을 수밖에 없는 중요한 장소로 나서게 됩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우현을 찾기 위해 잠복근무를 해야 하는 그들은 자연스럽게 각자가 가질 수 있는 추억과 미래를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에 아파하던 계상에게 누나 유선은 엄마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현재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는 계상과 동생에게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피해만 주고 있는 자신이 밉다는 유선. 그들은 그렇게 오지 않는 우현을 기다리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시골로 들어선 지석과 하선에게 그곳은 무료한 공간이었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든 그곳에서 그들은 캐치볼을 시작합니다. 지석에 의해 야구장에 가기 시작하며 야구광이 되어버린 하선은 적극적으로 캐치볼을 합니다. 하선을 좋아하지만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한 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지석에게 그 시간은 무척이나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과 캐치볼을 하고 잠든 그녀를 위해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며 해지는 노을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지석에게는 영원히 잊혀질 수 없는 추억 한 자리가 새겨진 시간이었습니다. 20년 단골 국밥집으로 향한 한 살 터울의 종석과 수정은 시종일관 싸우기만 합니다.
서로를 향해 과감하게 공격을 하고 조금의 양보도 없는 이들 남매들은 국밥을 두고 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추노를 패러디한 이 장면을 통해 그들은 지나고 나면 잊혀질 수도 없는 남매 간의 추억을 세기고 있었음을 기억하게 되겠지요.
낚시터로 향한 진희와 줄리엔은 나타나지 않는 우현을 기다리는 것이 힘겹기만 합니다. 진희로서는 무조건 우현을 잡아 특채를 되기를 바라지만 줄리엔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놀이 같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자신은 베프라고 생각하는 내상씨의 일이기에 적극적으로 돕기는 하지만 진희처럼 간절하지는 않습니다.
취직도 힘겹고 미래가 불투명해질수록 엄마에 대한 기억과 그런 기억들을 선명하게 해주는 '꽃게탕'이 먹고 싶었던 진희를 위해 줄리엔은 환상적인 요리솜씨를 뽐냅니다. 강가에서 잡은 고기와 민 물게를 이용해 만든 매운탕은 진희의 감성을 자극하고도 남았지요.
민물 게를 보면서 과거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들이 엄마와 떨어져 살아야 했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엄마와 좀 더 오래있고 싶어 하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합니다. 한 번 만날 때마다 엄마가 끓여주던 '꽃게탕'은 너무나 맛있었다 하지요.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천천히 먹고 싶어 하면서도 그 뛰어난 맛으로 인해 언제 먹었는지 모르게 먹고 헤어져야만 했던 진희의 추억을 끄집어낸 줄리엔의 매운탕은 그래서 특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루가 저문 후 내상씨에게 걸려온 전화는 그를 허망하게 합니다. 미국에서 우현을 목격한 이가 있었다며 국내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말은 그를 힘겹게 할 뿐입니다. 하루를 모두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모두 함께 라면을 먹는 자리에서 내상씨는 미안한 마음에 "오늘 하루는 공치는 날이 되어 미안해"라고 하지만 그들에게는 전혀 공친 날은 아니었습니다.
계상과 유선은 과거를 통해 더욱 돈독한 정을 나누게 되었고, 애틋한 감정을 가진 지석은 하선에 대한 사랑이 한 뼘은 더 자라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다툼이 심한 종석과 수정은 그 자체로 남매임을 명확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힘겹게 지배하던 진희에게는 엄마에 대한 기억을 통해 현재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에는 공치는 날은 없다는 말처럼 목표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어떤 일이든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많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미묘하지만 분명해지는 러브라인에 20회에서는 지원의 계상에 대한 모습은 그들의 러브 라인이 한층 깊어지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르완다로 봉사활동을 가기 위해 언어를 배우고 있는 계상과 그런 그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지원. 계상이 재미로 공부하고 있다는 르완다 어를 익히기 위해 서점에서 책을 산 지원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것을 따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랑의 시작 단계에서 보여 지는 지원의 마음은 그렇게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으로 드러나기 시작하지요. 르완다 토착어인 "아랏샤라무니에"를 계상의 별명이라고 지어주며 언제나 계상을 발견하면 외치는 지원. 그런 지원에게 민망해 하며 도망치는 계상의 모습은 풋풋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아랏샤라무니에'가 방송이 되자마자 네티즌들의 관심어가 되어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지만 이 단어의 답은 '잘 생긴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하지요. 지원이 바라본 계상은 얼굴만 잘생긴 사람이 아니라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캐릭터들이 잡히고 그들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포복절도할 코믹 함들이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100번의 이야기를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까지 보여준 전개만 봐도 충분히 기대해볼 시트콤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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