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히어로>가 첫 방송을 했습니다. 찌라시 기자의 활약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알 수없지만 첫회 보여준 내용은 기대반 우려반을 낳게 했습니다. 일부 언론들의 찬사 일변도가 무척이나 어색할 정도로 아쉬운 부분들도 많았던 <히어로>가 과연 세상에 사자후를 토해낼 수는 있을까요?
형사 반장과 3류 기자의 만남
선데이 서울의 2009년판을 연상케 하는 ‘먼데이 서울’의 진도혁 기자는 연예인들의 불륜을 촬영하기 위해 ‘카라’의 공연장에 몰래 잠입하는데 성공합니다. 무대 뒤에서 그들을 촬영하기 바쁜 진기자는 옆에 준비 중인 카라 멤버나 백댄서로 분장해 납치 협박에 대처하던 형사의 눈에는 황당해 보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형사에 쫓기게 된 진기자는 도망을 다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최적의 촬영 포인트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기자 정신을 발휘해 사진을 찍던 그는 이것도 모르고 무대에 있던 주재인 형사와 부딪히게 됩니다.
그렇게 첫 만남부터 '마우스 투 마우스'를 하게 된 그들의 인연은 자신 담당인 경찰서 형사과의 새로운 신임 팀장으로 부임한 이가 다름아닌 주재인으로 밝혀지며 인연이 악연이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15년 만기 출소를 하고 나온 과거 조폭 두목 조용덕은 반겨주는 이 없는 쓸쓸한 인생입니다. 그나마 과거 부하였던 이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무척이나 생경한 풍경이 아닐 수없습니다. 더불어 출소하자마자 기자라는 친구가 찾아와 무턱대고 인터뷰를 요구하기만 합니다.
국내 굴지의 재벌 그룹이 모회사인 대세일보를 찾아 외출중이던 최일두 회장에게 분노의 하이킥을 날리는 조용덕은 출소하자마자 다시 경찰서로 끌려갑니다. 그러나 뭔지 알 수 없지만 대세일보 측에서는 훈방조치를 해주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조용덕의 부하에서 이젠 새로운 조폭 두목이 된 공칠성은 대세일보 최회장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강해성 기자와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더 이상 나대지 말고 조용히 살라며 조용덕을 찾은 공칠성은 오히려 조용덕에게 당하기까지 합니다. 이후 그들이 어떤식으로 복수를 할지는 안봐도 알 수있는 설정이었지요.
갈곳없는 조용덕이 찾아갈 수있었던 곳은 자신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진기자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누이가 맡기고 도망간 조카 둘과 함께 해야하는 신세가 처량하기는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 밤이슬을 피한것만 해도 그에게는 행복한 일이 아닐 수없습니다.
진기자는 몇 달째 받지도 못한 월급이지만 기자라는 직업만으로도 행복했었는데 3류 ‘먼데이 서울’마저 사장이 야반도주를 하며 갑자기 거리에 나앉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건낸 전직 조폭 두목 조용덕의 제안은 다시 힘을 낼 수있도록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어떤식이라 해도 최악의 '먼데이 서울'보다 못할게 없으니 말입니다.
루저들 세상을 구할 수있을까?
방송 첫 회는 전체적으로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를 압축해 시청자들에게 소개해주는 형식을 취합니다.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관계들을 밝히는데 주력합니다. 문제는 이런 기본적인 전개와 함께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사건이 함께 했어야 했습니다. 그저 문제가 있는 상대편의 간략한 보고서 같은 설정들은 유용하기는 하지만 재미는 없었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이준기의 연기에 호불호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듯도 합니다. 다양한 연기의 폭을 보여주는 것은 좋으나 오늘 방송된 진기자역의 이준기 연기는 왠지 모르게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캐릭터상 오버스러운 연기를 요구 받았을 듯하지만 그가 보여준 연기는 연극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과도함이 넘쳐 TV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과거 그가 보여주었던 공길의 여성스러움과 일지매에서 보여주었던 코믹함이 버물려져 익숙하기는 했지만 진도혁만의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었던 듯합니다.
중간에 여배우가 바뀌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윤소이의 등장도 뭔가 아직은 어색한 듯 했습니다. 여형사이며 진도혁과 비리를 척결해나가는 중요한 역할로서 윤소이가 과연 그러한 매력과 강단을 보여줄 수있을지는 현재까지는 의문입니다.
조폭 두목 출신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인물일 수밖에 없는 백윤식의 모습 역시 <싸움의 기술>에서 보여준 판수의 역할과 별반 다른게 없어 보였습니다. 무위도식하는 듯하면서도 신기에 가까운 싸움 기술을 보였던 그의 모습은 마치 도플갱어라도 한 듯 ‘히어로’ 첫 회를 장식했습니다.
악역으로 등장한 엄기준의 임무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가 얼마나 비열하고 악독한지에 따라 이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지요. 거대 신문사 젊은 팀장에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사주의 총애를 받는 그가 조폭 두목과 은밀한 거래를 하는 모습은 그의 캐릭터와 그들의 은밀함을 알 수있는 중요한 열쇠 역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악독한 만행이 극단적으로 표현되면 될 수록 복수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고, 이는 사회의 병폐를 모두 떠앉고 있는 거대 비리의 온상에 맞서는 소심민들의 활약에 시청자들의 환호는 더욱 높아지게 될테니 말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라고들 하지요. 조금은 어색해 보였던 이들의 연기도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면 좀 더 익숙하게 보여질 듯합니다. 조폭과 언론이라는 조합이 부조화스럽기는 하지만 조폭신문이라고 하면 무척이나 잘어울립니다. 그만큼 거대하면서도 은밀한 힘을 과시하는 그들의 속성은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마치 한몸인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빠른 전개를 통해 3류 잡지에서 본격적인 반격을 준비하는 신문사의 창립. 더불어 잔뜩 가려진 그들의 음모를 깨내려는 그들의 움직임들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비록 개인의 복수에 기인하는 움직임이지만 그들의 복수의 대상이 공공의 적이자 사회악이라라면 많은 이들이 호응을 할 수밖에는 없겠지요.
과연 우리의 진도혁기자가 80년 어두웠던 사회에 희망의 빛으로 자리했었던 <인간시장>의 장총찬이나 <공공의 적>의 강철중처럼 서민들의 울화를 시원하게 풀어줄 수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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