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가장 크게 언급된 예능은 뭘까? 당연하게도 무한도전이다. 10주년답게 다양한 도전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무한도전은 여전히 최고의 존재였다. 지나간 10년보다 앞으로 10년을 더 기대하게 한 무한도전이 지상파를 대표했다면, 삼시세끼는 비지상파를 대표하는 자연주의 예능이었다. 수 많은 예능들을 다 언급할 수 없다. 대표적인 두 작품을 통해 전체를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김태호와 나영석 여전한 레전드;
무한도전의 족적이 곧 한국 예능의 역사, 부담 없이 자유로운 가치가 보여준 경쟁력 삼시세끼
많은 프로그램들이 파일럿으로 방송된다. 올 해라고 다르지 않다. 그렇게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그램은 언제 시작을 하고 끝났는지 알 수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10년이라는 긴 시간 시청자들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받는 예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다가올 뿐이다.
지상파 방송들의 경쟁력 상실은 심각해지고 있다.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경직된 문화는 결국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는 한계로 다가오기도 한다. 물론 아스팔트에서도 작은 틈을 비집고 꽃이 피기도 하듯 의외의 작품들이 지상파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비지상파의 존재감은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
나영석 사단이라 불리는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존재감은 강력하다. 그들이 하는 프로그램은 모두가 열광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시세끼> 시리즈를 연이어 성공시키고, 플랫폼 실험에 나선 <신서유기>까지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었다. 이 정도면 말 그대로 미다스의 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N의 예능을 이끄는 중추인 나영석과 드라마를 책임지는 신원호는 모두 KBS 출신이다. 그리고 이를 총괄하는 이명한이 존재한다. KBS 시절 두 피디를 이끌었던 이명한은 먼저 tvN으로 향한 후 둘을 영입했다. 그리고 그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판을 만드어줬다는 점에서 이명한의 존재감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명한이 CJ에 입사한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무로 고속 승진한 이유는 바로 이 두 스타 피디의 덕이다. 물론 두 스타 피디 역시 이명한의 덕을 봤다는 점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특별한 관계로 돈독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공통분모인 이우정 작가(그녀와 함께 하던 작가들이 현재 무도 작가라는 점도 재미있다)까지 KBS 예능 전성기를 이끌었던 핵심 브레인들이 모두 tvN으로 향해 현재의 전성기를 만들었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이들이 KBS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결코 <응답하라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꽃보다 시리즈> 등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경직된 문화는 결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이 변화는 이명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와 전혀 다른 지점의 방송 장악과 관련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들의 전략은 언론을 장악하기는 했지만 영원히 그 상황을 만들어갈 수 없음을 그들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분노는 폭발 중이고 이는 곧 잃어버린 언론을 되찾는 길로 이어질 것이다.
경직된 문화는 이탈을 만들었고, 그렇게 새로운 공간을 찾은 그들은 시대의 흐름을 이끄는 존재로 성장했다. 올 해 역시 tvN의 예능은 나영석 사단이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관심과 시청률을 이끌고 tvN의 새로운 플랫폼인 tvN go를 알리는 <신서유기>를 통해 신사업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나영석 사단은 곧 tvN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나영석 사단과 달리, 김태호 피디는 10년 동안 MBC에서 <무한도전>만 해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위대해 보인다. 김태호 피디 역시 나영석 사단이 하고 있는 시즌제를 애타게 외쳤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환경 상 시즌제는 불가능하다. 더욱 MBC 예능의 간판이자 상징인 <무한도전>이 시즌제로 방송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김태호 피디를 더욱 힘겹게 하는 것은 권력의 방송 장악과 맞서야 하는 처지에서 지속적으로 방송을 만들어나가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 장악을 하며 MBC에서 제거하려 했던 프로그램 중 유일한 예능이 <무한도전>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무한도전>은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해왔다. 그리고 내부 문제로 인해 두 명의 멤버가 갑작스럽게 하차하는 상황도 있었다. 식스맨을 뽑아놓으니 다른 멤버가 병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긴 휴식기를 가지는 등 <무한도전>의 십년은 힘들기만 했다.
자유롭게 예능을 만드는 나영석 사단과 달리, 김태호 사단의 방송 환경은 열악하다. 2주에 한 편씩을 만들어 방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 10년 동안 지속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충분히 휴식 없이 반복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은 위대할 수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을 이끌고 미래의 가치까지 부여하는 <무한도전>은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진화 중이다. <무한도전>은 큰 틀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다. 나영석 사단의 예능이 다양한 틀을 통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과는 정반대이지만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재미있다.
사회적 문제에 눈감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무한도전>은 그래서 적도 많다. 예능은 그저 예능일 뿐이라는 주장에 반하는 그들의 적극성은 비난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동력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무한도전>은 온전하게 현재 지상파 몰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보도 시사가 죽어버린 MBC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이라는 사실은 서글픈 일이다. <삼시세끼 시리즈>로 대표되는 나영석 사단의 예능들은 경쟁력이 나날이 높아지는 tvN의 위상을 대변하고 있다. 더욱 <신서유기>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모바일에 대한 실험이었다는 점에서 신사업 확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올 해는 예능의 특징 중 하나는 논란을 빚었던 스타들의 복귀 러시다. 어떤 식으로든 비집고 들어와 방송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상파 노크를 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모두 케이블과 종편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는 점도 2015년 예능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종편 나들이도 중요하게 다가올 듯하다. 둘 모두 지상파 외에는 방송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단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재미있게도 둘이 선택한 종편이 모두 JTBC라는 사실이다. 손석희를 영입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가는 그들에 대한 대중들의 저항이 낮아졌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유재석은 연착륙을 하고 있고 강호동은 여전히 혼란기를 겪고 있지만 최고의 예능인들이 종편에 출연했다는 것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새로운 시도는 MBC가 하고 KBS는 모방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SBS는 국내에서는 힘겹지만 중국에서는 최고의 존재감을 받고 있는 <런닝맨>에 대한 애증이 가득했던 한 해다.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은 여전했지만 점점 지는 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등장했고 사라진 2015년이 끝나가는 동안 가장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바로 <무한도전>과 <삼시세끼 시리즈>다.
너무 익수해 놓쳐버렸던 먹방과 쿡방의 전성시대 역시 사회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난 하나의 현상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주목받아야만 할 것이다. 요리 방송은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왔지만 올 해 처럼 중심으로 떠오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대중들이 처한 현실이 어떤 것인지는 예능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해진다.
서로 다른 듯 유사한 두 천재 예능 피디들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들은 올 해가 정점이 아니라 여전히 진화중이라는 점이 반갑다. 새해 첫 날부터 나영석 사단은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로 새해를 시작한다. 김태호 사단은 <무한도전 우주여행>을 통해 2016년을 맞이한다. 이들의 서로 다른 도전 정신은 흥미롭게도 대한민국의 방송 환경 변화와 현재를 명확하게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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