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의 노래가 드라마의 가치를 넘어서는 신기한 현상을 보여주는 <7급 공무원>은 <도망자 시즌2>를 보는 듯합니다. 대선 전 국정원 여직원의 황당 행동이 사실로 드러나는 상황과 최강희가 열연을 보이는 국정원 이야기의 묘한 대립관계는 우리가 사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 씁쓸하기만 합니다.
최강희의 노래와 주원의 낙하산 이벤트보다 엄태웅의 퇴장이 아쉽다
국정원이라는 특별한 공간에 적을 두고 있는 비밀 정보원들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첩보 영화에서 단골로 나오는 대단한 존재들에 대한 환상은 당연하니 말입니다. 모두가 제임스 본드를 꿈꾸지만 현실에서 보이는 비밀요원들이 결코 본드와는 상관없다는 사실은 언제나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서원의 실체를 우연히 알게 된 길로는 그녀를 위해 훈육관인 김원석과 포커 맞대결을 벌입니다. 자신의 국정원이라는 직업을 걸고 한 판 대결을 벌입니다. 동료인 서원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맞대결을 펼치는 길로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포커 능력이 한없이 떨어지는 길로가 나름 눈썰미를 보이며 훈육관의 습관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중요했습니다.
거짓말을 할 때 한 쪽 귀를 움직이는 습관을 알고 과감하게 배팅을 한 길로는 훈육관을 상대로 한 대결에서 승리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원석이 일부로 패배를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동료를 위한 행동에 후회는 있을 수 없다는 길로의 당당함은 대단함으로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동료보다는 자신을 선택한 자신과는 다른 길로에게 희망을 본 것은 당연했습니다.
동료를 믿고 동료를 위해서 목숨까지도 내놓아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동료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길로에게 자신이 가지지 못한 가치를 확인하고 내뱉은 원석의 한 마디는 중요했습니다. 동료를 위해서 나쁜 일이라도 할 수 있느냐는 말은 결국 길로가 비밀 임무를 하는 존재가 되도록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한길로의 아버지가 국정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범죄자 최우혁과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국정원 퇴사를 요구합니다. 범죄자의 아들이 국정원에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국장 오광재가 원석을 압박하며 길로를 퇴사시키려는 이유는 단순히 우혁과 일을 함께 하는 자의 아들이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최우혁이 죽으며 왜 그가 그런 잔인한 복수를 하게 되었는지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의 작전에 도움을 주었던 부모가 위기에 처하자 냉정하게 버리고 떠난 이들이 오광재를 중심으로 국정원 요원들이었다는 사실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어린 그들이 느꼈을 배신감은 결과적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와 국정원 요원들을 공격하는 이유로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당시 사건에 관계되었던 요원들을 암살하는 것이 복수인 최우혁과 일행들의 복수의 끝에는 결과적으로 오광재와 함께 했던 국정원 요원들입니다. 그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 우혁이라는 존재는 당연히 막아내야만 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우혁으로 인해 원석의 절친인 성준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자 분노한 그는 길로를 국정원에서 내쫓습니다. 국장의 경고를 듣고도 길로를 감쌌던 훈육관인 원석은 더 이상 그 분노와 아픔을 이겨낼 수는 없었습니다. 국정원으로서 동료의 죽음 앞에서 마냥 슬퍼할 수도 없는 그들은 술 문화를 강연하면서 그 아픔을 달랩니다.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했던 원석에게 이 교육은 중요했고, 다른 이들에게도 이런 교육을 빙자한 술자리는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신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자리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화제가 되었던, 서원의 단독 쇼는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습니다. 과격하고 섹시한 느낌의 아이돌 노래나 춤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너무나 자연스러운 망가짐을 간들어지게 부르며 율동까지 함께 하는 서원의 매력은 그 완벽하지 않은 곳에서 나오는 재미였습니다.
지난 3회에 이어 서원과 길로의 애정 라인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들은 여럿 등장했습니다. 3회 서원의 통화를 들으며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 길로가 서원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돈만 아는 세상 돈만 있던 그의 집안에서 그가 찾은 대안은 돈 앞에 당당한 존재였습니다. 그런 길로 앞에 등장한 서원은 그에게는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서원에 대한 사랑을 극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길로는 서원을 위해 과감한 배팅도 불사합니다. 뜬금없는 종이컵 전화 고백에 이어 낙하산 훈련에서 자신의 감정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길로에게 마음이 움직인 서원의 모습은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과정에 대한 묘사나 치밀하지 못한 작가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길로가 국정원에서 쫓겨났지만 사실은 훈육관인 원석이 길로 아버지를 잡기 위한 작전이었습니다. 길로의 비밀임무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기 위한 중요한 선택이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길로가 계속 국정원 요원으로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원석의 선택은 결국 길로를 진정한 국정원 요원으로 키우는 행위가 되니 말입니다.
4회 전개된 우혁의 죽음은 황당함으로 다가옵니다. 첫 회부터 그럴 듯하게 등장했던 우혁이 초반 분위기를 잡고 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반전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문제는 어떤 임팩트를 주고 빠지느냐는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어설픈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죽음으로 끝난 우혁의 퇴장은 황당할 정도였습니다.
작위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촘촘함보다는 듬성듬성 이어지며, 많은 이들이 비난을 해왔던 <도망자>의 후속 정도로 변모해가고 있다는 사실은 아쉬웠습니다. 주원과 최강희라는 절대 강자가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어설픈 전개가 이어진다면 <7급 공무원>은 결코 <도망자>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주원과 최강희 약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작가의 한계가 벌써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불안합니다. 국정원이라는 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민감하게 다가오는 상황에서 코미디를 위한 코미디를 보이는 <7급 공무원>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무슨 이야기로 흥미로움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1년을 훌쩍 뛰어넘어 생활 속 스파이로서 가치를 이어가는 길로와 서원이 다시 만나는 장면은 <7급 공무원>이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신호였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야기들과 어설픈 진행과정마저도 그럴 듯하게 보이는 주원과 최강희가 얼마나 일당백으로 방어를 해줄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과도한 애국심 이야기를 건네는 초반 흐름이 결과적으로 반전을 위한 가치라면 <7급 공무원>은 의외의 통쾌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던 <도망자>와 같은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에 함몰되어 작가의 한계만 증명하는 드라마가 된다면 아쉬움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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