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8. 10:05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91회-계상과 지원이 결코 연인이 될 수 없는 이유?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만나 사랑을 키우고 연인이 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될 수는 있겠지만 행복한 사랑을 이어가기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를 감싸고 이해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궁합처럼 다가오지만 바로 그런 같은 고통과 아픔이 곧 서로를 감싸는데 한계로 다가오니 말입니다.

계상과 지원을 통해 김병욱 타임은 시작되었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어느 분야에서나 최고의 가치로 다가오고는 합니다. 너무 잦은 등장에 진부하기도 하고 그래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고 보이기도 합니다. 세대와 시대를 불문하고 꾸준한 스테디셀러의 주제는 거의 대부분 사랑을 담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자신을 받아달라는 계상과 그런 계상을 통해 자신을 풀어내는 지원의 고통은 후반기로 접어든 '하이킥3'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가옵니다. 박민영이나 신세경이 그러했듯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아픔과 고통은 '하이킥'시리즈의 주요한 주제이자 핵심으로 자리하고는 합니다. 그런 점에서 행복한 다른 이들과 달리, 트라우마가 가득한 지원은 앞선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박민영이나 신세경과 괘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깊은 사랑을 건네지 못하는 계상의 모습과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상황에서 지원을 통해 그 이유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후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지게 합니다. 항상 웃지만 인간에 대한 애착과 사랑에 대한 집착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는 이질적인 요소가 존재한 것은 사실입니다.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너무 이성적인 그 존재는 그래서 인간답지가 않았으니 말입니다.

계상의 이런 모습은 지원에게서도 그대로 보여 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둘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세상을 통달한 사람 같은 지원은 세상의 일반적인 행복들에 대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크기에 계상처럼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성심껏 돕는 일에는 발 벗고 나서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일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방어하고 방치한다는 점에서도 그들은 너무 닮았습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당연하게도 진희와 종석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에게 과외를 가르치는 지원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가는 종석의 모습이나, 가까운 곳에서 언제나 자신을 챙겨주는 계상에게 흠뻑 빠져있는 진희의 행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말입니다.

문제는 이런 주변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그들은 그들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아니 눈치도 채지 못할 정도라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드러냅니다. 보통 그 정도의 관계와 상황들이 이어지면 이번 회에 사고를 크게 친 박지선 정도는 아니더라도 '혹시'라는 감정을 가지는 것이 당연할 텐데 계상이나 지원은 전혀 그런 감정의 변화를 읽지도 스스로 가지지도 못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합니다.


일반적인 사안들에 대해 감정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치유하려 하는 것은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기면증의 근원에는 뉴질랜드 눈밭에서 홀로 고립되어 생긴 필연적인 병이었습니다. 그 깊고 아픈 트라우마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지원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누군가 자신이 감추고 있는 상처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하고는 합니다.

지원에 비해 계상의 과거가 자주 드러나지 않아 여전히 안개 속에 쌓여있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과 이후 누나인 유선을 의지하고 믿고 살아왔다는 점에서 그의 우울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을 추측해 볼 수는 있었습니다. 이런 계상이 지원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들어내는 과정과 치유의 모습들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뒤로 넘어지는 자와 이를 받아주는 자. 이를 놀이로 삼아 했었다는 계상은 참 특별한 존재이기는 합니다. 이런 행위는 서로를 믿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위험하면서도 성공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대단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세상 살 이유이자 의미이니 말입니다.

병으로 힘겨운 어머니에게 어린 계상은 언제나 그랬듯 그 놀이를 하려 했고 마음과 달리 어머니는 계상을 받아주지 못했습니다. 몸이 불편해 거동도 힘든 어머니가 어린 계상을 받을 수는 없었던 일이고 이 사건은 죽는 순간까지 계상의 어머니에게는 가장 큰 상처였습니다. 물론 계상에게도 어린 시절 큰 상처를 남긴 이 사건으로 인해 계상의 성격이 모두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91회 등장한 '넘어지는 자신을 받아주는 행위'는 무척 중요합니다.

기면증이라는 병에 쌓여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보호하는 지원과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로 좀처럼 타인이 자신에게 가하는 감정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었던 계상이 지원으로 인해 그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뒤로 넘어지기'는 지원이 강하게 막고 있었던 자신의 기억을 깨트리는 기재가 되었고, 계상에게도 어머니의 죽음 이후 한 번도 타인에게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지 않았었다는 점에서 이 행위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그림 속 하얀 산 속에 남겨진 소녀의 모습에서 지원은 자신의 고통을 읽었고 계상은 뒤로 넘어지는 놀이를 하던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 안에는 지원과 아버지, 계상과 어머니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고 있었고 트라우마를 만든 원인에는 그들의 죽음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는 그들이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그 감정적 교감이 가능해지게 된 것은 자연스럽거나 혹은 필연적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계상이 자신이 19살 때 어땠냐는 지원의 질문을 떠올리며 "세상에 아무런 위로"도 받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는 고백은 현재의 지원의 모습과 일맥상통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곧 그들이 서로를 거울삼아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그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새롭게 되살아날 수 있는 하는 역할을 서로가 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둘이 연인이라는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요? 서로를 치유해 줄 수 있는 둘은 결코 연인이 될 수가 없습니다. 너무 닮은 둘이 연인이 될 수 없는 것은 서로 자신을 들여다보며 거울 속의 자신을 사랑할 수는 없는 이치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의 곁에 자신과는 너무 다른 종석과 진희가 존재하는 이유도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둘은 사랑이라고 느끼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인 지원과 계상은 스스로의 마음을 닫은 채 좀처럼 상대를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사랑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지만 지원과 계상이 이렇게 자신들의 고통을 스스로 풀어냈다는 것은 이들의 관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선에게 했던 진희의 고백과 바닷가에서 자신의 마음을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단단하게 고백하던 종석은 철저하게 자신을 방어하던 그들에게는 난공불락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자신을 옥죄던 계상과 지원이 서로의 병을 치유해주는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 철옹성 같았던 둘의 마음을 조금씩 외부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계상과 지원이 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기존의 가치와 동일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둘이 품고 있는 그 지독한 트라우마를 털어 내줄 수 있는 종석과 진희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이킥3'의 후반부는 이들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질지 예측해보게 해줍니다. 과연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본격적으로 김병욱 타임이 시작된 '하이킥3'가 과연 과거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집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Trackback 0 Comment 2
  1. REN 2012.02.08 14:37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번 회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계상이 지원학생한테 예전 그 그림 이야기꺼내면서
    조용히 이야기하는 씬 ㅠㅠ

    왠지 자이미님께서 91회 리뷰 2개 쓸거라 예상하고 들어왔는데..
    역시나 ㅎㅎ 지원계상 스토리랑 박쌤윤쌤 스토리랑 따로 쓰셨군요!! ㅎㅎ

  2. Qkrxof 2012.02.08 20:00 address edit & del reply

    전 반대로 생각했는데요... 아무래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투영해주는 누군가가 된다고 보거든요. 나랑 정반대로 보이던 사람에게서 나와 닮은 구석을 느끼는게 사랑의 시작인 경우도 많구요. 그리고 계상의 미술관에서의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음은 마치 내가 너에게 내마음을 주고 있어라는 고백 같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