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6. 10:08

구가의 서 24회-이승기와 수지 윤회설로 만든 422년 사랑이 왜 최고의 엔딩이었나

강치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여울. 그런 여울을 품에 안고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강치. 조선시대 강치와 여울은 그렇게 인연을 맺지 못하고 슬픈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꼭 다시 만나자. 기다릴께"라는 말을 남긴 강치의 말처럼 여울과 그는 422년이 흘러 다시 운명처럼 초승달이 걸린 도화나무 아래에서 재회를 했습니다. 

 

강치와 여울의 마지막 눈물의 키스;

422년이라는 시간을 거스른 운명적인 재회, 왜 최고의 엔딩일까?

 

 

 

 

마지막 한 회를 앞두고 총에 맞은 이는 누구일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총에 맞고 살 수는 없다는 점에서 과연 누가 총에 맞았을지는 모두의 관심사였습니다. 유일한 실존인물인 좌수사 이순신은 당연히 열외인 상황에서 그 대상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복잡하게 꼰다면 조관웅이 될 수도 있었지만, 무리한 복선을 버린 담백한 결과는 결국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구가의 서> 본연의 가치에 집중했습니다.

 

 

최강치를 믿고 조관웅 앞에 홀로 선 이순신. 여울을 구하고 이순신 앞에 등장한 강치와 일행들은 하지만 조관웅이 얼마나 지독한 존재인지를 잠깐 잊었습니다. 아니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악랄함을 지닌 조관웅에 의해 총은 발사되었고, 운명은 그렇게 지독하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총을 쏘려는 서 부관을 목격한 여울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강치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총에 맞았습니다.

 

얼마나 사랑을 해야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들에게 사랑은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가치였습니다. 얼마 살지 못한다는 여울을 위해 강치는 법사를 찾아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운명을 되돌릴 수는 없다며 그저 여울의 곁에 있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 밖에는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울을 죽음으로 내몬 조관웅을 찾기 위해 담평준과 무형도관 사제들은 모두 숲으로 향했습니다. 샅샅이 뒤져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조관웅을 처단하기 위한 그들은 결국 조관웅과 마주합니다. 자색부대원들이 맞서는 사이 도주하려던 조관웅은 강치와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호기롭게 상대에게 겁을 주려하지만, 그 모든 허세는 그저 자신의 두려움을 막기 위한 노력일 뿐이었습니다. 

 

여울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대신해 강치는 조관웅의 오른팔을 제거해 버립니다. 그 지독한 고통을 통해 조관웅에 의해 죽어간 수많은 이들의 아픔을 느껴보라는 강치의 행동에는 좌수사 이순신과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적인 복수심과 증오로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약속을 지킨 강치는 그만큼 성장해 있었습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여울은 강치에게 세 가지 소원을 이야기합니다. 자신과 함께 했던 이들과 행복한 식사를 하고 싶다는 첫 번째 소원으로 그들은 마지막 만찬을 즐겼습니다. 곤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행복한 식사 끝에 여울은 아버지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건넵니다. 아버지 먼저 갈 수밖에 없음에 대한 불효에 아버지 평준은 여울은 자신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다며 눈물을 쏟아냅니다.

 

두 번째 소원으로 단 둘이서만 산책을 하고 싶다는 여울과 함께 강치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편안함을 맛봅니다. 그 여유로움 속에서 강치는 여울에게 혼인을 해달라고 눈물의 청혼을 합니다. 강치의 청혼에 여울은 자신은 밥도 못하고, 바느질도 못한다고 합니다. 죽음을 앞둔 강치의 청혼에 확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리던 여울은 슬퍼하는 강치에게 마지막 소원을 건넵니다. 

 

자신이 강치의 기억 속에 슬픔이 아닌 행복이기를 바랍니다. 자신을 슬픈 기억으로 남기지 말고 언제나 행복한 기억만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마지막 소원은 그들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되고 싶다는 여울의 마음이 바로 진정한 사랑일 것입니다. 그런 여울에게 "꼭 다시 만나자. 기다릴께"라는 말을 하며 마지막 눈물의 키스를 하는 강치에게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한 여울은 한없이 평온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은 잠에 든 여울을 바라보며 통곡을 하는 강치는 세상 모든 것과 바꿀 수 없는 사랑이 그렇게 사라지게 된 것이 아프고 아팠습니다.

 

인간이 되고 싶었던 이유가 여울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던 강치에게는 더는 인간이 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시기가 온다면 다시 구가의 서를 찾겠다는 강치는 그렇게 모두와 이별을 합니다. 강치가 무형도관을 떠나 정처없는 신수의 삶을 살아가는 여정에 여울의 방에 있던 시든 꽃은 다시 화려하게 살아났습니다.


422년이 흐른 2013년 서울. 여전히 과거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강치는 과거의 기억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최마름은 여전히 강치의 주변에 존재해있었습니다. 백년객관에서 일하던 동생 억만이도 여전히 자신 곁에 있습니다. 태서는 유연석이라는 이름으로 422년이 흐른 현재도 강치와 친구였습니다. 

 

행사를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던 강치는 위기에 처한 여인을 구하러 향한 그곳에서 여수댁과 마봉출을 보게 됩니다. 여전히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봉출이 반갑기만 한 강치는 단숨에 그들을 제압하고 운명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총을 겨누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이는 강치의 심장을 멈추게 만드는 존재였습니다. 아버지인 구월령이 천년 만에 서화를 보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면, 강치는 422년 만에 재회하게 된 여울을 바라보며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칼을 들고 등장했던 여울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총을 들고 강치 앞에 등장했습니다.

 

다시 만나게 되면 자신이 먼저 알아보고 사랑하겠다던 강치는 여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여울은 그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낯선 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에 놀란 여울과 이 모든 것이 운명이라고 확신하는 강치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여울과 422년 만에 재회한 그 자리에도 과거처럼 초승달이 도화나무에 걸려있었습니다. 과거 이런 상황은 누군가 하나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지만, 422년이 흐른 현재 그들에게는 그 어떤 방해물로 작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여울과 재회하는 순간만을 고대하며 살아왔던 422년 동안 모든 것이 멈춰있던 강치는 그녀와 재회를 하면서 비로소 강치의 시간은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퓨전 사극이지만 마지막이 현대로 바뀐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강치와 여울의 슬픈 이별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그렇게 시공을 초월하는 사랑이었다는 점에서 이상할 것은 없었습니다.

 

신수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소재라는 점에서 이들의 시간을 거스르는 운명은 당연했습니다. <구가의 서>가 진행되는 동안 꾸준하게 이를 인지시켰다는 점에서 마지막 장면은 오히려 당연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윤회설을 바탕으로 과거의 삶이 현재에도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 속에서 작가는 여울만은 여전히 422년 전 강치와 사랑했던 여울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느끼게 합니다.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름도 다른 그들을 하나로 엮어 과거와 같은 상황을 이어간 것은 강치의 능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울만은 달랐습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 이름까지 여울 그대로인 그녀는 운명이었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던 강치는 비로소 422년 만에 자신의 운명과 같은 사랑과 재회했습니다. 이 보다 지독하고 매력적인 엔딩은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의 재회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구가의 서>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는 이승기, 이 작품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수지. 이 두 주인공 외에도 등장만으로도 큰 존재감을 보였던 많은 배우들. 작가와 연출가, 그리고 스태프들의 혼신을 다한 노력은 <구가의 서>라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윤회설 속에 담아낸 단순하지만 담백한 사랑이야기는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던져주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라졌던 이들에게도 <구가의 서>는 다시 사랑을 시작해볼 수 있는 용기를 부여했을 듯합니다.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사랑. 그런 사랑을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구가의 서>와 같은 사랑을 결코 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이 다시 그리워지게 한 이 드라마는 최고였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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