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13. 08:48

풍문으로 들었소 24회-유준상 속물 카드 집어든 이준, 고아성 눈물이 답이다

마지막 6회를 남기고 <풍문으로 들었소>는 분명한 노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부를 가진 한정호는 아들과 딸에게 자신들이 물려받을 재산을 설명하며 종속적 관계를 복기 시켰다. 금수저를 쌍으로 들고 태어난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보는 순간 미묘한 감정들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면담 후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어린 상속자의 무게감만 확실하게 느낄 뿐이다. 

 

서봄 눈물에 담긴 의미;

천민자본주의 전략 전술, 인간의 말초적 본능을 자극시키는 괴물들의 향연

 

 

 

 

미묘한 기류는 봄이 예측한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 조금도 망설임 없이 자신을 내치려는 시부모들의 행동은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냉정하다. 잠든 아이를 제외하고 다섯 명이 남은 상황에서 서봄만 제외하고 한 씨 가족들만 모인 자리는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하는 선언과도 같았다.

 

인상과 이지에게 돌아갈 막대한 유산은 그들을 명확한 종속 관계로 만드는 수단이었다. '기회와 책임, 그리고 도구'라는 단어로 막대한 유산을 설명하는 정호는 흔들기에 나섰다. 봄을 중심으로 단단한 그들의 관계를 거대한 유산으로 흔들어 봄을 고립시키고 떼어놓겠다는 정호와 연희의 전략은 잔인했다.

 

정호의 이런 전략은 '한송'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윤제훈과 민주영, 그리고 유신영으로 이어지는 연대를 깨기에 나섰다. 유 변호사에게는 미국 연수라는 먹음직한 미끼를 던졌고, 윤제훈에게는 혼란을 가중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은 힘 빼기 전략이고 효과적이기까지 하다.

 

견강부회를 언급하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말로 제훈을 은근히 겁주는 방식은 한정호 전략의 핵심이기도 했다. 두 변호사에게는 혼란과 당근을 던져 분리시키고 민주영은 철저하게 감시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하는 한정호는 잔인했다. 강력한 방법으로 상대를 압박해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 방식이 곧 그가 성공한 전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감시 받고 있는 사실을 알고 심각한 이야기를 웃으며 하는 주영과 철식의 모습은 서글픔 그 자체였다. 비록 한 장면에서 드러난 블랙코미디였지만, 실제 우리 현실에서도 적나라하게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감시가 일상이 된 현실 속에서 웃으며 분노해야만 하는 이 서글픈 현실은 주영과 철식의 데이트를 빙자한 대화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상속을 받으려면 서봄과 헤어져라"

 

유산과 관련된 면담을 끝낸 후 분명한 사실은 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강하게 아버지의 잘못을 이야기하던 인상은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가 되었다. 자신이 너무 힘을 몰랐다고 고백할 정도로 인상의 마음이 변하고 있었다.

 

힘의 속성을 무시했다는 인상과 힘의 속성을 너무 잘 알아서 문제였다는 봄의 차이는 그렇게 현실 속에서 다시 힘과 마주하게 되었다. 막연하게 느꼈던 엄청난 자본의 힘은 20살 인상의 모든 것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자본이 권력인 세상에 이미 엄청난 힘이 자신을 위해 준비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유혹일 수밖에 없다. 

 

 

투자클럽에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들 속에 우리 사회의 자본의 흐름을 읽을 수도 있었다.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엄청난 자본으로 앉아서 돈을 버는 그들은 모두 개미들 덕분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끝물에 몰려드는 개미들은 그런 재벌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역할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한정호가 막대한 유산을 보여주며 인상을 회유하는 장면에서도 우리 시대 수구세력들의 품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천민자본주의의 최대 수혜자인 그들이 생각하는 삶은 간단하다. 삼강오륜을 강요하며 가식적인 삶을 사는 그들에게는 그저 외부에 보여 지는 이미지만 중요할 뿐이다. 자식들을 하나의 투자로 생각하고 종속의 관계로 보는 그들에게 모든 것은 곧 자본일 뿐이다. 상속자의 조건은 연민을 경계하는 것이라는 차가운 말 속에 우리 시대 지배 권력자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독 선생과 봄이 앞에서 스스로 아버지에게 했던 모든 행동이 반항이라 여기는 인상의 태도 변화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였다.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봄은 이지에 이어 인상의 미묘한 태도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고, 노골적으로 봄만 배척하는 시부모의 태도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깨닫고 있었다.

 

이미 예고되고 강요되기까지 했던 이혼은 그렇게 빠르게 봄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감지하지 못한 한정호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미래에만 들떠 있었다. 한 트러스트의 사장이 양 비서의 친 오빠라는 사실과 그곳에서 나오는 엄청난 비자금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은 이 비서로 인해 그들은 비루한 을의 반란을 꿈꾸었다.

 

한 트러스트를 우리사주회사로 전환해 모든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지분을 나누자는 이 비서의 제안은 당돌하지만 당연한 요구였다. 인상이 이상주의자이고, 정호가 그에게 상속을 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한 후 그들이 세운 계획이었다. 인상과 봄이 상속자가 된다면 불합리한 갑을 관계는 개선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 비서와 양 비서의 이야기는 사회 대변혁을 통한 본질적인 개선과 현실적인 타협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이런 모습이 실제 현실에서도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희가 외출한 사이 일하는 이들과 봄이 함께 하는 점심 식사는 그래서 서글프게 다가왔다. 모든 것을 다가진 듯 행복해하는 노동자들과 현재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는 봄. 서로 웃고는 있지만 다른 꿈을 꾸는 이들의 웃음 속에는 지독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상적인 현실주의자가 된 이 비서의 이런 제안은 곧 냉혹한 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판을 읽는(정보) 능력이 좋은 양 비서는 이 비서의 이 잘못된 판단에 쇄기를 박았다. 인상과 봄은 이혼하기 직전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실제 이런 분위기는 당사자에게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노골적인 외면을 통해 무언의 압박을 한 정호와 연희의 행동을 통해 이미 모든 것들을 파악한 봄. 친정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묘한 분위기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오는 집도 아니고 몰랐던 것도 아니지만 인상의 눈에 비친 봄의 집은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중심에서 초라함만 남은 봄의 집. 자신이 물려받을 거대한 부와 비교되며 인상은 수많은 고민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간만에 인상과 봄은 데이트를 하지만 미묘한 기류 속에서 이들의 데이트는 헤어지기 위한 수단처럼 변하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을 예단한 봄은 인상이 혼자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문자를 이지에게 보낸다. 여전히 봄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인상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믿지 못하는 봄의 선택은 마지막 선택을 강요하게 한다. 

 

 

봄은 만류하는 아버지와 언니에게 자신이 이렇게 풍족해 보이는 모습으로 생활하는 것은 "인형 노릇 잘해라"는 경고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그리고 자신을 보면서 마치 로또라도 맞은 것처럼 보지 말라고도 한다. 현실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던 그들에게 봄의 분노는 미안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엄청난 행운 앞에서 그들은 봄이 로또에 맞은 것이라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로또로 인해 자신들의 삶도 달라질 것이라는 허무한 기대를 품고 살았던 것도 사실이다. 

 

모호한 기대감만 가지고 있던 가족들에게 현실을 인식하게 한 봄은 인상에게는 "아버님은 불쌍한 괴물이야"라는 말로 이별을 통보한다. 인상을 안고 서럽게 우는 봄과 그런 그녀에게 몸을 맡긴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모습은 이야기의 흐름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한정호와 최연희는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누구나 그렇듯 거대한 부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고, 그런 자본의 논리로 자식들을 종속관계로 고착화시키겠다는 확신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인상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타락한 괴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분명 인상이 흔들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전제하는 것은 봄과 함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들을 찾는 것뿐이었다. 현재의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 사시 공부를 하고, 조금씩 힘을 키워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인상과 다를 수밖에 없는 봄은 다른 선택지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이미 여러 신호를 통해 자신을 압박한 상태에서 인상의 달라진 행동 패턴들은 당연하게도 다른 결과로 이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그럴 듯한 핑계를 안고 인상에게 눈물을 보인 봄은 아직 여리고 어린 20살 일 뿐이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것이 튀어나오듯, 마지막을 준비하는 <풍문으로 들었소>는 그동안 조용하던 인상이 극을 이끌 준비를 마쳤다.

 

이 드라마가 블랙코미디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들의 결말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이미 알 수 있다. 극단적인 하나의 결론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없다. 완벽하게 현실적인 사실에 집착하지도 이상적인 드라마적 결말을 끌어내지도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인상과 봄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치를 보여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현재의 암울함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작가의 신념은 남은 6회 동안 자세하게 드러날 예정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