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5. 10:15

괴물 8회-강진묵의 죽음, 이제 본격적 괴물 잡기 나섰다

괴물 같은 드라마 <괴물>이 완벽한 이야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섬뜩한 살인마가 스스로(?) 혹은 누군가에 의해 목숨이(을) 끊었다. 강진묵이 유치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의 살인 행각은 20년 전이 아닌 10년 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진짜 괴물은 10년 전 강진묵이 아니다. 그 괴물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경찰 혹은 그들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존재다. 그리고 강진묵은 20년 전 범인을 알고 있다. 그런 목격자가 사망했다는 것은 그가 극단적 선택이 아닌,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진묵은 체포되는 순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자신의 행동에 반성하지 않았다. 타인의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모두를 분노하게 했다. 체포되어 경찰차로 들어서는 상황에서 지화에게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는 그는 사이코패스가 분명했다.

 

8회는 심리전을 펼치는 '동식과 주원 vs진묵'의 대결 구도를 잘 잡아냈다. 취조실에서 이들이 벌이는 대결 구도는 이 드라마가 왜 뛰어난지 잘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취조에 나선 동식이 진묵의 말을 끊으며 자꾸 딴짓을 하는 것은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취조실의 힘 겨루기를 시작으로 진묵의 범죄 사실을 밝혀내려는 과정은 서로 진검 승부를 하듯 흥미롭게 이어졌다. 서로를 자극하고 비꼬면서 일진일퇴를 하는 과정은 치밀했다. 자신이 그동안 살해한 사안들을 이야기하고는 모두 자신의 상상이라며 웃는 진묵은 교활한 존재였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중요한 부분은 진묵의 살인은 20년 전이 아니라 10년 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망한 모든 이들이 진묵이 사랑했던 윤미해를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은 중요하다. 이는 20년 전 동식의 동생 사망과는 관련이 없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진묵을 자극하는 요소는 손가락질이다. 멸시와 경멸이 가득한 손가락질을 진묵은 참지 못했다. 그가 손끝을 절단한 이유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물론 20년 전 사건과 연결하려는 의도가 있기는 하겠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멸시의 의미를 담은 손가락질이다.

 

민정을 죽인 이유는 자신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부정을 넘어 민정은 자신의 친부가 아니라고 의심하며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더는 참지 못한 진묵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벌이고 말았다. 자신을 숨긴 채 이중생활을 하는 진묵을 보며 '소름 끼쳐'하던 민정은 그렇게 안타까운 삶을 마감했다.

 

더 끔찍한 것은 민정의 사망 원인이 목졸림이 아니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인한 심폐 정지라는 것이다. 이는 산채로 묻혀서 죽었다는 의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동식은 끔찍했다. 자신이 민정을 찾던 그 시간에 발밑에서 안감힘을 쓰며 살려던 민정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자기부정이 낳은 섬뜩한 살인마. 술집 여자였던 윤미해를 사랑했다. 그리고 임신했다는 사실에 그가 진 빚까지 자신이 청산하며 집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윤미해는 진묵을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 그저 자신에게는 혹이 된 아이를 맡길 용도이자, 빚을 탕감해줄 존재일 뿐이었다.

 

진묵은 20년 동안 윤미해를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10년 전 윤미해의 동료였던 여성이 술에 취해 자신에게 조롱을 하자 참지 못하고 살인을 했다. 하필 그 순간 길을 지나던 재이의 어머니가 이를 목격하고 추가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단지, 그 시간에 운도 없이 그 길을 걸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재이 어머니를 살해하며 술집 다니냐며 조롱하는 진묵의 분노는 오직 윤미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이금화 역시 진묵이 윤미해를 찾는 과정에서 만났고 살해당했다.

 

주원에게 보내진 문자의 해답도 나왔다. 경찰이 아니라 진묵이라는 사실을 알리려는 과정이었다. 해미라고 업소에서 사용하던 윤미해를 찾는 남자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이금화는 알려주려 했다는 것이다. 진묵이 찾아다니며 죽인 여성들은 모두 6년 전 성매매 단속으로 윤미해와 함께 체포된 여성들이었다.

 

휴가까지 내며 부산으로 내려간 주원은 윤미해를 찾아 나섰다. 동식 역시 주원이 어디로 향할지 알고 부산에서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체리라는 이름으로 일을 했다는 그를 찾았다. 하지만 1년 전 이미 교통사고로 사망한 상태였다.

 

문제는 진묵이 하루 전 부산에 내려와 이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찾아다녔던 윤미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친부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민정을 상대로 살인을 저질렀다. 윤미해에게 하고 싶은 행동이 민정에게 투영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식과 주원은 트릭을 사용했다. 윤미해가 사실은 진묵을 피하기 위해 사망했다고 소문을 냈다는 주장이었다. 서류 조작 정도는 보여주기 용이라는 점에서 어려운 일은 아니다. 자신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죽었다는 소문까지 냈다는 사실에 진묵은 분노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죽일 듯 말이다.

 

진묵을 무너트릴 수 있는 무기를 쥐었지만, 그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유연이가 어디에 묻혔는지 자신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가 유연이 너에게 돌려줬거든"이라는 말로 유연이 사체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고 있다는 진묵의 주장에 멈칫할 수밖에 없는 동식이었다.

 

윤미해를 데려오면 유연이가 어디 묻혔는지 알려주겠다는 진묵은 귓속말로 네가 무슨 경찰이냐며, 민정이 손가락을 가져가 전시한 것이 동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을 언급했다. 자칫 동식이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보다 중요한 것은 진묵이 유연이를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목격자라는 의미가 된다. 유연이를 죽인 범인을 알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는 점에서 진묵은 중요한 존재로 떠올랐다. 동식을 낚으며 20년 전 진범의 목까지 쥐는 형국이 되었다.

 

"동식아 유연인 아니야"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진묵이 유치장에서 사망했다. 그리고 벽에는 이런 글을 적어났다. 낚시 바늘을 가지고 자해한 이 끔찍한 상황에 동조자는 존재한다. 이 낚시 바늘을 건넨 자가 곧 범인이라는 의미다. 이는 경찰서에 드나들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누가 진묵을 죽이려 했을까? 이는 너무 당연하다. 20년 전 진범이 죽이려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진범은 경찰서 내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연 누가 진범일까?

 

재이 어머니 사체는 다른 곳도 아닌 집 마당에 묻혀 있었다. 10년 동안 그곳에서 살며 어머니가 묻혀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재이는 절망스러웠다. 어머니를 그토록 찾아다녔지만, 자신이 생활하던 발밑에 묻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진묵 체포뒤 찾은 사체들은 모두 30, 40대였다. 20대 사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유연이 사체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유연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살아있을까? 진묵의 발언을 보면 그는 사망했다. 그리고 동식이 알고 있는 혹은 그의 거주지 주변에 묻혀 있을 가능성도 높다.

 

유연이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 동식을 유일한 친구로 생각하는 정제일까? 아니면 그를 범인으로 몰아갔던 형사이자 현재는 파출소 소장으로 동식을 친아들처럼 대하는 남상배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주원의 아버지 혹은 정제의 어머니나 아버지일까? 범인은 분명 이들 가까운 곳에 살던 존재다.

 

작가는 영특하다. 소제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극중 관계를 형성하고 시청자들마저 홀리게 만들고 있다. 진묵이 진범이 아니고, 그게 끝일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16부작의 절반이 지났는데 진묵이 진범이라면 이야기는 무너진다.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진짜 괴물을 찾겠다는 선언을 한 8회 엔딩은 그래서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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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
  1. 마우스 2021.03.19 21:38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잘 쓰시네요~ 덕분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