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들이 돌아왔습니다. 일제 강점기 잔인한 실험을 당하며 희생된 수많은 이들 중 채옥과 태상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경성까지 왔던 채옥은 그곳에서 태상과 우연처럼 만나 하나가 되었고, 괴물이 되어버린 어머니와 조우했습니다.
시대는 그들에게 행복을 선사하지 않았습니다. 잔인한 현실은 그들을 찢어놓았고, 채옥은 먼발치에서 조국이 독립을 맞이하는 순간을 볼 뿐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가 아닌 현대 사회에서 채옥과 태상은 어떻게 변해있었을까요?
'은제비'라는 이름으로 실종자를 찾아주는 일을 하는 이는 채옥이었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외모의 채옥은 어머니로 인해 나진을 맞고 영원한 삶을 살고 있는 중입니다. 간절하게 실종자를 찾는 이들의 의뢰를 받고 사람을 찾아주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채옥은 그 남자를 찾고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채옥이 의뢰인의 실종자를 찾는 동안 오토바이를 탄 이가 기괴한 무리들과 싸우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말도 안 되는 싸움 과정에서 헬멧이 벗겨진 후 드러난 인물은 태상이었습니다. 그 역시 현재 시점 생존해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흥미롭게도 태상도 채옥이나 유사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차이는 실종자를 찾는 채옥과 달리, 불륜 현장을 확인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그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게 된 것도 이런 직업들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608호와 809호를 헷갈린 그곳에는 채옥이 찾고 있던 남성이 화장실에서 사망해 있었습니다. 먼저 도착한 채옥은 그가 남긴 그림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나진 실험으로 만들어진 괴물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망자가 있는 곳에서 낯선 이와 마주한 호재라고 불리는 태상은 그렇게 결투를 벌이지만 상대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더욱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공격을 손쉽게 제압하는 모습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 그들의 두 번째 만남에서는 시즌 1에서 두 사람이 골목에서 만나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재현되었습니다.
혹시나 했던 그 남자가 태상과 너무 닮았다는 사실에 채옥은 "장대주"라고 말하며 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 만나고 싶었던 연인에 대한 감정이었습니다. 순간 호재도 이 발언에 이명이 오며 내부의 뭔가를 깨우는 모습이었습니다.
채옥의 어머니로 인해 괴물이 되어버린 그는 주기적으로 사냥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입니다. 뱀파이어와 유사한 운명이란 의미죠.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사람들을 도륙한 사실을 알게 된 채옥은 자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채옥이 '은제비'라는 이름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과거에 어머니를 찾아다닌 경험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갑자기 사라진 태상을 찾기 위한 것이 더 클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영원히 죽지 않은 운명을 사는 채옥은 그렇게 그를 찾고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은 그 시기가 다가오면 만나게 됩니다.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들은 이렇게 재회할 운명이었던 것이죠. 호재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고 이후 현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검은 무리들을 이끌고 있던 '쿠로코 01'이 속한 곳은 '전승제약'입니다. 그곳은 가토가 은밀한 실험을 하던 옹성병원을 이어간 곳입니다. 그곳은 새로운 시대를 만든다며, 인간의 진화를 앞세우는 광고는 우울한 디스토피아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가토의 아들인 신지오가 현재 전승제약 회장으로 있지만, 그건 바지사장입니다. 실질적으로 전승제약을 이끄는 것은 마에다입니다. 4회 말미에 마에다가 채옥 앞에 등장하게 되죠. 1부 후반 마에다는 폭발로 인해 얼굴도 못 알아볼 정도로 상처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10회 가토가 따라주는 차에는 나진이 있었고, 이를 마신 마에다는 가장 좋았던 시절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영원히 죽지 않는 영생의 몸으로 전승제약을 이끌며 여전히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마에다라고 불리는 노인도 등장하지만 그건 허수아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죠. 나진을 통해 분리된 두 인격이 존재할 수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둘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나진을 맞고 영원한 삶을 살게 된 마에다가 가짜를 내세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호재와 함께 탐정일을 하는 용길의 정체도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강상사가 과거 태상이 운영하던 금옥당이기도 합니다. 용길은 태상의 절친이었던 권준택의 손자로 밝혀지죠. 사진을 보며 할아버지의 부탁이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니 말입니다.
일제 강점기와 현재라는 시대적 배경은 전혀 다르지만 이들을 둘러싼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대한민국이 독립하고 발전해가는 와중에도 일제의 잔재는 여전히 뿌리 깊게 내려져 있음은 가토와 마에다가 세운 전승제약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좋은 약을 만들어 파는 유명한 제약 회사로 보이지만, 그들의 지하에서는 나진을 이용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이 바로 '쿠로코'들입니다. 태상과 맞서 싸우던 검은 무리들이 모두 나진을 통해 만들어진 괴물들입니다.
3회 동그란 모양의 폐건물에서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로 움직이는 쿠로코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이들이 얼마나 특화된 존재들인지 알게 합니다. 수많은 실험체들은 괴물화된 이들과 맞서 싸우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과거 옹성병원에서 했던 실험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죠.
이 상황에서 나진이 주입되어 영원한 삶을 사는 채옥은 왜 그렇게 힘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자신도 모르게 탐욕스럽게 사람들을 해친 이후 그는 사람들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뱀파이어가 피를 먹지 못하면 힘을 쓰지 못하는 논리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시즌 2가 되어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 중 '쿠로코'는 이들의 인체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괴물들입니다. 하지만 이들과 다른 인물이 있는데 그건 승조입니다. 승조는 이시카와와 명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입니다. 문제는 명자가 나진을 먹고 괴물이 되었다는 것이죠.
이는 승조 역시 엄마에 의해 나진을 가지고 태어난 괴물이란 의미입니다. 채옥과 같은 유형의 괴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더욱 마에다의 남편인 이시카와가 외도해 낳은 아이라는 점에서 묘한 위치에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우월한 힘을 자랑이라도 하듯 그는 사람들을 죽이고 다닙니다. 과거도 아닌 현대 사회에서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은 무모한 일이죠. 실제 전승제약 신 회장이 쿠로코 01호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에서 승조의 광기가 정상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쿠로코 01호는 승조에게 중요한 발언을 합니다. 죽일 수 없는 괴물이지만 나진을 약화시키거나 하는 방식으로 그를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후 벌어질 대결 구도에서 상대를 제압하거나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승조가 태상에게 집착하는 이유도 흥미롭습니다. 태상은 한동안 그들 무리에 있었습니다. 실제 태상은 시즌 1에서 괴물에게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 여파로 나진이 들어가 괴물이 되었을 겁니다. 그렇게 붙잡힌 채 그들에게 길들여지기를 바랐지만, 태상은 그들의 편에 설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죠.
채옥은 모든 기억을 가지고 살아왔던 존재라 큰 변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호재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던 태상은 변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죠. 기억이 사라져 그저 용진의 말이 사실로 알고 살아왔던 그는 채옥이 '장대주'라는 부름에 한번 흔들렸습니다.
단단하게 갇혀 있던 기억이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봉인이 풀리는 법입니다. 그런 장면은 호재는 부상을 입은 채옥을 보며 '윤채옥'이라는 이름을 부릅니다. 채옥이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이 반응은 내재된 기억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모든 기억들을 끄집어내게 되는 과정은 자신의 사무실 안쪽에 숨겨진 금옥당이었습니다. 그곳에는 과거의 물건들과 함께 사진들도 있었죠. 그 사진들을 통해 과거의 기억들은 빠르게 태상을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색이 바래가는 사진들 속에는 태상의 흔적들이 가득했습니다.
채옥은 전승제약 지하에 갇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채옥이 승조와 마찬가지로 어머니를 통해 나진을 받아들인 것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일제 강점기 옹성병원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이들은 그안에 갇혀 실험실 쥐처럼 취급받고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전승제약에 취직해 행복했던 안테나 할머니 손자도 있었죠. 소아마비인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도 있다는 달콤함과 천만원이라는 거금은 실험에 참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나진을 탄 물을 마시는 것임을 그들은 알 수 없었습니다.
과거와 다른 것이 별로 없는 지하세계에는 실험을 위한 거대한 장소도 존재했습니다. 그들에 의해 괴물이 되어버린 어머니를 만났던 그 장소는 조금 세련되어져 있을 뿐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채옥을 기다리는 노인은 마에다였습니다.
하지만 그 노인은 진짜 마에다는 아니었습니다. 그 노인이 자리를 비키자 과거 채옥과도 만났던 진짜 마에다가 등장했습니다. 폭발로 인해 엉망이 되었던 마에다가 아니라, 가장 화려하고 예뻤던 시절의 그의 등장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4회까지 전개된 내용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극의 흐름이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 속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라는 시대의 변화만 있을 뿐 이들의 대결 구도와 본질은 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당연하기도 합니다.
재미있게도 '경성크리처 시즌2'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매체들은 '친일'을 노골적으로 언급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친일파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행위가 뭐가 잘못일까요? 이런 불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는 스스로 자신들이 친일의 잔재를 품고 살아가며, 모국이 일본이라 느끼는 존재들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내는 기억들과 흔적들은 그렇게 다시 충돌하게 됩니다. 과거에 청산하지 못한 잔재들은 이렇게 남아 다시 괴롭히고는 합니다. 과거 청산은 그래서 중요할 수밖에 없죠. 조금 늦었더라도 제대로 과거와 단절을 해야만 새로운 시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남은 이야기들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Drama 드라마이야기 > Netflix Wavve Tiving N OT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친코 시즌 2 7(15)회-이민호는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 (4) | 2024.10.08 |
---|---|
경성크리처 시즌 2 결말-강렬하고 분명한 메시지, 마지막 장면의 의미 (5) | 2024.10.03 |
파친코 시즌 2 6(14)회-갈등의 시작, 이민호는 살아있는 것일까? (1) | 2024.10.01 |
강매강 7~8회-서현우 서사와 아이 납치 사건의 전말 (8) | 2024.09.26 |
파친코 시즌2, 5(13)회-피폭 당해 돌아온 요셉, 한국전 발발이 이민호에게 기회될까? (3) | 2024.09.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