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비의 간교함과 아역 4인방이 계백을 이끈 다
3회가 시작되며 이야기의 중심은 아역들에게 모여지고 있습니다. 의자, 계백, 은고와 교기 등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갈 이들의 성장과정이 주요하게 등장하는 초반 이야기는 아역들의 연기력에 모든 것들이 좌우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여기에 간교한 사택비와 자신을 숨기고 후일을 도모하는 의자 왕자와의 지략 대결 역시 시청자들을 더욱 흥미롭게 합니다.
3, 4회는 이 주요한 등장인물들의 성격들을 부각시키는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3회 바보가 된 의자와 거리 왈패들을 제압하며 타고난 능력을 과시한 계백의 모습은 그들의 성향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모두를 속여야만 했던 의자 왕자는 철저하게 계산된 삶을 사는 인물입니다.
조금만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는 스스로 힘을 가질 수 있는 순간까지 자신을 속여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그의 모습은 언제나 어수룩하고 바보 같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보다 어린 교기 앞에서 한없이 부족한 존재로 보여야만 하고 아버지인 무왕에게조차 자신의 존재감을 숨겨야 하는 의자는 그래서 외롭고 힘든 존재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계백은 백제 최고의 무사인 아버지의 성품을 그대로 타고난 존재입니다. 거리의 아이로 자라며 거친 삶을 살아야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기개는 이미 장수의 그것과 다름없습니다. 거리의 왈패들과 대결을 해서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그는 타고난 무사의 자질을 가진 존재입니다.
아버지인 무진이 사택비의 연인이었던 것처럼 계백이 사랑하는 여인인 은고는 후에 의자왕의 여자가 됩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모두 왕의 여자가 되는 운명을 타고난 부자의 삶은 그래서 더욱 측은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택비와 은고가 묘한 교점을 찾으며 서로 친숙해지는 관계가 되면서 무진과 계백과의 연결 고리와의 관계들도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왕의 여자가 되어서도 무진을 잊지 못하는 사택비. 모질고 강인한 여성임에도 무진 앞에서만은 여자이고 싶었던 여인 사택비가 과연 무진이 다시 수면 위에 올라선 상황에서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지도 기대됩니다. 상단을 이끄는 은고와 술집에서 일을 하던 계백의 만남은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눈에 은고에 반해 그녀를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계백과는 달리,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그를 하찮게 생각하는 은고는 처음부터 인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연히 왕자의 복색을 하고 사택비의 생일잔치에 참석한 계백으로 인해 그들의 인연은 필연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친모인 선화 황후가 죽은 장소에서 가지는 사택비의 생일잔치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던 의자는 술에 취해 그대로 쓰러져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왕자가 된 계백은 연회에 참석한 은고를 보고는 사욕을 참지 못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농담처럼 은고에게 건넨 이야기는 실제 상황이 되어버리고 이런 상황에서 사택비를 구하려 몸을 던진 은고의 모습은 극적으로 다가옵니다. 황후를 세작 혐의로 몰아 죽음으로 이끈 목견이 임무를 완수한 후 세작으로 몰려 토사구팽을 당하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무왕의 충신인 사걸이 목견의 목숨을 살렸고 이런 인연으로 다시 해후한 그들은 사택비 암살 작전을 수행합니다. 당나라 사신 앞에서 신라 포로를 참수해 백제의 의지를 드높이겠다는 사택비의 의지를 역이용해 그녀를 암살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의외의 상황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고 맙니다.
우선 목견 혼자 그 거대한 암살을 성공시킬 수도 없었고 의외의 상황에서 등장한 은고로 인해 사택비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는 것 역시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은고는 장난처럼 건넨 계백의 암살이야기로 사택비의 눈에 들게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은고의 안위를 먼저 살핀 계백은 그녀의 마음 한 켠에 자신을 넣어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관계들은 사건을 취조하는 과정에서 계백을 살리는 계기로 다가옵니다. 은고에게 포상이 내려진 상황에서 그녀는 사택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자신을 살린 계백을 죽음에서 살리기 위해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 총명함과 대담함에 사택비가 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요. 사택비 생일잔치에서 벌어진 암살 사건은 무왕이나 사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되었지만 계백과 은고, 사택비와 의자에게는 좋은 의미의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암살조직인 위제단을 이끌며 강한 정치로 무왕마저 무의미한 존재로 만드는 사택비도 죽음 앞에서는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자신의 암살 사건으로 인해 죽음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녀는 꿈속에 등장한 의자와 선화 황후의 모습에 경악하게 됩니다.
그런 악몽에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사택비는 죽어서도 자결에 쓰인 단검을 놓지 못하는 선화가 의자의 귓속말에 칼을 놓는 장면은 모두를 기겁하게 합니다. 선화 황후가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는 당부. 그런 당부를 지키겠노라고 다짐했던 의자. 그렇기에 자신을 바보로 만들어 죽음 앞에서 삶을 연명하는 의자의 모습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입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로 인해 언제나 민감해져 있는 사택비로서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의자가 실제로 바보가 되었는지 자신을 속이는 것인지 확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택비는 다시 한 번 의자의 마음을 떠보기 시작합니다.
암살 음모가 현실로 드러나며 위급한 상황을 벗어난 사택비. 그 앞에 불려나가 머리를 조아리며 마음 조려하는 의자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며 자신을 이제 '어머니'라고 부르라는 사택비의 모습은 더욱 두렵게 다가옵니다. 그렇게 선화 황후가 임종하던 시점 의자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고자 했던 사택비는 위급함을 느낀 의자의 재치로 원하는 것들을 얻어내지 못합니다.
도대체 의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려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택비는 위제단을 통해 암살 명력을 내리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암살명령을 받은 존재가 무진이라는 사실은 그들의 관계를 다시 한 번 혼란스럽게 만들고 맙니다.
죽은 줄 알았던 무진이 살아있고 그가 위제단을 통해 의자 왕자가 아닌 사택비에게 칼을 겨누었다는 사실은 극의 흐름을 급박하게 이끌고 있기 때문이지요. 조만간 계백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무진이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그가 의자 왕자를 도와 백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만 한다는 사명감까지 얻게 되면 본격적인 <계백>의 이야기는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초반 계백의 탄생 과정에 이어 성장한 계백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개해간 <계백>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들을 통해 권력을 차지하려는 다양한 인물들의 대립들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복수를 위해 자신을 속이며 살아야만 했던 왕자와 그런 왕자를 마지막까지 믿을 수 없어 경계해야만 했던 사택비의 운명이 어떤 방법으로 변하게 되는지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조금은 어색하고 어설픈 전개가 아쉽기는 했지만 아역 4인방의 연기는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현우, 노영학, 박은빈, 서영주의 연기는 극의 흐름을 흥미롭게 이끌어갔습니다. 아역이라 하기에는 나이가 든 그들의 연기는 주연들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연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느냐는 <계백>의 성공을 위해서는 필수입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개성, 관계들이 명확하게 규정되고 확립되는 초반 아역들의 연기는 그래서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들의 효과적인 연기는 성인 연기자들을 완벽한 존재감으로 만들어 몰입도를 높일 수 있기에 좋은 아역은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뿐 아니라 완성도 역시 빼어나게 만들고는 합니다.
사택비 생일잔치를 시작으로 그들의 관계가 서로 교점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본격적인 괘도에 올라서려 합니다. <계백>은 왜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황산벌 전투에서 참가하게 되었는지 의자는 왜 후대에 삼천궁녀와 함께 무능한 존재로 기억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겠지요. 사택비와 의자를 사이에 둔 권력 관계는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이끌며 계백과 은고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처연한 장수로, 강인한 장수로 역사에 남게 된 계백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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