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열은 해수에게 "딱 좋아"라고 생각하고, 해수 역시 재열을 "내 스타일이야"라고 만족해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연인이 되었고, 그들의 사랑은 진심을 담아 시작되었습니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들의 사랑은 그저 그들만의 사랑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사랑이기도 했습니다.
폭력의 되물림, 그리고 폭력을 막아내는 재열의 힘;
재열과 해수의 사랑이 흥미롭고 매력적인 것은 치유하는 사랑 때문이다
해수가 보낸 세 번의 벨과 문자는 재열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 있던 해수를 보고 반가워 손을 흔들던 재열을 맞이한 것은 해수가 아닌 귀휴를 나온 형 재범이었습니다. 눈앞에 사랑하는 연인이 바라보는 상황에서 친형인 재범의 공격을 받는 재열의 운명은 처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가야했던 재범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신이 아니라 의붓아버지를 죽인 것은 바로 동생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살인은 동생이 했는데, 어머니마저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에 분노해 어머니의 면회도 거부해왔던 재범이었습니다. 그런 재범이 정신과의사인 동민을 만나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아미탈이라는 약물에 대해 알게 됩니다.
정신과에서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주사하는 그 약물은 진실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런 동민의 이야기를 듣고 재범은 자신이 먼저 치료를 받는다는 말로 나름의 계획을 세웁니다. 동민을 속이고 아미탈을 탈취해 재열에게 주사해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습니다. 동민을 속이고 준비한 주사기를 바꿔 도주한 재범은 재열을 추적하고 그렇게 아미탈이라고 믿었던 주사기를 찌르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재범의 범행들을 면밀하게 조사하던 동민은 그가 재열이 이야기를 하듯 좋은 남자가 아니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재범에게 아미탈 치료를 할 계획도 없었습니다. 수액을 주사하는 것만으로도 플라시보 효과를 노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탈취해서 동생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주사기에 아미탈이 아닌 수액이 들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자신이 믿고 싶은 진실에 집착하는 재범. 그런 재범의 공격에 맞서 싸우는 재열도 어린 시절의 그는 더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맞기만 하던 그래서 두렵고 무서웠던 형 재범은 더는 자신의 앞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난장판이 된 남의 가게에서 신고하려는 주인을 막아서는 재열에게는 형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습니다.
폭력은 폭력을 낳고 그런 폭력의 되물림은 끊임없는 고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에도 재열은 폭력이 아닌 포옹으로 그 지독한 되물림을 막아내고 있었습니다. 폭력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을 그대로 경찰에 알리면 됩니다. 이미 살인에 동생 폭행까지 더해진 재범으로서는 이번 폭행으로 인해 영원히 감옥에서 살아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열은 그런 폭력에 대한 대응이 아닌 재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선택을 합니다.
정신과의사인 동민마저도 이해하기 어려운 재열의 행동은 폭력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었던 자신들의 어린 시절. 그 고통스러운 시절 만들어진 폭력이 형의 전부는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형 역시 의붓아버지에게 지독한 폭행을 당해왔고, 그 어린 나이에 자신의 고통을 어떻게 해소할지 몰랐던 형은 만만한 동생에게 화풀이를 해왔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지독하고 고통스러운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동일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전부라고만 생각했던 형 재범이었습니다. 그런 폭력 후에 동생에게 자신의 새 신발을 벗어 넣고 가는 형의 모습에서 형의 진심을 재열을 알고 있었습니다.
두 달 후면 풀려나는 형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출판사 지분을 모두 넘겨주라는 재열에게 형은 그저 폭력의 희생자였던, 어머니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폭력에서 자신을 보호했고, 형은 폭력의 되물림을 했던 존재이지만 재열에게 그들은 모두 사랑스러운 가족일 뿐이었습니다. 폭력의 피해자였던 형은 방법을 못 찾고 스스로 증오하던 의붓아버지 같은 폭력에 기대 살아왔고, 재열은 그 모든 것을 글로 풀어 작가가 되었습니다. 동일한 폭력 속에서 두 형제의 이런 다른 선택은 결국 이후 이어질 이야기의 핵심적인 사안에서 충돌하고 풀어내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재열과 재범의 여전한 충돌 속에서도 재열과 해수의 사랑은 풋풋함 그 이상의 애틋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신의 답변에 답이 없던 재열에 실망하고 있던 해수. 그런 해수 앞에 등장한 재열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상처받은 재열을 따뜻하게 품는 해수에게 그는 이제는 놓을 수 없는 진정한 사랑이었습니다.
재열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식은땀을 흘리는 해수는 여전히 가벼운 불안증세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에게 의지박약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해수는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풀어낼 수 없는 고통스러운 불안증세에서 벗어나는 방법 역시 자신의 의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그녀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한 후 극심한 불안증세를 보이며 살아왔던 해수. 그렇게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정신과의사가 되었지만 좀처럼 치유하기 힘든 것이 자신의 병이었습니다. 원인 제공자였던 어머니는 하지만 그런 자신의 외도를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남편이 몸져눕고 어린 딸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며 여전히 자신은 당당하다는 어머니의 그 모습 속에 짙고 깊은 처량함이 가득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해수의 어머니가 보내준 사진 속에서 해수의 방안에 있던 절벽과 동일한 사진을 발견합니다. 오키나와는 해수가 병든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이라고 합니다. 그곳으로 여행을 가자는 재열과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면 가겠다는 해수. 그렇게 그들의 오키나와 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정신과의사와 소설가. 모두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통해 살아가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괜찮아, 사랑이야>는 흥미롭기만 합니다. 사회는 홀로 살아갈 수 없음을 그들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글을 써서 소통하며 폭력의 고통을 씻어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랑은 치유였습니다.
치유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모두가 치유를 받아야 겨우 살아갈 수 있는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그저 말도 안 되는 사랑이 아니라, 서로 다투고 소통하며 얻어가는 치유의 사랑은 우리가 가지고 싶은 사랑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사랑이 과연 자신을 옥죄고 있는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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