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 집단이 있던 오래된 건물에 웹툰 작가가 소재를 얻기 위해 방문을 하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많은 이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소재는 낯설지 않다. 공포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틀이기도 하니 말이다.
소재 고갈로 인해 고민이 많은 웹툰 작가 지우(성준)는 소문을 듣고 쓰러져가는 맨션을 찾았다. 그곳에서 나이 든 관리인(김홍파)에게 그곳에서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묻기 시작한다. 오래된 아파트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관리인이 전한 이야기는 호기심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레트로를 좋아해 녹음기로 관리인의 이야기를 듣던 지우는 흥미로웠다. 공포 웹툰으로 쓰기 좋은 소재들이었으니 말이다. 관리인이 들려준 첫 번째 사례는 504호에 들어온 소설가였다. 소설을 쓰기 위해 그 방을 얻은 그는 아래층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고 따졌다고 한다.
새로운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집에서 아이까지 봐가며 집중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허름한 이곳을 찾았고, 그렇게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인해 집에서보다 더 큰 불편을 겪기 시작하자,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두통약까지 사먹으며 버티려 하지만 좀처럼 아이들의 행동을 참을 수는 없었다. 관리인에게 따져도 아래층은 비어서 아이들이 들어갈 수도 없다고 한다. 관리인은 아이들은 없다고 하지만, 자신 눈앞에서 뛰어다니며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아이들은 분명 존재했다.
더는 참지 못하고 아랫층으로 내려간 소설가는 집안에 여섯 켤레의 신발을 보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의미였다. 분노해 신발장에 있던 아이들 신발을 봉투에 담아 버린 소설가는 후련했다. 작은 복수가 주는 카타르시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9층에 사는 약사는 해서는 안 되는 사랑을 하고 있다. 약사라는 직업과 여러 가지를 따져보면 이런 낡은 아파트에 살 이유는 없어 보였다는 것이 관리인의 평이었다. 아이도 있는 유부남을 좋아한 약사는 그게 잘못이란 것을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었다.
이혼을 하고 자신과 살기 바라는 약사는 어느날 물에 젖은 채 자신을 찾아온 연인을 받아들이며 이상했다. 비도 오지 않는데 물에 흠뻑 젖은 연인이 걱정이 되었다. 문제는 다음날 약국에 출근한 약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형사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인인 유부남이 가족들을 죽이고 도주 중이라는 것이다. 전날 약국 앞에서 지켜보던 여성은 결국 귀신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살인마가 된 연인을 신고하지 않고 함께 도주하기로 했던 약사는 샤워를 하며, 자신이 여기 있는 것을 알리지 말라는 요구만 한다.
수없이 동의반복을 하는 연인의 행동이 기이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도주하기 위해 짐을 싸던 약사는 초인종 소리를 듣고 놀랐다. 현재 샤워를 하고 있는 연인이 문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놀라 연인을 들인 약사는 샤워 중인 남자를 가리켰다. 한 공간에 두 명의 연인이 존재한다. 과연 누가 진짜 연인일까? 당황스럽고 두려운 약사에게 연인은 이야기를 한다.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했냐고 말이다.
허름한 맨숀을 소개하는 중개인은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존재다. 집을 얻으려는 이들을 위해 최고의 집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최대한 이익이 남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돈을 버는 중개인은 연인과 살고 있다.
중개인이 연인이라 생각하는 존재는 거대한 인형이다. 성인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형을 마치 자신의 아내나 되는 것처럼 앉혀놓고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는 중개인의 모습은 기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물론 누군가의 실제 일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라진 세상이란 사실도 분명하다.
자꾸 고장나는 인형을 바꾸기로 한 이후 불안은 가중되기 시작했다. 목이 부러진 인형에 화를 내기 시작하는 중개인과 그에 반응하기 시작한 인형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유학생의 이야기 역시 지우에게는 흥미로웠다.
적응하지 못하고 몰래 입국해 친구 집을 찾은 유학생은 곰팡이가 가득한 그 집을 보고 놀랐다. 친구이기는 하지만 굳이 그의 집을 찾을 일이 없었지만, 궁한 상황에서는 적당하게 가까운 이 친구의 집이 최적이라 생각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 얼굴에는 뭔가가 많이 있다. 기포 같은 것이 얼굴이 나오고 있는 그를 보는 것도 어려웠다. 식사를 하자며 내놓은 반찬마저 상했다. 그럼에도 그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다. 기막힐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곰팡이가 가득한 그 집에서 보낼 수가 없어,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안방까지 곰팡이가 가득한 그 집을 청소하지 않으면 내가 곧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름 열심히 청소를 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친구는 분노했다. 자신의 부모님들이 사라졌다며 말이다.
그 친구는 왜 안방에 있던 곰팡이들을 청소했다고 화를 냈을까? 그리고 그것과 자신의 부모님과는 무슨 상관인지 알 수가 없다. 더는 그 집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짐을 싸서 나가려는 순간 바닥에 다시 시커먼 곰팡이가 가득하다.
사이비였던 광민교회와 관련한 언급도 했지만, 이미 관리인이 들려준 수많은 이야기에 지우는 참을 수가 없었다. 웹툰의 성공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이야기가 필요했다. 자신이 가진 돈을 다 줘도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지우는 관리인의 집은 1504호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반복적으로 인사만 하는 이상한 남자에 두려움을 느낀 지우는 힘겹게 1504호로 향했고, 바닥에 놓여있는 녹음기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관리인이 보내는 마지막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우를 좋아하던 다혜(김보라)가 그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자신을 귀찮아 하고 물건처럼 대해 화가 났지만, 그가 녹음한 것들을 들어본 다혜는 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연 광림맨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우가 들은 관리인이 보낸 마지막 이야기 속에 그는 자신은 처음부터 관리인은 아니었다고 했다.
사이비 교주가 있던 그 건물에 돈이 숨겨져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은밀하게 침입한 도둑이었다. 수술비가 간절히 필요한 후배를 데리고 폐건물인 그곳을 찾은 관리인은 섬뜩한 상황들 속에 사망한 목사의 사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입안에 숨겨져 있는 열쇠를 찾았다.
그 열쇠를 통해 엄청난 돈을 찾는데 성공했지만, 그건 열어서는 안 되었다. 모든 것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흥미로운 소재다. 낡은 맨션에 깃들인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낼 수 있었다. 각 방마다 사연들이 부여되고, 이를 하나로 엮어내 흥미를 배가시키는 방식이 성공했다면 매력적인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분명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갖추고 있음에도 재미가 없다. 긴장감이 떨어지고 배우들을 활용하는 방법에서도 아쉬움을 자아냈다. 김보라는 왜 출연했는지 알 수가 없다. 마치 얼굴마담처럼 성준과 김보라가 출연했다는 점도 아쉽다.
전반적으로 공포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을 언급하며 공포심을 유발하려 노력했지만, 이런 식의 낡은 방식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는 역부족이다. 수없이 좋은 재료가 있음에도 요리를 하면 엉망인 이들도 존재한다. 영화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만드는 감독의 역량이 떨어지면 완성도 역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공포 영화가 그리운 계절. 아쉬움만 가득한 한국 공포 영화는 그래서 더욱 큰 좌절로 다가온다. 장르물의 성장이 곧 한국 영화의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공포 영화가 한편쯤 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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