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솔의 죽음으로 모든 것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열흘만 지나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강치는 더는 참을 수 없는 운명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소정법사의 말대로 백년객관을 떠나 있었다면 박무솔의 죽음도 없었다는 점에서 최강치는 죄책감이 힘겨워합니다. 20년 전 아버지가 그랬듯, 최강치 역시 열흘이라는 시간을 남기고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그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지독한 현실풍자까지 함께 하는 구가의 서, 대단하다
최강치를 살리기 위해 대신 죽은 박무솔. 어린 시절 업둥이인 자신을 친아들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하던 박무솔의 자비로움은 그래서 더욱 강치를 힘겹게 했습니다. 친아들 이상으로 자신을 아껴준 어르신이 자신을 위해 죽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최강치의 분노는 액막이 팔찌마저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초록 눈으로 변한 채 분노를 감당하지 못하던 최강치 앞에 등장한 소정법사는 그를 제압하고 사라져버립니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최강치는 조관웅에 의해 박무솔을 죽인 살인범으로 둔갑해있었습니다. 여수에서는 임금님보다 더한 덕망을 쌓고 있었던 박무솔을 자신이 죽인 것이 알려지게 되면 큰 반발에 휩싸일 수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자라는 점에서 그의 행동은 당연했습니다.
200냥이라는 거액을 걸린 최강치는 이미 여수에서는 박무솔 어르신을 죽인 파렴치한 범인으로 취급당하고 있었습니다. 박무솔이 조관웅 무리에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담여울과 곤. 그들은 더는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합니다. 자신을 두 번이나 살려준 최강치를 찾아 돕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담여울과 호위무사인 곤은 그녀를 보살피기 위해 무형도관으로 돌아가자 합니다.
여울이 강치를 특별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곤으로서는 그녀를 강치에게 멀어지게 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합니다. 곤 역시 여울을 마음 속 깊이 흠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곤의 마음과 달리 이미 강치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여울은 추적을 통해 강치가 숲에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울과 곤을 추적하는 이들은 저잣거리 왈패만이 아니었습니다. 조관웅의 무사들 역시 여울을 추적했고, 그런 상황을 인지한 여울이 도주하다 누군가에 의해 제압당하고 맙니다. 급하게 칼을 빼들지만 그는 바로 여울이 그토록 찾던 강치였습니다.
법사에 의해 강치가 태어나고, 부모들이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그곳으로 옮겨졌던 최강치. 열흘만 이곳에서 숨죽인 채 기다려 달라는 법사의 부탁에도 강치는 단호했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이라는 말도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강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버린 부모보다도 자신을 20년 동안 키워준 이들에 대한 보답이 더 중요했습니다.
강치는 알지 못하지만 열흘만 지나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강치는 운명처럼 그렇게 인간이기를 포기합니다. 그렇게 산을 내려가던 강치는 조관웅의 수하에 쫓기다 강치를 만났습니다. 여울을 남자로 생각하는 강치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밀착하고 있지만, 여울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묘한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이 지독한 운명에 빠진 강치와 여울의 운명은 그렇게 심한 울림으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자신의 안위를 따지지 않고 백년객관으로 향했던 강치는 태서와 청조가 갇혀있는 관아로 향합니다. 그리고 관비로 실려 가는 청조를 구하려던 강치는 자신의 오빠인 태서가 다음날 죽게 된다는 말을 듣고 태서를 구해냅니다. 태서와 청조를 위해 스스로 짐이 되기 싫었던 윤씨 부인은 관노가 되겠다며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지독한 문초를 당해 정신을 잃은 태서를 구하던 강치와 점점 좁혀져오는 조관웅의 무사들 사이에서 구세주처럼 여울은 등장합니다. 박무솔의 도움을 받았던 이는 위기 상황에 태서를 돕겠다고 나서고, 강치와 여울은 태서를 구하기 위해 무리들을 숲으로 유인합니다.
숲에서 마주한 조관웅의 호위무사들과 대결을 하던 강치는 자신의 팔목에 있던 팔찌가 끊어지며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세상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요동을 치는 상황에서 반딧불은 강치를 애워쌉니다. 그리고 그 많고 깊던 상처들이 한 순간에 치유되더니 강치는 인간이 아닌 괴물로 변해있었습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강치를 막아왔던 액막이 팔찌가 풀리자마자 괴수가 되어버린 강치. 그런 강치의 변화를 목격한 여울. 자신도 알지 못했던 자신을 발견하고 포효하는 최강치의 모습은 분노로 가득했습니다. 지독한 운명은 강치의 아버지인 구월령을 그렇게 잡아가더니, 아들은 강치마저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막아섰습니다. 열흘만 지나면 인간이 되어 어머니의 유언처럼 살아갈 수 있었지만 지독할 정도로 잔인한 운명은 강치를 반인반수로 머물게 만들었습니다.
강치의 어머니인 서화는 자신의 남편인 구월령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괴수가 되는 과정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존재가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충격은 결국 구월령을 죽음으로 이끌었고, 그런 한탄은 아들 강치에게까지 이어졌습니다. 괴물이 나올 것이라며 두려워하던 서화의 모진 행동은 결국 인간인 아들을 바라보며 후회로 돌아왔습니다.
20년이 흘러 강치는 다시 부모님들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운명으로 맺어진 여울이 강치가 반인반수가 된 모습을 목격하고 놀랍니다. 갑자기 괴물이 되는 모습을 본 누구라도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연 여울은 운명의 남자인 강치와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20년 전의 되풀이 운명인지 아니면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낸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구가의 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괴수가 된 최강치의 분노와 그런 강치를 사랑하는 여울의 운명적인 사랑도 재미있지만, 현실을 적나라하게 풍자하는 재미 역시 대단합니다. 부당함에 분노하는 태서에게 일갈하듯 내뱉는 말은 과거가 아닌 현실을 이약하고 있었습니다.
"법이란 자고로 휘두르는 자의 창이요 방패임을 몰랐나"
조관웅에 의해 역모 죄를 받아 순간 몰락해버린 박무솔의 가족들. 태서가 모진 문초를 받고 사형을 받게 된 상황에서 그에게 내뱉은 이 말은 강렬함으로 다가옵니다. 법이란 공정해야만 하지만 휘두르는 자에 의해 창이 되기도 하고, 방패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현실 속에서 이 말은 그만큼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모든 것을 가진 자들에게 법은 유리하기만 합니다. 철저하게 법이란 가진 자의 창이자 방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모순을 그대로 드러낸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구가의 서>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부패하고 타락한 권력을 상징하는 조관웅을 통해 현실을 적나라하게 풍자하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고위 관직에 눈이 먼 고을 수령이 조관웅의 개가 되어 무고한 박무솔 가족을 파멸시키는 행동 역시 과거의 일만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여수에서는 임금님보다 신망이 높다는 박무솔이 시체가 되어 실려 가는 장면에서 수많은 이들이 통곡을 하며 바닥에 엎드리는 장면에서 특별한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았을 듯합니다.
열흘을 남기고 아버지와 같이 인간이 되지 못한 최강치. 그가 과연 복수에 성공할지 궁금합니다. 왜와 손을 잡고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조관웅에 대적해 강치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강치가 괴수가 되는 장면을 목격한 여울은 과거 서화와 달리 있는 그대로의 강치를 사랑해줄지도 궁금해집니다. 지독한 운명의 틀 속에 적나라한 현실풍자까지 함께 한 <구가의 서>는 명품 드라마가 분명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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