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에 처해질 운명이었던 최강치를 구한 것은 좌수사 이순신이었습니다. 박무솔이 친 자식처럼 아낀다는 말고 생전에 강치를 자신에게 맡겨 보다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는 좌수사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물론 반인반수가 된 최강치가 가진 엄청난 힘이 조관웅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그보다는 박무솔의 마음과 최강치의 선한 모습을 좌수사 이순신은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좌수사 이순신과 조관웅의 대결구도 구가의서를 흥미롭게 만든다
<구가의 서>를 이끄는 인물은 분명 최강치입니다. 그리고 그의 운명적인 연인이 담여울이 극을 이끄는 핵심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둘의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주변인들의 역할이고, 그런 역할이 어떻게 드러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완성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구가의 서>는 성공했습니다.
좌수사 이순신의 등장은 시작부터 대단했습니다. 굵직한 목소리로 <구가의 서>의 시작을 알렸던 이가 바로 이순신이라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이 드라마가 분명 가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보다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실존인물인 이순신을 등장시켰습니다. 그리고 좌수사 이순신이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 속의 이야기의 형식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간에 존재하는 인물에 대한 고민이 아닌, 선과 악이라는 단순화된 대결구도는 시청자들에게는 반갑습니다. 복잡한 이야기를 접고 단순화시킨 이야기의 재미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선의 최전선에 있는 이순신과 악의 중심으로 자리한 조관웅의 첫 대면은 그래서 흥미로웠습니다. 최강치를 구하기 위해 홀연히 등장한 이순신은 서슬 퍼런 상황에서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상대를 압박합니다. 박무솔을 역적으로 몰아 죽이고, 그런 자신의 죄를 최강치에게 뒤집어 씌워 다시 참수를 하려는 그들에게 이 말 도 안 되는 비논리를 완벽한 논리로 대적합니다.
이순신 좌수사가 내민 외통수를 받지 못한 채 쩔쩔매는 조관웅의 표정은 지금까지 자신이 상대한 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꼼수를 부리며 좌수사에게 확약서를 요구하는 그들에게 거침없이 최강치를 위해 자신의 손을 베어 피로 확약을 할 정도로 그에게는 확신이 존재했습니다.
최강치가 느끼는 이순신은 자신을 언제나 따뜻하게 품어주었던 박무솔과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놀리던 동네 아이들을 팼던 어린 강치를 따뜻하게 감싸던 그 손길이 이순신에게서도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상황의 평행이론에 이어 박무솔과 이순신을 동일하게 이어주는 이 상황은 이후 최강치와 이순신의 관계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신수가 가득하고 분노가 제어되지 않는 강치에게 엽전 3개를 주며 마지막을 고하고 싶은 이들을 찾아 인사를 하고 오라는 좌수사의 제안은 흥미로웠습니다. 이 제안은 곧 최강치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춘화관으로 끌려가 모진 상황에 처한 청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강치가 느낀 것은 자신이 살아야하는 이유였습니다.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최강치가 춘화관에서 청조를 데리고 나서는 일은 어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천 행수의 말처럼 그렇게 도망치면 그저 도망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점에서 강치의 행동은 무의미했습니다. 그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청조는 강치의 손을 뿌리치며 아버지에 대한 누명부터 벗기고 찾아오라 합니다. 기생이 되어버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청조로서는 대단한 행동이었습니다.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도망자가 대수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더욱 과거 자신이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된 상황에서 자신이 그런 도망자 신세가 되기를 원했던 적도 있었다는 점에서 청조의 변신은 성장이라는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청조의 행동은 강치를 변하게 했고, 백년객관을 찾은 강치는 조관웅에게 자신의 분노를 상기시키며 새로운 최강치로 거듭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좌수사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담평준의 명을 받든 여울은 강치를 활로 쏘려는 곤이를 활로 막아 세웁니다. 좌수사의 깊은 뜻을 헤아렸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강치에 대한 믿음이 크게 좌우했다는 점에서 최강치와 담여울의 운명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조관웅의 시비에 흔들리지 않고 객관 하인들을 통해 최강치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현재의 상황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은 대단했습니다. 객관 하인들은 모두 최강치를 본 사실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방금 전까지 조관웅에게 엄포를 놓고 다시 백년객관을 찾으러 오겠다며 나선 강치를 배웅까지 한 그들이 말입니다.
백년객관에 종속되어 조관웅의 하인이 되어있지만 그들에게는 박무솔의 백년객관 외에는 무의미했습니다. 그리고 박무솔을 해한 이가 조관웅이라는 사실 역시 잊지 않고 있습니다. 최강치가 실수도 많지만 백년객관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사실 역시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좌수사 이순신이 저잣거리에서 왈패들을 제압하고 상인들을 돕던 최강치를 기억하고 있듯, 그들 역시 의로운 강치를 너무 잘알고 있었습니다.
박무솔의 누명을 벗기고, 태서와 청조에게 백년객관을 되찾아 주겠다는 최강치는 마지막으로 인간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인간이면서도 금수보다 못한 이들을 많이 봐왔다는 이순신은 인간이란 그 태생이 아니라 그 마음에 있다는 말은 <구가의 서>의 핵심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되고 싶은 구월령이나 최강치에게 희망인 그 책은 바로 좌수사 이순신의 말 속에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염주 팔찌 없이 자신 속에 있는 신수를 제어할 수 있다면 구가의 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법사의 말은 최강치를 다잡게 했습니다. 여울이 있는 무영도관으로 들어선 강치는 조관웅 패에게 암시를 당한 태서가 찌른 칼로 위기를 맞게 됩니다. 암시로 인해 강치가 적이라 여긴 태서로 인해 위기에 빠진 강치. 물론 죽는 일은 없겠지만 그가 어떤 방식으로 회복할지도 흥미롭습니다.
최강치의 첫 사랑은 끝나고 담여울의 첫사랑은 마지막 사랑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여전히 여울이 남자라고만 생각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운명적인 사랑도 <구가의 서>를 흥미롭게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청조가 강치의 사랑으로 좀 더 성장하는 모습과 달리, 강치를 칼로 찌른 태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궁금합니다.
유동근과 이성재라는 노련한 배우들이 보이는 단단한 연기는 <구가의 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선한 이순신과 악한 조관웅이라는 극단적인 캐릭터를 완숙한 연기로 대신하는 그들로 인해 이 드라마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인간이 되기를 꿈꾸는 최강치가 과연 인간이 되어 여울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역사왜곡을 빗겨가며 농익은 방식으로 풀어가는 과정 역시 매력적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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