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복수는 직선일수록 그 감흥은 배가 된다. 그런 점에서 <군검사 도베르만>은 단순한 구도 속에 시원한 액션이 가미된 직선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더욱 확고해진 사회에서 이런 식으로 분풀이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가는 듯해서 씁쓸하기는 하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라도 이루고 싶은 욕망이 크다는 것은 현실 속 법은 이미 가진 자의 편에 섰다는 확신이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실제 법이 제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는 널리 퍼진 일상적 사고다.
차우인에게는 조력자들이 있다. 방산업체를 운영했던 아버지는 그만큼 발이 넓었고, 억울하게 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함께 하려는 이들도 많다. 군 역사에 빛나는 노화영 장군은 유리천장을 깨고 별을 단 여성이다. 문제는 노 장군의 아들이 바로 노태남 회장이란 것이다.
20대 초반의 노태남이 회장이 된 것은 그가 실질적 오너가 아닌 노화영의 지시를 수행하는 바지사장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노태남이 회장으로 있는 방산업체는 원래 차호철 회장의 회사였다.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는 작전 희생양이 되었다.
도배만이 부산은행장 사건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르고 달래며, 상황을 흔들어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 방식이 동일하다. 차 회장은 억울하게 회사를 빼앗겨야 했다. 물론 법적으로 하자 없이 깔끔하게 빼앗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그건 분명 약탈이다.
용문구 대표가 당시 젊은 검사로 차 회장 사건 담당이기도 했다. 그런 자가 검사복을 벗자마자 로앤원이라는 로펌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노 회장 회사가 만든 로펌이라는 의미다. 회사 내부의 법률팀이 아닌, 외부에 로펌을 세우는 방식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차 회장 회사를 강탈하고 가족을 죽인 작전 세력들이 IM 디펜스 노 씨 일가와 수하가 되었던 당시 검사 용문구라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이 모든 것을 조사한 도배만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뭔가 궁금하면 못 참는 도배만에게 이 그림은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뭔지 모르지만 뭔가 있다는 의미심을 하는 도배만과 그런 의심은 믿음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차우인의 관계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들일뿐이다. 도배만이 미처 알지 못하는 부모 죽음의 진실을 차우인은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노 회장에게 잔인하게 성폭행을 당하고 동영상까지 촬영당한 세나는 우인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의 담당 형사가 도배만의 고모인 도수경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절대 악인 도 씨 일가와 맞서는 이들이 모아진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세나는 자신이 성폭행을 당한 것보다 그 영상이 인터넷이 퍼지는 것이 더 두렵다. 그래서 고소도 취하하고 떨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세나에게 우인은 문제의 동영상 파일을 건넸다.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는 파일이지만, 세나의 선택에 맡겼다.
이대로 묻어둘 것인지, 아니면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처벌받도록 용기를 낼지 여부는 결국 당사자인 세나의 몫이니 말이다. 세나가 당당하게 법정에 서려는 마음을 먹는 이유는 배만이 알아낸 병원으로 노 회장이 직접 찾아와 협박했기 때문이다. 이런 자는 절대 용서하면 안 된다는 결심을 한 순간일 것이다.
알렌이 사라졌다. 콘서트를 앞두고 사라진 알렌이 용 대표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클럽 카르텔에서 둘을 봤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여자가 끼어있다는 것은 이들이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미다. 추궁해 상황을 확인한 용 대표는 알렌이 의도적으로 사라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다. 이런 와중이 노태남은 도배만에게 알렌을 찾도록 요구한다.
용 대표로서는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도배만이 노태남과 접점을 만드는 것이 불만이지만, 발등에 불은 떨어졌다. 그렇게 도배만이 움직이자 의외로 많은 것들이 드러났다. 빨간 머리를 한 여성이 알렌 아지트에 들어간 것이 밝혀졌고, 현장에서 혈흔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배만이 우인의 뒤를 추적하는 동안, 우인은 배만에게 고급 시계를 선물했다. 곧 사회로 나갈 선배를 위한 선물이라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고가의 시계 선물에 군수사관들은 러브라인이 아니냐 이야기하지만, 우인의 의도는 명확하다.
돈이 궁해서 돈에 집착하는 배만이 혹할 수 있는 선물로 자신에게 보다 집중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는 의미다. 사격장에서 함께 사격할 때는 표적지에 맞추지도 못한 우인이 잠시 전화를 받으러 배만이 나가자, 백발백중이었다.
투명창이 있는 상황에서 바보가 아닌 이상 우인의 사격이 뛰어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는 우인이 배만에게 자신의 능력을 숨기려고 했다기보다, 의도적으로 드러내려 한다는 의미다. 알렌 아지트 건물 CCTV 파일을 모두 회수하며, 굳이 가장 중요한 장소 영상만 남긴 것도 그런 의미다.
배만에 의해 군 교도소에 갇힌 안수호는 조폭 법인인 '설악 천지' 대표인 설악에게 살인교사를 한다. 아무리 군 검라고는 해도, 현직 검사를 제거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에도, 설악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개인적인 복수심 때문이기도 했다.
배만은 노 회장을 직접 만나게 되었다. 원하고 있었지만 용 대표가 때가 안 되었다며 미루던 만남이다. 그 자리에서 노 회장은 병역기피를 요구했다. 현직 군 검사에게 직접 병역기피를 요구하는 상황이 정상일 수는 없다. 이를 통해 노 회장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한 배만은 무릎부터 꿇었다.
기회 잡겠다고 나선 배만의 행동에 용 대표는 불안하다. 자신의 쓰임새가 배만에 의해 점점 적어지게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쓰임이 다하면 용 대표는 그저 한낱 검사 출신 변호사일 뿐이다. 이 관계는 결국 이어질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줄 수밖에 없다.
노화영이 우인과 배만이 있는 육군 4사단 사단장으로 부임하는 것도 흥미롭다. 어쩌면 우인은 이를 알고 사전에 4사단으로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철저하게 복수를 준비했으니 말이다. 사단장 부임 행사에 가려던 우인과 배만을 가로막는 것은 설악과 패거리들이었다.
설악의 아버지는 직업 군인이었고, 오랜 시간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배만이 찾아내 교도소로 보냈다. 그게 악연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우인 앞에서 폼을 잡으며 양아치들과 싸우는 배만은 남자 특유의 허세까지 부렸다. 물론 좋은 싸움 솜씨를 가지고 있었지만, 숫적인 열세를 이기는 장사는 없었다.
배만이 위험해지자 우인이 나섰다. 와이퍼를 꺼내 양아치들을 제거하는 솜씨가 남다르다. 그리고 설악을 제압하는 과정에서도 남자와 여자가 가지는 힘의 차이를 넘어선 모습에 배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의심이 현실이 되어가는 상황을 목격해도 쉽게 믿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많이 맞은 배만은 뒷자리에 타겠다며 자리에 앉자마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버젓이 알렌 실종사건에서 발견된 빨간 머리 가발이 놓여 있었으니 말이다. 놀라는 배만을 보며 웃는 우인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흔적들을 흘리고 있었다는 의미다.
도배만이라는 썩 좋은 무기를 사용해 복수를 완성하겠다는 우인의 전략이다. 열심히 정보를 얻고 우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했던, 배만은 그저 우인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었던 것이다. 절대 악인 노 사단장이 부임하며 진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배만 부모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이들의 공조는 절정에 이를 것이다. 어설픈 설정 없는 일직선으로 복수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통쾌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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